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108호 (2017년 02월 22일)

위기의 K-드라마, ‘사전 제작’으로 때 기다려야

[테크놀로지 = 쫄깃한 콘텐츠 비즈니스 이야기 ⑨]
경쟁 심화에 한한령까지 위기 계속…신규 시장 맞춤 사업 모델 개발 중요   



[한경비즈니스 칼럼=길덕 이노션 미디어컨텐츠팀장] “방송사에서 제작 조직이나 인력이 독립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가까운 일본만 봐도 방송사에 제작 인력이 거의 없어요. 외부 조직과 일하는 것이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좋은 인력들과 일하기에 더 효율적입니다.”

얼마 전 지상파방송사 출신의 책임 프로듀서(PD)급 A 씨와 함께 한국 드라마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도 굵직한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성명을 밝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대화는 드라마 ‘도깨비’로 시작해 ‘푸른 바다의 전설’로 이어졌다. 이들의 제작사는 지난해 설립된 CJ 계열의 ‘스튜디오드래곤’이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스튜디오드래곤은 화앤담픽처스·문화창고·KPJ 등 잘나가는 제작사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가 앞서 제작했던 ‘굿와이프’, ‘또 오해영’ 등은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기업의 드라마 제작 시장 진입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지상파방송 중심으로 형성된 드라마 제작 시장에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지난해 8월 KBS도 ‘몬스터유니온’이라는 독립 제작사를 만들었다. KBS PD 중 일부가 이 회사로 옮겨 갔다. SBS도 방송 작가들과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더스토리웍스’를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방송사의 한 편성 PD는 “한류의 영향으로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형 케이블 채널 등과 같은 새로운 사업자들이 드라마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지상파방송사들은 드라마 시장의 헤게모니가 넘어갈 수도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캐시카우에서 독립 사업으로

최근 몇 년간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의 유명 드라마, 예능 PD들이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옮겨가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키이스트·iHQ·FnC엔터테인먼트와 영화 투자 배급사 NEW 등이 방송 콘텐츠 제작 기능을 사내외에 갖추며 많은 방송 제작 인력들이 이쪽으로 흡수되고 있다.

A씨는 “드라마 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재능 있는 PD들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한국 드라마 시장이 하나의 독립적인 산업이라고 불릴 만하게 된 것은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방영된 2002년 이후부터라고 말한다. 당시 ‘겨울연가’가 일본에 수출돼 ‘욘사마’ 열풍이 일어났고 그에 따른 파급 경제 효과가 1조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한 편의 드라마 제작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수많은 드라마 제작사가 생겨났다.

그 이전까지 드라마는 지상파방송사의 단순한 캐시카우로 여겨졌지 독립된 산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지상파방송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면 그 앞뒤로 붙는 광고는 거의 다 팔렸다. 여기서 번 돈으로 교양이나 보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당시 지상파방송사의 사업 구조였다.

드라마 시장에 또 한 번 변화를 일으킨 것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등장이다. 수많은 지상파방송사 인력들이 종편 채널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들 채널의 드라마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중국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자본이 한국에 들어 왔다. 그 덕분에 드라마 제작사에 돈이 몰렸다. 

그러나 지난해 한한령(限韓令 : 한류를 금지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이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 씨는 “지금 한국 드라마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게 사실”이라며 “어떤 규모와 형식으로 제작해야 할지 다들 처음부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4~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독도 문제 등으로 일본에서 혐한류(嫌韓流)가 확산되고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 진출이 어려워졌죠. 수많은 드라마 제작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했습니다. 한국 드라마 종사자들의 노력 덕분인지 중국 시장이 열렸고 그 뒤로 드라마 시장이 계속 커져 왔어요. 한국 드라마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이런 자생력이 있기 때문에 중국발 위기 역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국내 드라마 시장 규모에 대한 자료들은 찾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지상파방송사의 드라마 제작비는 약 4000억원 안팎, 케이블 방송사의 제작비는 1500억~18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즉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의 규모는 총 5500억~5800억원 정도로 추측된다.


드라마 수익 모델, IP의 중요성 

드라마는 어떻게 매출을 일으킬까. 한 편의 드라마에는 수익을 발생시키는 지식재산권(IP)이 여러 개 있다.

예컨대 ▷국내 TV 최초 방영권 및 재방영권 등 국내 방영권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의 해외 방영권 ▷간접광고(PPL) 권한 ▷주문형 비디오(VOD) 권한 ▷배경음악(OST) 사업권 ▷드라마나 영화 리메이크권, 머천다이징 사업권 등 기타 부가 판권 등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우선 이런 권한을 나누는 조건으로 국내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받는다. 보통은 국내 방영권 거래와 외주 제작 거래로 구분된다. 방송사가 자체 플랫폼에 방영할 권리만 가져오는 국내 방영권 거래는 통상 회당 1억5000만~2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외주 제작 거래는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을 외부에 용역 준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제작비를 많이 주고 권한도 많이 가져 온다. 회당 3억~4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우선 국내 방영권의 가치는 광고 매출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지상파방송의 60분 드라마의 경우 회당 15초 광고 36개를 판매할 수 있다.

주중 프라임 시간대 미니시리즈 광고료는 대략 1300만~1500만원 정도다. 드라마가 인기가 있으면 회당 5억원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재방영권은 최초 방영권과 함께 팔리거나 국내 케이블 채널들에 팔린다.

해외 판권은 일본·중국·대만 등이 주요 수출국이다. 중국에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급속하게 성장함에 따라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도 비싸졌다.

실제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까지 방송됐던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 동영상 온라인 업체 아이치이(iQIYI)에 회당 3만 달러, 총 63만 달러에 팔렸다. 지난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태양의 후예’는 아이치이가 회당 25만 달러, 총 400만 달러에 사갔다. 불과 2년 만에 8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간접광고인 PPL은 미디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더 중요해지고 있는 마케팅 기법이다.

드라마가 특정 방송사에서만 방영되지 않고 다양한 채널이나 플랫폼에서 소비됨에 따라 광고주들이 드라마 자체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시리즈는 제작비의 20~30% 정도를 PPL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VOD는 IPTV와 디지털케이블의 보급이 확산되고 넷플릭스·옥수수 등 인터넷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사업자들이 계속 등장함에 따라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제작에도 직접 참여해 수익을 높이고 있다.

또 해당 드라마를 영화로 만들거나 다시 만들 수 있는 리메이크권, 드라마를 소재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머천다이징 사업권 등도 드라마 수익 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드라마 수익 모델들의 수익성이 높게 평가됐던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내 유·무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한국 콘텐츠가 소비될 공간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자 중국 광전총국은 2015년부터 온라인 드라마 사전심의제를 도입했다.

중국에서 동시 방영하기 위해서는 국내 드라마도 전체 분량을 사전 제작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는 문화 산업 전문 회사를 설립해 사전에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사전 제작을 준비하던 제작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 중국 시장을 연 대표적인 드라마 KBS 2TV의 ‘태양의 후예(왼쪽)’, SBS의 ‘별에서 온 그대’.

중국 시장 다시 열릴 때 기다려야 

A 씨는 사전 제작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콘텐츠 수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불안한 현실에도 중국이 원하는 것은 동시 방영”이라며 “이 때문에 사전 제작하면서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때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전 제작 드라마의 리스크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제작할 수 없다는 점과 편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리스크를 피해 가려는 최근 시도 중 하나가 웹 드라마로 제작한 후 주요 방송사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초기 웹 드라마들은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 자신들의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 최근에는 지상파방송사의 테스트 베드이자 콘텐츠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웹에서 만들어 공개해 반응을 본 후 기존 방송사에 편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로는 예능 ‘신서유기’를 시작으로 시트콤 ‘마음의 소리’, 드라마 ‘우주의 별이’, ‘특근’ 등이 있었다.

A 씨는 “지상파방송사 등에서 보이던 드라마들이 인터넷으로 옮겨간 것”이라며 “작은 드라마들의 주요 기능은 재능 있는 새 인력의 발굴인데 웹 드라마가 그런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를 비롯한 드라마 관계자를 만나보면 국내 드라마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지상파방송사의 한 임원은 지상파방송사들이 꼭 자신들의 채널을 위해서만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촉발되는 미디어 환경의 큰 변화를 주류 미디어에서도 뼈아프게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계속 등장하며 기존 지상파방송사 위주의 시장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시장 참여자의 경쟁 심화와 달리 가장 큰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은 현재 들어가기 어려운 시장이 돼 버렸다. 드라마 시장 참여자에게 꽤나 힘든 시기가 된 것이다.

A 씨는 “한국 드라마 시장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직도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의 이합집산이 많은 것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바람대로 한국 드라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공존하려는 자세로 새로운 시장과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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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2-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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