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희소성 갖추고 변화에 대비해야만 기회 생겨”
“나는 큰 딸에게 베트남어를, 작은딸에겐 농업고등학교를 추천한다”
“‘고령화 사회’ 정년 62세 연장 요구 있을 것…편의점보단 기업형 슈퍼마켓 뜬다”
“2022년 ‘청년실업 제로’ 시대 온다”
(약력) 1972년생. 1997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1999년 미 오스틴 텍사스대 사회학 석사. 2002년 미 오스틴 텍사스대 인구학 박사. 2002년 미 유타주립대 사회학과 조교수. 2004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현). /사진=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고령화의 그림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일할 수 있는 인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당장 올해부터 감소 중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 정점(3763만 명)을 찍은 이후 올해 3762만 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 인구로 빠져나가는 2020년대에는 연평균 34만 명, 2030년대에는 연평균 44만 명씩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보다 일찍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을 거울삼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학 박사’라는 희소성 때문에 만 29세에 교수가 됐다.
조 교수는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구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생각의 틀을 깨고 희소성을 갖춰야만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정해진 미래’라는 책을 출간하셨죠.

“미래를 예측할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구 변화는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구 변화를 파악하는 겁니다.

인구 분석을 해보니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더라고요. 국가·기업·개인 모두가 정해진 미래에 대비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찾아옵니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 시프트’가 생길 것 같아요. 가장 큰 변화는 경제성장 규모의 축소입니다.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던 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죠. 반면 몸집을 불리기보다 유망 산업을 공략해 차근차근 준비한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책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계를 예로 들었는데요, 그동안 국내시장에서는 신차를 출시만 하면 잘 팔렸던 게 사실입니다. 대형 세단이 특히 인기였죠. 50대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10년 뒤에는 다를 겁니다. 50대 인구가 60대가 돼서도 대형 세단을 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죠. 고령 인구는 은퇴 이후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형차를 살 여력이 없죠. 현재의 40대는 10년 뒤 같은 값이면 국산차보다 수입차로 옮겨 탈 확률이 높고요.

결론적으로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미래는 좋지 않다고 봐야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예전처럼 대형차로 특정 계층을 공략할지 아니면 노인 인구를 겨냥한 차량을 늘릴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죠.

자동차 회사로선 노인은 안전 욕구가 크기 때문에 무인 자동차가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무인차는 비싸요. 선진국에선 잘 팔릴지 모르지만 국내시장에서는 쉽지 않을 겁니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노인들이 은퇴 후 비싼 차를 구입하는 사례는 드뭅니다. 쓸 돈이 부족한 노인들을 겨냥해 수입차와 견줄 만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차를 만드는 등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겠죠.

인구 예측 결과가 있으므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 채널의 변화는요.

“위에서 빠져나가면 밑에서 들어와야 하는데 올라오는 인구가 급감하고 있어요. 당장 5년 뒤부터 20대가 지금의 3분의 2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0년 뒤 40대가 현재의 40대처럼 왕성한 소비를 해줘야만 내수가 살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규모의 축소를 감내해야 할 겁니다. 특히 10년 뒤 60대 노인 인구는 현재의 60대와 분명 다를 겁니다. 소비 여력이 부족한 노인들의 지갑을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지 궁리해야 합니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편의점이 대세죠. 하지만 앞으론 몸집을 더 키우지 못할 거예요. 최근 5년간 편의점 수가 1만 개 이상 급증했지만 인구학적으로 봤을 때 더 이상 늘긴 어렵다는 거죠.

현재 편의점의 주요 고객은 20~30대입니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편의점 3만 개 시대’가 열렸지만 앞으론 20대가 줄잖아요. 20대가 감소하면 그 윗세대를 공략해야 하는데 은퇴자들은 편의점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선호합니다. 어려서부터 경험한 슈퍼마켓이 편의점보다 친숙하기 때문이죠. 편의점은 비싸다는 고정관념도 있어요.

은퇴자들은 심지어 대형마트보다 SSM을 더 선호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 최소 2~3일에 한 번은 장을 봐야 하는데 SSM의 접근성이 가장 좋기 때문이죠.

일본에서 다이소와 돈키호테 등의 생활용품점이 성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노인들에겐 자동차·가구·TV보다 생필품이 더 중요합니다.

국내 온라인몰의 미래도 장기적으로 밝지만은 않습니다. 온라인몰이 친숙한 현재의 20~30대는 40~50대가 돼서도 같겠죠. 누적적으론 이용자가 늘 겁니다. 하지만 아랫세대인 10대가 줄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근본적으로 늘 수는 없다는 거죠.

새로운 고객이 급감하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추세로만 보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2022년 ‘청년실업 제로’ 시대 온다”
(사진)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서범세 기자

▶청년실업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2022년이면 청년실업률이 거의 제로가 될 겁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인구 변화에 따라 산술적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다만 서비스업 종사자가 증가하는 등 일자리의 질은 문제가 될 겁니다.

하지만 약 10년 후의 변화에 대해선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 일본의 실업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과거 프리터(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 세대의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았고 그 아랫세대의 수는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에요. 다음 세대는 좀 더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거죠.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제조업을 다시 일으켰습니다. 경기가 살면서 인구가 감소해 일자리 증가는 물론 양질의 일자리도 많아졌습니다.

한국 경제가 지금 정도 수준만 꾸준히 유지해 준다면 10년 후에는 한국도 일본처럼 청년실업 걱정 없는 나라가 될 겁니다.”

▶장년층의 일자리는 어떻습니까.

“60세 정년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55세만 되면 많이 은퇴하는 게 현실입니다. 쫓아오는 40대 중·후반의 숫자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선배들이 빠져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다음 정권 들어선 정년을 62세로 늘리자는 요구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선배의 일자리도 보전하면서 40대 본인들의 일자리도 지키는 방법이니까요. 그 대신 임금 피크제를 더욱 확대 시행하겠죠.

한편으론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는 결과도 발생할 겁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 정규직 대신 연봉계약직을 선택해 연봉이 확 깎이는 걸 막으려고 하겠죠. 임원 대신 연봉계약직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 것이란 얘기입니다.”

▶향후 유망 산업 분야는요.

“농산업이라고 봅니다. 농업은 없어선 안 되는 분야죠. 초등학교 6학년인 제 둘째딸에게 농업고등학교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난해 강원도·충북·전남에 3곳의 ‘창조농업선도고등학교’를 만들었어요. 국가가 학비는 물론 해외 연수도 보내주죠.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아이가 농고를 졸업한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5년간 실제 농사를 지어보도록 할 겁니다. 제가 말하는 농사는 과학영농 분야를 뜻합니다. 아이는 농사를 지으면서 실패를 경험할 겁니다. 처음 해보는 것이니 당연히 실패하겠죠.

아이는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늦게 대학에 진학합니다. 수능 성적은 없지만 5년간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서 데려갈 겁니다. 아이는 대학 졸업 후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춘 농산업 분야 사업가가 되겠죠.

‘선취업 후진학’ 시대가 반드시 온다는 얘기입니다. 인구 때문이죠. 제 딸이 결혼해 아이를 낳을 때인 13~15년 후에는 ‘1가구 1신생아’가 보편화할 겁니다. 한 해에 25만 명 정도 태어나는 셈이죠. 과거 100만 명에 달하던 신생아 수는 지난해 약 40만 명으로 줄었어요.

예전에는 대학이 부족했지만 앞으론 학생이 부족하죠.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대학이 스스로 교육부에 요구할 겁니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는 망하니까요.”

▶추상적으로 들립니다만.

“제 경험을 예로 들죠. 앞으론 생각의 틀을 깨고 희소성을 갖춰야만 기회가 올 겁니다. 저는 ‘인구학 박사’라는 희소성 때문에 만 30세에 교수가 됐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인구학이 너무 재미있어 박사학위를 취득했죠. 그런데 학위 취득 8개월 전에 유타주립대 교수 임용이 결정돼 버렸어요. 마침 당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교수가 한꺼번에 은퇴하면서 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된 데에도 희소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인 큰딸에게는 베트남어를 가르칠 계획입니다. 영어 잘하는 아이는 많습니다. 베트남어를 구사할 줄 아는 아이는 드물죠. 어떤 사람이 더 주목받을까요?”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