[테크 트렌드]
KT·인텔·AT&T 등 글로벌 통신사들, 미래 주도권 경쟁 점입가경
‘5G’는 차세대 IT 혁신의 원동력
(사진)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이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5G 이동통신 기반의 봅슬레이 '싱크뷰'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KT 제공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정보기술(IT) 산업 최대 전시회인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17 CES’가 지난 1월 개최됐다.

유수의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저마다 최신 제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차세대 IT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큰 주목을 받았다.

먼저 반도체 선두 기업 인텔은 5G 기술 표준을 적용한 모뎀 칩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이동통신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인텔은 5G 모뎀을 가장 먼저 출시해 라이벌 기업인 퀄컴을 제치고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4G 이동통신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된 지 불과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IT업계는 벌써부터 5G 기술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5G 시대의 대응 전략 마련이 미래 IT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2021년 전 세계 가입자가 2500만 명에 달하는 등 5G가 단시간에 주요 IT 인프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5G 시대를 위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AT&T는 인텔·에릭슨 등과 협력해 올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 주에 5G 시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버라이즌도 AT&T와 마찬가지로 올해 중 5G 서비스를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은 내년 특정 지역에서 5G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선보인 후 2020년 전면적으로 5G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일본도 NTT도코모 등을 중심으로 5G 기술 개발 및 실증 실험에 주력하고 있다. KT 등 한국의 여러 IT 기업들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맞춰 5G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5G’는 차세대 IT 혁신의 원동력
◆몇 초 만에 영화 한 편 다운로드 끝

5G 이동통신에 대한 논의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이동통신 기술의 표준을 결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5G의 기술 성능 수준을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5G는 초당 최고 20기가비트(Giga Bit)의 속도로 데이터를 내려 받을 수 있고 최대 시속 500km의 교통수단 안에서도 원활한 통신을 지원해야 한다. 즉 5G가 등장한다면 달리는 고속 열차에서 고화질 영화를 불과 몇 초 만에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각종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게임과 영화 등 고용량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최신 4G 기술조차 만족스러운 품질을 제공하기 어려웠다.

많은 통신 기업들은 해마다 네트워크 용량 증설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지만 사람들의 데이터 소비량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게다가 초고해상도 콘텐츠를 비롯해 가상현실(VR)까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 세계 주요 IT 기업을 중심으로 5G가 대안적 기술로 급부상했다.

만일 5G가 상용화된다면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4G 기술 대비 약 1000배 이상의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송수신 속도는 사용하는 주파수의 양에 비례한다. 5G는 4G와 같은 수기가헤르츠(GHz) 대역과 함께 밀리미터파(mmWave)로 불리는 수십GHz 대역을 사용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현재 4G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에서는 더 이상 추가적인 주파수를 할당하기 어렵다.

반면 5G에서는 풍부한 주파수 활용이 가능한 밀리미터파 대역을 사용해 데이터를 고속으로 송수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무엇보다 5G는 IT 산업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사물인터넷(IoT) 발전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반경 1km 내 약 100만 개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5G는 가전은 물론 전등·CC(폐쇄회로)TV 등 실내외 거의 모든 기기들을 무선 네트워크로 구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5G는 각각의 IoT 기기들이 빠르게 데이터를 교환하고 필요한 동작을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G의 등장으로 자동차의 혁신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자동차에서는 멀티미디어와 내비게이션 등 첨단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게다가 미래에는 안전하고 쾌적한 주행 및 각종 업무 지원 등 탑재 기능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빅데이터 처리 능력이 자동차 고도화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BMW 등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빠르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5G의 자동차 적용을 연구하고 있다.

게다가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의 5G 기술이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글 등 주요 IT 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이 개발하는 자율주행차는 대부분이 자체 지도를 내장하고 이를 사용해 스스로 주행하는 원리다.

하지만 이는 갑작스러운 도로의 변형이나 장애물의 등장, 돌발 사고 등 다양한 변수를 사전에 충분히 감지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차세대 자율주행차는 교통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터와 주변 자동차와 원격으로 도로 상태와 돌발 상황 등 자동차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하는 것은 물론 고속으로 주행하는 다른 자동차와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4G 기술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뛰어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한 5G의 도입이 활발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5G’는 차세대 IT 혁신의 원동력
(사진) KT와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연구실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규격 기반 '퍼스트 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제공

◆5G 기반 비즈니스 경쟁 치열

5G는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인공지능(AI)의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대부분의 소비자 기기들이 자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능력만으로 고도의 인공지능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그 대신 이들 기기들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클라우드 컴퓨터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사용자에게 맞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실시간 요청과 응답이 이뤄지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빠른 속도의 이동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그

러므로 인공지능을 다양한 산업 분야에 효과적으로 접목하기 위한 5G의 기술 개발 및 상용화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5G의 확산이 예상보다 일찍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5G의 사용이 증가할수록 향후에는 5G 기술 자체의 경쟁력은 물론 5G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것도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4G 기술의 한계로 도입이 쉽지 않았던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해 출시하거나 첨단 IT를 이종 산업에 접목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5G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AT&T는 지난해 미디어 대기업 그룹 타임워너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AT&T는 CNN·HBO·워너브러더스 등 다수 콘텐츠 제작사를 보유한 타임워너를 통해 5G 시대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수익 창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여러 IT 기업들 역시 스마트 오피스, 스마트 팩토리, 드론 등 5G를 활용한 비즈니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3G와 4G 등 앞선 이동통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전 세계 IT 산업을 선도하는 주도적 국가로 자리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인프라와 기술 노하우, 풍부한 기술 개발 인력을 보유한 한국 역시 미래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기술 확보 및 제품과 인프라 개발 노력이 이어진다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5G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하드웨어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술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는 물론 혁신적인 IT 융합 비즈니스를 실험하는 것도 5G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