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코딩 열풍 -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
2018 코딩 의무교육에 IT기업 코딩대회·무료교육 열풍…사회공헌에 인재 육성은 ‘덤’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바야흐로 코딩 시대다. 2018년부터 초등·중학교에서 단계적으로 필수화되는 소프트웨어(SW) 의무교육에 맞춰 SW의 기본 소양인 코딩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코딩 전문 교육 업체에 코딩 전문 과외까지 등장했다.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학계 등에선 SW 의무교육으로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틈새를 국내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파고들었다. 자사의 지식과 경험으로 코딩 무료교육을 진행해 학부모 및 학생의 지갑 걱정을 덜고 코딩 경연을 열어 코딩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는 계획이다.

기업으로서는 사회공헌의 일환이자 중·장기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우수 인재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다. IT 기업에 부는 코딩 바람을 조명했다.
IT 기업, '코딩'으로 재능기부 나서다
(사진) 'NYPC 2016' 본선 진출자와 넥슨 임직원이 2016년 10월 22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넥슨 사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넥슨

#. 지난해 10월 넥슨이 주최한 제1회 청소년 오프라인 코딩 대회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이하 NYPC) 2016’에서는 대상 못지않게 관심을 받은 인물이 있었다.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나란히 본선에 진출한 이선규(15)·이예린(13) 남매다. 이들은 대회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앞으로)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매를 코딩 영재로 키운 데에는 아버지 이민직 씨의 공로가 컸다. 이 씨는 “학부모들이 처음 교육을 접할 때 사교육에 치우치기 쉽다”며 “코딩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해 놀이한다는 생각으로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카카오 등 맞춤 경연으로 ‘즐겁게’

정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중학교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34시간 이상, 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17시간 SW 교육을 필수화해야 한다.

이에 발맞춰 SW를 실제 다루는 게임 및 인터넷·IT 기업들이 코딩을 주목하고 나섰다. 수익 사업은 아니다. 이들 기업은 코딩을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고 코딩 관련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 무료교육 또는 코딩 경연이 주다.

넥슨은 청소년(12~ 19세) 대상 대규모 오프라인 코딩 대회를 열며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코딩 경연이 열렸지만 온라인 무대가 주였고 규모 있는 정식 대회는 많지 않았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이 주관하고 게임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NYPC는 규모 면에서 타 경연을 압도했다.

넥슨은 2018년 코딩 교육 의무화에 발맞춰 ‘게임 회사답게 경연으로 코딩 교육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를 활용해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 회사에 재직 중인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문제를 출제했다.

특히 1990년대 인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비공식 한글 패치 ‘한스타’를 개발하고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 대표 게임 디렉팅을 담당한 송창규 개발실장이 문제 출제를 주도했다. 코딩의 집약체로 꼽히는 게임을 통해 청소년의 코딩 교육에 대한 동기부여를 끌어올리겠다는 포부였다.

계획은 적중했다.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약 2500명의 신청자가 몰렸고 온라인 예선에서는 1만8000여 건의 답안이 제출될 만큼 높은 호응을 샀다. 2016년 대상 수상자인 신승원(19) 경기과학고 학생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앞으로의 학습에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어 기쁘다”며 “코딩 계열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은 올해 제2회 NYPC의 판을 더 키울 예정이다. 총 70명의 본선 진출자를 선발하고 저연령대 학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본선을 12~14세(20명)와 15~19세(50명) 부문으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최대 500만원의 장학금과 노트북이 부상으로 주고 대회 참가자를 위한 멘토링도 지원한다.

코딩 멘토들이 8월 중 예정된 ‘NYPC 토크 콘서트’에서 청소년과 학부모를 직접 만나 코딩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진로에 대한 생생한 조언을 할 계획이다. 박지원 넥슨 대표는 “청소년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SW 교육의 중요성을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올 하반기 코딩 경연에 도전장을 던졌다. 넥슨과 달리 연령층을 높여 전국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잡았다. 알고리즘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 누구나 학년과 전공에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대회로 명칭은 ‘카카오 코드 페스티벌’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예비 개발자들이 실질적인 코딩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개발자와 코딩 전문가 그룹이 출제한 알고리즘 문제를 보고 소스 코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파격적인 혜택도 주어진다. 예선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본선 진출자 100명은 카카오 입사 지원 시 서류 전형과 코딩 테스트 면제 혜택을 받는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본선 진출자는 카카오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취업 준비생은 일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회사는 우수 인재를 영입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카카오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개발자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IT 기업, '코딩'으로 재능기부 나서다
◆네이버·안랩 등 우수인재 활용 무료교육

IT 기업들은 자사의 우수 인재를 활용한 코딩 교육에도 나섰다. 의무교육을 앞두고 코딩 전문 교육 업체에 코딩 전문 과외 등 값비싼 교육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마당에 질 좋은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대표적인 곳은 삼성전자와 네이버다. 특히 네이버 산하 비영리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인 엔트리교육연구소는 SW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응용까지 다양한 교육 자료를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동영상 강의를 듣고 수준별 교재도 받아볼 수 있다.

이 연구소는 또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하는 이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인 엔트리를 무료 제공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 구글의 한국지사도 무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6월 한 달간 온라인 무료 코딩 수업인 ‘코딩 야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약 2만5000명이 몰린 이 프로젝트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원격제어를 통해 스터디 학습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조만간 새로운 커리큘럼으로 코딩 야학 2기를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코딩 교육 시장의 확대로 코딩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선 곳도 있다. 국내 대표 보안 업체인 안랩은 벤처기업 맘이랜서와 손잡고 경력단절여성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 강사 육성 프로그램 ‘안랩샘’을 4회째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출산과 육아 등으로 수년간 직장을 떠나 있었던 이른바 경력단절여성, 여성 구직자를 코딩 교사(강사)로 만드는 체계적인 SW 전문 교사 양성과정이다. 안랩이 교육비 전액을 부담하고 교육 시설을 무료로 제공한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기업의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인재 양성 및 우수 인재 확보에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넥슨 관계자는 “코딩 교육의 의무화로 정부에서 코딩 교육 관련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교육 시간, 교사 양성 등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과열되는 사교육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주도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도입되는 등 적극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