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빅데이터로 보니…‘관찰 예능’에 ‘육성 덕질’로 공감 또는 도피 문화 확대
‘관찰 예능’,‘육성 덕질’…빅데이터로 본 방송 트렌드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육아 방송에서 먹방·쿡방에 이어 음악 방송까지 최근 몇 년간 방송계는 새로운 트렌드가 계속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송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문화다. 때로는 일탈에 대한 갈망을 해갈해 주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로맨스물이나 음악 방송을 통해 경기 불황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해 줬다면 올해는 정치적 이슈의 파급력으로 현실을 공감하거나 혹은 도피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한마디로 예능을 통해서는 공감을, 드라마를 통해서는 판타지를 찾는 현실도피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리얼리티 언급 증가, 관찰 예능 대세

최근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누리면서 실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도 방송 관련 상위 연관어로 ‘리얼리티’란 키워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리얼리티 언급량은 1만4919건, 2016년 3만1109건, 올해 상반기 기준 2만5107건이다.

방송의 리얼리티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관찰 예능, 둘째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관찰 예능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관찰 카메라 형태로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을 말한다.

아빠 혹은 부모의 육아 일기가 과거의 관찰 예능이라면 최근 화제가 되는 관찰 예능은 가족 간 관계를 다루는 ‘미운 우리 새끼’부터 ‘욜로(YOLO: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라이프를 담아낸 ‘나혼자 산다’와 ‘효리네 민박’과 같은 힐링 콘텐츠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관찰 예능’,‘육성 덕질’…빅데이터로 본 방송 트렌드
그에 반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개입이 비교적 많다는 점에서 관찰 예능과 차이가 있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최근 다시 인기를 끈 이유는 기존에 심사위원과 제작진 위주였던 포맷이 시청자 투표나 관객 투표의 비중이 커지면서 프로그램 방향을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투표 참여가 오디션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면서 서바이벌 속 리얼리티가 더욱 부여되기 시작한 것이다.

리얼리티 예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공감’을 통해 힘든 현실을 직시하고 위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예능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 받는다’고 언급한 건수는 2015년 1만1940건, 2016년 1만1524건, 올 상반기 기준 7070건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올해 특히 예능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찰 예능은 SNS 발달에 따라 현대사회의 관음적 성향이 확대돼 나타난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연예인의 평범한 일상에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이 꿈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연자들을 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종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연장선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면서 교양인 듯 교양 아닌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과 같은 교양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 예능 대열에 새롭게 합류하고 있다.

과거 교양 예능이 재미를 배제한 철저한 정보 전달 목적의 프로그램이었다면 최근에는 시청자의 입맛에 맞게 재미까지 갖추면서 화제가 되는 주제들이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에게도 유용하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준말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유행어)’와 ‘실장님(엄친아와 유사한 의미로 드라마 속 주인공의 극중 역할)’을 뛰어넘어 외계인이나 인어, 심지어 귀신처럼 시간을 뛰어넘는 비현실 존재로 나타나고 있다.

◆‘비현실’ 349만 건…캐릭터·소재 변화

2013년 방영된 SBS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판타지물은 한국 드라마에서 소위 ‘먹히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그 이후 ‘푸른 바다의 전설’, ‘W’, ‘도깨비’, ‘보이스’ 등 캐릭터가 다양해지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비현실적 요소와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15년 215만411건, 2016년 420만8525건, 올해 상반기 349만9432건을 기록하며 인어·유령·외계인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현실적인 것은 캐릭터뿐만 아니다. 소재 또한 비현실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타임슬립’ 소재를 사용한 드라마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장르물이 인기를 끌었던 올해와 달리 지난해에는 로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tvN의 드라마 ‘시그널’의 등장으로 타임슬립의 새 장을 열었다. 올해에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타임슬립 관련 감정 분석 결과 긍정 비율은 78%, 부정 비율은 22%를 기록했다.

국민을 분노에 빠뜨린 국정 농단 사태와 수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 등 답답한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관찰 예능’,‘육성 덕질’…빅데이터로 본 방송 트렌드
◆캐릭터 대신 무대·영상, ‘육성 덕질’ 시작

‘덕질(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 관련 상위 연관어를 살펴보면 2015년과 2016년에는 주로 ‘게임’, ‘캐릭터’와 같은 단어들이 발견됐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으로 ‘무대(6만8719건)’, ‘영상(3만6092건)’과 같은 방송 관련 용어들이 덕질 상위 키워드로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가상 인물에 대한 덕질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부터는 실존 인물에 대한 덕질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엠넷의 쇼프로그램 ‘프로듀스101’과 같은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예능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겼다. 일명 ‘육성 덕질’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덕질이 대상을 좋아하는 것에 그쳤다면 육성 덕질은 자신이 덕질하는 인물에게 스스로를 투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과거 아이돌 팬은 그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선호도가 있었다면 이제는 ‘누군가를 내가 키웠다’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이 아이돌에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방송 제작사가 사용하는 방식이 자신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환경과 몹시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평소 어른들로부터 겪었던 방식을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에게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프로듀스101’을 보는 순간만큼은 부모가 된다.

부모가 했던 것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때로는 야단치면서 경쟁에서 절대 밀려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방송은 이제 소통하는 매체다. 힘든 현실을 공감하게 하면서도 때로는 시청자들이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