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푸드테크 시대, IT 활용한 ‘인조고기’의 등장…글로벌 식량난 해결 실마리
푸드테크의 무한 확장, '인조고기'를 아시나요?
(사진) 인조 쇠고기 햄버거.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늘날 글로벌 혁신의 원동력은 스타트업이다. 다양한 산업에 걸쳐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대개 신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소수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시장에 진입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혹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수록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색다른 분야에 접목하는 융·복합 트렌드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성장이 더딘 전통 산업에서도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려는 스타트업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처럼 스타트업의 탄생과 성장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융·복합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푸드테크(foodtech)가 중요한 혁신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푸드테크는 신기술을 바탕으로 음식 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음식 산업은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지만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I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음식과 관련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푸드테크의 미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푸드테크의 가장 대표적 비즈니스는 음식의 배달과 구입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손쉽게 음식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스타트업들이 급증했다. 이들 기업은 음식을 편리하게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물 자체를 혁신하려는 푸드테크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를 직접 제조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직접 가축을 대량으로 기르고 공장에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고기의 소비가 이뤄졌다. 유통 방식의 개선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이는 오랜 옛날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이들 스타트업은 IT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실제 고기와 식감이 흡사한 인조고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일 이들의 대담한 시도가 성과를 거둔다면 음식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패트릭 브라운 스탠퍼드대 교수는 2011년 임파서블푸드라는 인조고기 제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는 쇠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것이 고기의 핏 속에 있는 헴(Heme)이라는 단백질 분자라는 사실에 착안해 이를 활용하면 실제 쇠고기와 맛이 거의 유사한 인공 고기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창업에 나서게 됐다.
푸드테크의 무한 확장, '인조고기'를 아시나요?
(사진) 인조고기의 원료가 되는 식물성 재료. /임파서블푸드

◆식물·소 줄기세포 활용한 인조 쇠고기

임파서블푸드는 식물성 재료에 헴 분자를 첨가해 쇠고기 맛을 내는 인조고기를 만들었다. 임파서블푸드는 2016년 인조고기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라는 햄버거를 뉴욕에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오클랜드에 매월 400만 개 이상의 햄버거용 패티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설립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실리콘밸리의 많은 투자자들이 거액을 투자하는 등 임파서블푸드는 인조고기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교수가 설립한 모사미트라는 스타트업도 임파서블푸드와 마찬가지로 인조 쇠고기를 개발하고 있다. 모사미트는 소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조고기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투자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모사미트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인조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를 발표해 큰 화제를 낳았다. 모사미트는 인조고기의 생산 비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앞으로는 슈퍼마켓에서도 인조고기를 손쉽게 구입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멤피스미트라는 스타트업은 칠면조·닭고기와 유사한 인조고기를 선보였는데, 멤피스미트의 인조고기를 맛본 사람들은 진짜 고기와 별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유와 달걀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있다. 인조 단백질 기술을 개발하는 단체 뉴하베스트는 인조 우유 제조업체 무프리와 인조 달걀 제조업체 클라라푸드를 설립했다. 무프리는 우유 안에 있는 단백질을 효모를 이용해 생산하는 기술로 인조 우유를 만들고 있고 클라라푸드는 효모를 활용해 달걀에 포함돼 있는 것과 흡사한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이 축산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게 된 것은 최근 축산업의 변화와 관련 깊다. 전 세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축산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이를 충족하기 위한 가축의 생산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70% 이상이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비율 또한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발전에 따른 소득수준 개선 및 식생활의 서구화로 축산물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충분한 사료를 공급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결국 곡물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져 비싼 가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양의 곡물을 구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축산물 유통의 위생도 주요 요인이다. 먹거리의 안전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가축을 사육 및 가공하는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최근 브라질에서 썩은 닭고기가 수출되는 등 축산물의 위생 문제가 큰 논란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깨끗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조고기를 만드는 기업은 엄격하게 관리되는 깨끗한 공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타트업들의 노력이 글로벌 환경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축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있고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산림 파괴 및 토양과 수질오염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가 소비하는 축산물을 첨단 기술의 능력으로 제조할 수 있다면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푸드테크의 무한 확장, '인조고기'를 아시나요?
(사진) /KT경제경영연구소.

◆식량난 해결 가능성, 아직은 실험 수준

스타트업들의 행보가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인조고기가 당장 활발하게 유통되기는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미래 인조고기의 성공을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스타트업들의 기술 수준이 실험실 차원의 단계이므로 완벽하게 고기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실제와 흡사한 인조고기를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기 본연의 맛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일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축산업을 새롭게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인조고기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선보인 첫 인조고기 햄버거는 생산비용이 무려 33만 달러(약 4억원)였다. 멤피스미트가 만드는 인조고기 1파운드의 생산비용 역시 90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조고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훨씬 낮은 가격에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스타트업들도 이를 인지하고 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단시일 내 시중에 유통되는 고기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조고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스타트업의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식량 문제는 미래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각국 정부에서도 푸드테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술의 한계로 우수한 맛과 생산성을 갖춘 인조고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이전보다 훨씬 발전했다. 따라서 음식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글로벌 경제의 성장은 전통적인 먹거리 산업의 발전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푸드테크는 이제 막 태동한 분야라는 점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인조고기를 비롯해 더욱 다양한 종류의 식량을 첨단 기술로 혁신할 가능성이 높다. 자연에 가까운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스타트업들의 대담한 노력이 향후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가 스타트업업계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