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올림픽’으로 앞서간 한국, 중국도 천문학적 자금 쏟아붓고 일본은 재도약 노려
평창의 ‘LED 비둘기’…한·중·일 ‘5G’ 전쟁을 알리다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 칼럼니스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하늘에 평화의 상징인 하얀 비둘기가 날았다. 하지만 이번 비둘기는 우리가 알고 있던 비둘기가 아니었다.

1200명의 평창 주민들이 들고 있던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만들어진 비둘기였다. 그리고 이 비둘기는 5G의 기술을 통해 두 마리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비둘기로 조금의 지연도 없이 변화하면서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평창올림픽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바로 ‘5G 올림픽’이라는 첨단 정보기술(IT) 올림픽을 뜻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후원 통신사인 KT는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 서비스라는 부분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개막식에 선보인 LED를 통한 비둘기의 형상화에서부터 다양한 경기 화면을 5G의 특징인 초저지연과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통해 ‘싱크 뷰’나 ‘360 VR 라이브’, ‘인터랙티브 타임 슬라이스’와 같은 서비스를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도대체 왜 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의 스포츠 경기에 5G 기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5G 표준화 선점을 위해 날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올림픽의 성공 개최만큼이나 통신 서비스 시장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KT의 5G 최초 상용화 서비스다. 사실 이번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KT의 5G 기술은 기존 4G 롱텀에볼루션(LTE)망에 5G망을 추가하는 5G NSA(Non Stand Alone) 무선 접속 기술 표준에 따라 만들어졌다.

쉽게 얘기하면 기존 LTE와 5G를 하나의 망으로 묶어 마치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즉 평창에서의 5G는 5G 네트워크만으로 운영되는 완전한 의미의 5G 표준 서비스는 아니다.

올해 6월 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 주관으로 만들어질 ‘5G SA(Stand Alone)’가 유·무선망 모두를 5G로 이용할 수 있는 완성된 형태의 5G 네트워크 표준이 확정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5G NSA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NSA 역시 SA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고 이미 무선망에서 5G를 시연하고 상용화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표준 기술에 대한 상용화 선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통신 사업자를 비롯해 중국·일본·미국·유럽의 통신 사업자들 모두 5G의 최초 상용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5G 통신의 기술 표준을 선점하고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글로벌 통신 시장의 파워 게임이 숨어 있다.

특히 이번 5G 표준은 앞선 통신 표준과 달리 글로벌 통신 사업자 모두 단일 표준을 주장하고 있고 이러한 단일 표준은 결국 선점에 의한 경쟁력 확보가 그만큼 중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5G의 시작은 한국이 끊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아직까지 글로벌 표준이 선정되기 전 5G의 상용화 기술을 글로벌 통신 시장에 선보이며 통신 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한국은 과거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을 비롯해 3세대 였던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4세대인 LTE까지 세계 최초로 상용화와 함께 전국망을 보급함으로써 통신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굳혀 왔다.

그에 따른 가치는 컸다. 다양한 표준 통신 기술을 해외시장에 수출할 수 있었고 최첨단 통신 기술과 맞물린 서비스 역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5G에서는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이웃 나라들인 일본과 중국이다.

중국은 네트워크 변화에 따른 자국 산업의 이득을 많이 본 나라다. 특히 4세대 통신인 TD-LTE를 독자적으로 국가 표준으로 삼고 기술 개발을 추진했고 결국 그에 수반되는 네트워크 기술이나 장비, 통신 칩과 같은 직접적인 산업뿐만 아니라 통신망에 연결해 쓰는 단말기와 같은 간접적인 요소에서까지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을 이어 가고 5G 역시 표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5G 상용 서비스를 위해 이미 중국 내 시범 서비스 지역을 선정하고 6GHz 이하(Sub-6, 서브 식스) 대역에서 표준 주파수를 일찌감치 공고하고 5G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9년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계획하에 정부는 물론 화웨이나 ZTE와 같은 통신 장비 업체에서부터 차이나모바일과 같은 통신 사업자들까지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5G 굴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5G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삼고 상용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물론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와 학계 모두가 준비 중이다.

사실 일본은 통신 표준이나 기타 기술 분야에서 일본 독자 표준을 만들고 사용해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스스로를 고립한 ‘갈라파고스’화를 겪은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5G 표준 선정에서는 이웃 나라인 한국이나 중국과 교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을 보면 과거와 달리 5G의 표준 상용화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서로 경쟁하며 세계 최초의 상용화 서비스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실 소비자에게는 5G 시대가 온다고 당장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일단 영향을 가장 크게 줄 수 있는 ‘5G 스마트폰’의 출시 여부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국망으로 5G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단말 개발 업체로선 기존 LTE와 5G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단말을 만들어야만 한다.
평창의 ‘LED 비둘기’…한·중·일 ‘5G’ 전쟁을 알리다
◆한·중·일, 다른 듯 같은 5G 전략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두 가지 통신의 주파수를 모두 지원하기 위한 안테나 설계 등의 부분이 고려되면 우리가 최근에 봤던 콤팩트한 디자인의 제품으로는 제품 개발이 어렵다. 더구나 두 가지를 동시에 지원하는 통신 칩 또한 아직까지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고 일러야 2019년 상반기에나 시장에서 볼 수 있다.

통신 사업자로선 당장 수익을 확인할 수 있는 B2C 시장의 확대가 최우선이겠지만 5G의 기술적 특성상 향후 기존 LTE와 달리 B2B나 B2G 시장 같은 더 크고 롱테일한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정부 그리고 해당 각국의 기업들 역시 이러한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정부는 물론 통신 회사에서 5G를 통한 초연결 세상 만들기를 위해 표준 기술 선점을 통한 관련 서비스와 파생 기술,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기존에 LTE는 기술이 먼저 개발되고 통신 인프라가 만들어진 이후 그에 맞는 서비스와 생태계가 조성됐다면 5G는 통신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부터 서비스와 생태계를 구상하고 생태계를 지원하는 형태로 5G가 갖춰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5G가 적용되는 범위를 스마트폰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4K(4000화소)나 8K(8000화소) 이상의 고화질 TV에서부터 가정 내 사용하는 모든 가전 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 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카, 이와 연동되는 도로 교통 서비스 같은 V2X, 이러한 모든 것들을 포함하는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팩토리,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 관리 시설, 긴급 재난 상황에 대한 대응 등과 같이 모든 사물을 5G라는 네트워크 위에서 연결하는 새로운 개념의 생태계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와 생태계는 기존 제조업이나 산업에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 모두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기회를 잡을 자, 누구일까.

☞5G, 너는 누구냐?

최근 일상생활에서 5G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5G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언급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4G LTE보다 빠르다고 하는데 얼마나 빠르고 어떤 특징이 있고 5G가 실제 상용화되면 어떤 서비스들이 가능해지는 것일까.
우선 5G에 대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내린 정의를 살펴보면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인 이동통신을 말한다. 또한 반경 1㎢에 100만 개 이상의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접속이 가능해야 하고 전송 지연 속도 역시 1ms(밀리세컨, 1000분위 1초)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초저지연 초고속 대용량의 통신이 가능하게끔 하는 네트워크다.

이러한 통신 서비스가 실현되면 자율주행차 간이나 차대 도로 간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져 실질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시속 100km로 주행 중인 자동차가 초당 28m로 이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LTE-A의 이론상 통신 속도인 500Mbps (LTE는 76Mbps), 응답 시간(Latency) 30ms를 고려했을 때 통신이 도달해 자동차가 반응하고 정지하는 데까지 84cm의 거리가 필요하다. 거의 1m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5G는 2.8cm의 거리로 거의 이동 없이 실시간으로 반응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초저지연의 특징뿐만 아니라 초고속의 전속 속도와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는 향후 스마트 시티나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대량의 IoT의 접속뿐만 아니라 실시간 홀로그램이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그리고 8K의 초고화질 콘텐츠를 전송하고 양방향 실시간 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