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136호 (2017년 09월 06일)

영리한 시장조사, 빅데이터가 필요한 이유

[트렌드 = 빅데이터]
불확실한 여론조사 넘어 ‘시장조사·투자 전망·주가 예측’ 등 빅데이터 활용 범위 무한대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기업이 시장조사를 하는 이유는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험하지 않은 것은 잘 모른다.

결국 시장조사의 목적은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다. 기존 조사 방식이 언어를 통한 소비자의 논리적 사고만 파악한다는 점에서 실제 결과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도 확률을 전제로 하는 숫자일 뿐 절대적인 숫자나 수치가 아닌 통계적 기법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추정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자가 늘면서 10% 이하의 저조한 응답률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응답률이 낮은 조사가 무조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표본에 대한 의구심이 남게 된다.

빅데이터로 사회적 갈등 해결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영구 중단할지, 아니면 재개할지 판가름하기 위해 기존의 여론조사 대신 공론 조사로 결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론화 추진이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갈등 사안을 해결해 나가는 데 공론 조사가 하나의 중요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 국가에서 모든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전 국민의 표본 집단을 추출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시민 배심원의 토론을 거쳐 숙성된 결론에 달려 있다.

당초 건설 백지화가 대선 공약이었지만 공정률 등을 고려해 다시 한 번 국민의 의견을 듣고 공론 조사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자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 조사는 앞으로 국가적 갈등 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시범 사례가 될 것이다.

공론 조사는 1988년 제임스 피시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특정 이슈를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 일반인에게 의견을 묻는 기존 여론조사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정 이슈를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 일반인에게 의견을 묻는 기존 여론조사 방식은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정 이슈에 무지했던 일반인들이 정보 습득과 토론 등 공론화 절차를 거치면서 숙고된 여론인 ‘공론’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론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것’을 뜻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이뤄지는 일정한 의견을 말한다. 특히 이번 공론 조사에서는 의제 선정이나 설문 항목 선정에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한다.

신고리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국민들은 ‘공론화제언방’에 탈원전과 관련한 많은 의견을 올리고 있다.

해당 게시판의 데이터를 수집해 빈도 추이와 연관어 분석을 통해 국민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키워드들을 확인해 보면 원전·에너지·발전소·탈원전 등과 같은 단어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서 나타나는 의견을 분석하면 ‘안전’이나 ‘우려’, ‘논란’ 같은 단어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의 진짜 의중 찾는 법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여론조사는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사상 최대 규모인 1000만 명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알프 랜든의 승리를 예측했다.

하지만 시장조사 전문 업체인 조지 갤럽은 5만 명의 표본조사만으로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결과는 갤럽의 승리였다. 비밀은 표본 추출에 있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가 표본을 대충 골라 조사한 것과 달리 갤럽은 전체 인구에서 무작위로 선거인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후로 각 여론조사 기관은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표본의 크기보다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 여론조사는 크게 네 가지 방식이다. 전화 면접, ARS 자동 응답,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조사 등이다. 이 중 ‘어느 방식이 더 정확한지’는 업계의 오랜 화두이자 논란이다.

각 기업의 시장조사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시장조사는 효과가 없는 것이 많다.

사전 조사에서 팔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 물건이 대박 나는 것도 많고 대박 날 것으로 예측된 물건이 전혀 팔리지 않는 것도 허다하다.

신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를 물으면 꼭 사겠다고 응답했다가도 막상 구매 시점에서는 사던 물건을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행동을 보이는 언행 불일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먼저 생각하다 보니 조사 때는 찬성했다가도 실제로는 반대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SNS가 발달하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SNS에 노출된 자신의 모습과 현실 세계에서의 행동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무언가를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것을 원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지”라며 시장조사를 잘 믿지 않았다고 한다.

습관은 각 개인의 과거 경험으로부터 생겨난 행동 경향이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 습관화되면 의사결정이 매우 편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 번 형성된 습관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조사를 하든 하지 않든 중요한 요소는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다.

파산 위기에 처한 레고가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가’에서 ‘아이들이 왜 노는가’로 질문의 관점을 바꿨더니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까지도 적극적인 소비자로 끌어들인 사례가 있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복잡한 형태의 건물이나 기계장치를 만들고 이를 자랑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이후 레고는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장난감으로 잡았던 제품 콘셉트의 방향을 수정해 복잡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내 재기에 성공했다. 

영리한 시장조사, 빅데이터 

기존 시장조사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시장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표본을 추출하지 않고 모집단 전체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소비자의 행동이나 사회 분위기, 문화와 같은 소비자가 의식하지 않는 영역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판단하기 때문에 언어를 통한 소비자의 논리적 사고만 파악하는 기존 시장조사보다 소비자의 속내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직접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대신 그들의 행동 양식을 직접 관찰하고 연구, 그 안에 숨겨진 이유와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에 대한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투자 전망이나 주가 예측까지 시도되고 있다. 미국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분기별 구글 검색량과 매출액은 거의 유사하게 나타난다.

특정 기업에 대한 검색량이나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빅데이터상에서 높게 나타나면 상품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결국에는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또 주가 상승으로 연계된다.

국내에도 주요 상장기업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시장심리지수(MSI)’를 7단계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시장의 과열 혹은 침체 정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지금은 원하는 정보만 선택해 보는 시대다. 생각을 만드는 재료인 정보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일반화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에게 직접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대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이유와 진실을 기업 스스로가 찾아내야만 한다.

소비자의 겉모습에 속지 않고 숨은 속내를 밝혀내는 ‘영리한 시장조사’, 빅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 종로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8월 17일 김지형 위원장이 5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론 조사를 통해 여론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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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9-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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