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애플·구글·아마존 등 ‘IT 공룡’ 경쟁력 강화 박차…자율주행차·로봇 등 각종 분야에 응용
스마트폰의 '다음'을 말하다
(사진) 구글 홈. /구글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매년 자사의 신기술과 전략을 소개하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를 개최한다.

과거 애플은 WWDC에서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시장을 뒤흔드는 혁신적인 기기들을 발표했다. 해마다 전 세계 IT업계가 WWDC의 발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얼마 전 열린 WWDC에서 애플은 홈팟(HomePod)이라는 기기를 발표했다. 홈팟은 애플이 개발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Siri)를 탑재해 사용자의 음성을 듣고 작동할 수 있는 스피커다.

홈팟은 시리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음악을 재생할 수 있고 아이폰은 물론 조명이나 가전 등 가정 내 각종 기기와 연동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홈팟이 뛰어난 지능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기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글로벌 전자 상거래 시장의 선두 주자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4년 최초의 AI 스피커 에코(Echo)를 출시했다. 에코는 아마존이 만든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Alexa)를 내장해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에코가 막 등장했을 당시에는 사람들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았고 음악 재생 등 일부 외에는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에코를 통해 축적한 음성 데이터로 음성인식의 수준을 꾸준히 개선하는 한편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도 늘리면서 에코의 활용성을 강화했다.

에코는 현재 날씨·뉴스·요리법·상품주문·택시호출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출시 후 약 800만 대가 넘게 판매되는 등 IT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에코의 대중적 성공을 확인한 다른 기업들도 AI 스피커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AI 기술에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은 2016년 AI 스피커 구글 홈(Google Home)을 출시했다.

애플과 함께 일찍부터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주력한 구글은 구글 홈에 자체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ce)를 탑재했다. 구글 홈은 사람들의 음성 명령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의 연동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저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오디오 제조 기업 하만카돈과 손잡고 자사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코타나(Cotana)를 탑재한 AI 스피커 인보크(Invoke)를 발표했고 중국 전자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티몰 지니(Tmall Genie)라는 이름의 AI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스피커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여러 IT 제조·서비스 기업들 역시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면서 AI 스피커 시장 확대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PC나 스마트폰의 주변 기기로만 여겨졌던 스피커가 음성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주요 IT 기기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다음'을 말하다
◆스마트폰 ‘다음’에 대한 고민

최근 AI 스피커에 대한 관심은 스마트폰 이후 IT업계를 이끌 혁신적인 기기가 등장하지 못한 현상과 관련이 깊다. PC를 밀어내고 IT 시장의 핵심 기기로 부상한 스마트폰의 뒤를 이어 태블릿 PC나 스마트 워치 등 여러 기기들이 등장했지만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수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 개발에 뛰어들면서 경쟁 강도가 나날이 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IT 기업들은 AI 스피커가 IT업계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주시하고 있다.

AI 스피커가 부상하게 된 근본적 요인은 바로 AI를 기반으로 음성인식 기술 수준이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음성인식은 몇 년 전 애플과 구글을 통해 본격적으로 소개됐지만 불완전한 언어 인식과 응답 능력 때문에 등장 당시에 반짝 주목을 받았을 뿐 스마트폰 등에 폭넓게 활용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음성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되면서 음성인식 기술이 다양한 언어와 억양을 분석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따라서 이제는 여러 분야에서 음성인식을 주요 인터페이스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스피커가 AI 기술이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기라는 주장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TV 등은 사람들의 활용 목적이나 사용 습관이 고착화됐기 때문에 오히려 음성인식과 같은 AI 기술이 활발히 사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AI 스피커는 오직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동작·제어되기 때문에 음성의 수집과 분석, 자연스러운 언어 처리 등 AI 기술이 보다 밀접하게 적용될 여지가 높다. 많은 기업들은 AI 스피커를 AI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AI 스피커가 지닌 IT 기기 그 이상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AI 스피커의 대중화가 확산된다면 이를 통해 각종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식당 예약, 지역 검색 등 오늘날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는 대개 PC나 스마트폰의 문자 입력이나 터치 인터페이스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기업들은 AI 스피커로 훨씬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서비스 이용 방식에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음성 명령과 응답 등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보다 편리한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한다면 AI 스피커의 사용 빈도 역시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마존과 구글 등 IT 서비스 기업들은 AI 스피커가 주력 비즈니스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 상거래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자사의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서비스를 보다 용이하게 연결할 수 있는 접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의 '다음'을 말하다
(사진) 아마존 에코(왼쪽), 아마존 에코 닷.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 각종 분야에 응용

오늘날 업종과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 및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AI가 비중 있게 활용되는 기기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AI 스피커는 최신 AI 기술이 집약적으로 적용되는 기기라는 점에서 IT업계의 관심을 꾸준히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는 완성도 높은 AI 서비스의 구현이 AI 스피커 경쟁의 차별화 요인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고 있지만 인간 수준에 버금가는 인지와 판단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러므로 AI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를 어떻게 조화롭게 구성하느냐가 AI 스피커 개발의 주요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각 기업들이 출시하는 AI 스피커의 수준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중화가 확산된다면 AI 스피커는 음성인식 외에도 영상인식, 외부 환경 감지 및 분석 등 보다 풍부한 IT를 기반으로 한층 진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스피커가 미래 IT 산업의 주류 기기로 자리 잡게 될 것인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AI 스피커는 다양한 AI 기술의 활용 및 파급력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AI 스피커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자율주행차, 드론, 가정용 로봇 등 AI를 활용한 각종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AI 스피커의 확산을 기반으로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IT업계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주요 트렌드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