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CEO의 세 가지 키워드…기민한 조직 만들기·스타트업과 공존·실패 용인

최근 3년 사이에 수많은 과학기술이 빠르게 상용화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연결된 센서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초연결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상태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은 서로 시너지를 통해 유례없는 혁신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업의 조직과 운영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의 움직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쓰나미 같은 변화를 경험하겠지만 그 누구보다 먼저 이 변화를 경험할 사람은 바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 발전으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경쟁자가 튀어나오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 CEO가 내리는 결정은 단순히 기업의 성패뿐만 아니라 그 운명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약탈자’가 될 것인지, ‘디지털 희생양’이 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CEO가 꼭 명심해야 할 세 가지 키워드에 대해 알아보자.

◆팀을 잘게 쪼개 변화에 빠르게 대응

기업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을 들여오는 것이다.

첫째, 대마불사라는 자본집약 시대의 성공 방정식은 잊어야 한다. 예전엔 기업의 몸집을 키우면 불확실성까지 포용해 지속 성장이 가능했다. 반면 요즘처럼 예측이 어렵고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몸집이 크면 오히려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무작정 직원 수만 줄이는 것은 하수나 할 일이다.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적정 직원 수를 유지하면서 조직을 기민하게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방대한 조직을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조직을 잘게 자르고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자율 운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팀당 9명 이하 수준으로 운영하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스타트업과도 속도 경쟁이 가능하다.

사회주의 국가의 대표적 관료 회사인 중국 하이얼은 8만 명의 직원을 2000개의 자율경영팀으로 조직하고 고객의 니즈에 기민하게 대응해 가전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란 평을 받는다.

유럽의 대표적 금융회사인 ING는 ‘애자일 모델’을 도입했다. 애자일 조직 운영은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 있으면 관련된 사람이 한데 모여 소규모 팀을 만들고 과제에 집중해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 운영 방식이다.

ING는 부서를 13개로 나누고 부서당 9명으로 구성된 팀을 350개의 애자일 팀으로 구성했다.

ING는 이 같은 조직 운영으로 직원의 몰입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 조직과 기능 조직이 서로 씨줄과 날줄처럼 조화를 이뤄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는 중이다. 기존 매트릭스 조직과 달리 수평 조직화를 통해 다양한 이슈를 임원급 코치 제도를 활용, 원만히 해결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기하급수 기업’

둘째,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 가치 기준으로 창업 후 10억 달러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즉 1조 클럽 도달 시점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포천 500대 기업’은 1조 클럽 도달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반면 구글 8년, 페이스북 5년, 테슬라 4년으로 1조 클럽 도달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우버와 왓츠앱은 약 2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스냅챗과 오큘러스리프트는 이보다 더 짧은 기간에 1조 클럽에 도달했다.

이처럼 급속하게 성장하는 조직을 ‘기하급수 기업(exponential organizations)’이라고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파괴적 혁신 기술 때문인데, 쉽게 말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모든 혁신을 말한다.

우리는 현재 기하급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식의 파괴적 혁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신생 회사든 오래된 회사든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은 별로 없다. 스스로 파괴적 혁신자가 되거나 다른 회사에 파괴당하거나 둘 중 하나다.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여기저기서 불쑥 나타나는 파괴적 혁신 스타트업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동종업계에서만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에서 조용히 출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서 싸우는 것은 대부분의 업종에서 별로 좋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과 손잡고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고객과 시장에 한결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개발 프로세스인 퍼스트빌드(first build)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200명 수준의 미국 로컬모터스와 협력했다.

로컬모터스는 3D 프린터 등을 활용하고 외부 커뮤니티 활용을 극대화해 기존 자동차 제작 기간을 무려 70% 이상 단축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발맞춰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신속하게 선보이기 위해 소규모로 움직이는 마이크로 팩토리를 세운 것이다.

퍼스트빌드 프로그램은 작은 실험용 공장이다. 조직 구성원의 아이디어 가운데 의미 있다고 판단된 것을 실험용 공장에서 소규모로 생산해 시장 성공 가능성을 미리 타진해 본다. 성공 가능성이 낮으면 빨리 폐기하고 다른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제품이 샘플 시장에서 가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전체 제작을 위한 과정으로 이전된다.

스타트업 기업에 자본을 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초일류 기업도 스타트업 기업으로부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배우려고 한다.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을 '혁신 기업'으로 키운 방법
◆혁신 위해선 실패가 필수

셋째, 끊임없는 혁신을 위한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혁신 기업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아마존의 성공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아마존이 스마트폰 확산 전인 2007년 시작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웹페이’는 수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국 2014년 서비스가 중단됐다. 아마존은 또한 2년간 공들인 자체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출시했지만 소비자의 외면으로 1억7000만 달러의 손실을 남긴 채 관련 사업을 접었다.

아마존은 2015년 ‘아마존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지역 호텔 예약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에어비앤비 등에 밀려 6개월 만에 손을 뗐다. 이 밖에 ‘아마존 월렛(결제)’, ‘아마존 뮤직 임포터(음악 재생 플랫폼)’, ‘아마존로컬(부동산 정보)’ 등 실패한 사업이 상당하다.

아마존의 이런 다양한 실패는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조스 회장은 “큰 성공은 수십 번의 실패가 쌓인 뒤에야 온다”며 “CEO로서 내 일 중 하나는 직원에게 실패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마존의 파이어폰 개발팀은 처절한 실패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인 ‘에코’를 출시해 ‘알렉사’란 서비스로 대박을 터뜨렸다. 영미권에선 알렉사의 편리한 서비스로 운영체제(OS)가 텍스트 기반에서 음성 기반으로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아마존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의 니즈를 음성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비전 인식이 가능한 ‘에코룩’이 그것이다. 에코룩은 고객의 스타일링까지 조언해 주면서 패션 산업을 넘보고 있다.

베조스 회장은 “성공을 목표로 하면 거기서 멈춰 버리지만 실패를 목표로 하면 실패할 때까지 끊임없는 혁신과 변혁이 일어난다”고 강조하곤 한다.

지금의 아마존은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얻겠다는 편집광적 조직 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마존은 2017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라기보다 가장 편하게 실패하는 회사로 만들고자 합니다”라고 적었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글로벌 평균보다 다소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이러한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이 솔선수범해 의미 있는 실패에 대해 용인하고 보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