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개발자의 조언…코딩 교육 Q&A]
정상원 넥슨 부사장 “경연 참가 목적, 사교육 열풍으로 흐르는 것 경계해야”
김재호 카카오 AI부문 추천팀 팀장 “수학적 사고에 문제 해결 능력까지…코딩, 축제처럼 즐겨요”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소프트웨어(SW) 의무교육에 발맞춰 SW 무료교육 또는 경연 개최 등으로 사회공헌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 투자로 다수의 학생들이 이득을 보는 한편 일각에선 시장 과열화를 부추기는 도구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또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코딩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국내 유수의 IT 기업 개발자 또는 코딩 프로그램 담당자의 코딩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한다.
"기업은 왜 코딩에 투자할까요?"
Q. 코딩은 왜 필요한가요. 인문계를 희망하는데 코딩을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상원 넥슨 부사장(이하 넥슨) “코딩은 논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해 낸다는 점에서 글짓기와 일맥상통해요. 결과 도출이 아니라 주어진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과정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청소년의 창의력 개발에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가 중요해진 시대에서 컴퓨터에 일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면 코딩과 프로그래밍 교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랩샘 담당자(익명 요청, 이하 안랩) “코딩 교육은 단순 코딩을 할 수 있는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에요. 전공과 비전공 여부를 떠나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과정에서 논리력·사고력·창의력을 기르는 것이 코딩 교육의 핵심이죠.”

Q.코딩,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조기 교육이 필요한가요.

김재호 카카오 AI부문 추천팀 팀장(이하 카카오) “교육부 발표에 작년부터 벌써 조기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국어·수학과 달리 코딩은 일반인이 쉽게 접하지 못한 학문이다 보니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나타난 필연적인 현상이겠죠. 입시 교육이 아닌 생각하는 사고와 창의력을 키우는 본래 코딩 교육의 취지에 맞춘 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랩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에서는 코딩을 몇 년 전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했어요. 핀란드는 4세부터, 영국은 5~16세 모든 학생에게 수학·과학과 같은 수준으로 코딩을 교육하겠다고 발표했죠. 지정 시기만 놓고 보면 우리가 후발 주자이지만 코딩 교육은 시기보다 어떻게 교육을 진행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소수를 위한 고가의 사교육이 아닌 전 국민적 소양 교육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마련된다면 배움의 시기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기업은 왜 코딩에 투자할까요?"
Q.기업이 코딩 교육에 뛰어든 직접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넥슨 “게임 회사다운 사회공헌 사업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코딩 대회였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보면 어떨지 고민한 결과죠. 브라질이 축구 강국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딩 역시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접해 보고 그 이후 적성을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 딱딱한 평가 위주의 경시대회보다 재미있는 문제를 만들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카카오 “카카오의 코딩 대회는 합병 이후 회사가 최초로 주최하는 개발자 행사예요. 코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예비 개발자들이 실질적인 코딩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습니다. 경쟁보다 함께 즐기자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대회명도 ‘페스티벌(축제)’로 정했죠. 첫 개발자 행사인 만큼 의지가 남다릅니다. 참가 학생들이 행사를 즐기고 또 도움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Q.기업의 경연 대회가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넥슨 “회사의 코딩 경연은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보다 사회공헌이고 환원의 일환입니다. 앞서 올림피아드와 같은 경시대회도 순수함에서 출발했지만 입시와 결부되면서 교육·학습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죠. 코딩 대회는 즐기는 장이자 경험의 장입니다. 대회 참가 목적이 가산점과 같은 이점 획득이나 사교육 열풍으로 흘러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진행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습니다.”

Q.기업의 코딩 투자가 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하길 바라나요.

카카오 “코딩 교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급변하는 인터넷 시대에 기업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업은 코딩 교육을 사회 환원의 한 방법으로 접근해 진짜 교육을 추구하는 비영리단체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게 맞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랩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현재 코딩에 필요한 교육 가치를 대변한다고 봐요. 비영리단체와 기업 간 교육 거버넌스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비영리·영리 구분 없이 교육의 공동 협업이 확대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