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결제 서비스·스마트 슈트·다이니스 에어백…안전성과 경기력 높여
‘ICT 올림픽’ 만들어낸 웨어러블 정보기술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지난해 7월만 해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외로운 섬이었다.

문화체육부가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5%에 불과했고 올림픽을 직접 관람하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는 8%에 그쳤을 정도로 ‘골칫거리’였다.

이뿐일까.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때 미국과 프랑스가 불참을 시사하는 모양새였고 러시아는 도핑 문제로 불참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은 많은 논란과 염려를 불식하고 역대 최고의 올림픽으로 기록되며 막을 내렸다. 92개국에서 2920명의 선수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동계올림픽으로 치러졌고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또 평창올림픽은 정보기술(IT) 올림픽이기도 했다. IT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발전된 기술을 마음껏 뽐낸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자국의 IT를 활용한 스포츠 발전을 과시하는 장이었다.

올림픽에서 개최국의 IT를 뽐내는 것은 비단 평창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평창 올림픽이 자랑하는 첨단 기술은 무엇일까.
‘ICT 올림픽’ 만들어낸 웨어러블 정보기술
◆헬멧과 슈트에 부착된 IT

평창 올림픽이 자랑하는 5대 기술은 5G·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초고화질(UHD)·가상현실(VR)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5G는 다른 기술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기반 기술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5G 외에도 주목해야 할 만한 기술이 많다. 특히 웨어러블 시장은 다양한 IT가 사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중요성이 많이 부각되지 않았다.

먼저 웨어러블 결제 서비스는 편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현장에서 구매하는 데 시간을 줄여줬다. 장갑·배지·스티커 등 17종류의 사물에 탑재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 비자카드에 적용돼 올림픽 경기장 내 상점에서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 과정에는 NFC 기술과 결제를 대행하는 밴(VAN), 단말기 등이 동시에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발생되기 쉽다. 이번 올림픽에서 성공적으로 등장함으로써 향후 웨어러블 결제 서비스의 시장을 밝게 했다.

한국이 선보인 기술 이외에 올림픽에 참여한 각국 선수단과 기업이 선보인 첨단 기술도 눈여겨볼 만하다. 먼저 올림픽 개막식으로 가보자. 개막식 리허설 당시 체감온도가 섭씨 영하 23도까지 떨어져 큰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개막식 당일 체감온도는 섭씨 영하 10도 정도여서 행사를 진행하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미국 선수단은 동계올림픽의 특성상 추위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좌우할 수 있으므로 발열 기능이 있는 스마트 섬유로 만든 디지털 웨어러블을 선보였다. 열을 발생시키는 핫 팩과 같은 온열 장치를 덧댄 것이 아니라 섬유 소재가 직접 전기로 발열하는 최첨단 기술로 섬유 형태이기 때문에 무게나 옷 모양 등에서는 일반 의류와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완전 충전하면 따뜻함이 약 11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의 ‘스마트 슈트(Smart Suit)’는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이 슈트의 특징은 5개의 센서를 내장하고 있어 선수들의 자세·속도·위치 등을 mm 단위로 추적하고 몸을 굽히거나 폈을 때 엉덩이에서 얼음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준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과는 코치의 갤럭시 S8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이들의 자세가 최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코치는 애플리케이션 내 버튼을 눌러 선수들의 손목에 진동을 보낸다. 선수들은 이 같은 신호를 토대로 자세를 즉각 교정할 수 있다.

이 선수들이 입는 의류에는 다섯 개의 센서가 부착돼 있어 몸의 움직임과 자세 등 각종 신체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이 스마트 슈트는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이 자국 쇼트트랙 국가 대표 코치인 예룬 오터, 행동 과학자와 협력해 훈련용으로 맞춤 제작됐다. 실제 올림픽에서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코치진은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분의 1초를 다투는 경기에서 이러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의 잘못된 동작을 일일이 수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룬 오터 코치는 “올림픽 스포츠, 특히 쇼트트랙은 ‘밀리미터’의 디테일이 요구되는 종목”이라며 “지금까지는 얼마나 몸을 숙이거나 펴야 하는지 감에 의존했지만 삼성 스마트 슈트를 통한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자세를 효과적으로 정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생 유명 브랜드인 언더아머도 미국 스피드 스케이팅 팀에 최첨단 경기 복장을 제공함으로써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공기역학을 활용한 디자인과 비대칭 이음새(seam)를 적용함으로써 공기의 저항을 줄인다고 한다.

활강 스키는 최대 속도가 시속 150km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내기 때문에 자칫 작은 실수가 선수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위험한 스포츠다. 헬멧 제작으로 유명한 자이로는 알파인 스키 선수들의 머리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헬멧을 미국 팀에 공급했는데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는 시야각을 최대한 확보한 헬멧을 제공함으로써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활강 스키의 특성상 아래로 내려가면서 끊임없이 좌우를 살펴봐야 하는데 기존의 헬멧은 시야각을 방해하므로 계속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야 했지만 이번에 소개된 헬멧은 유선형의 유려한 디자인으로 시야각을 충분히 확보해 선수가 고개를 많이 돌리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어 활강 시간도 줄이고 사고 위험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이 밖에 안전에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제품으로 다이니스 에어백이 있다. 이 에어백에는 일곱 개의 센서가 있어 넘어질 때 자동으로 에어백이 부풀어 스키 선수들의 사고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은 분명히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양한 최신 기술이 소개되는 올림픽 경기에서 노르웨이의 선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메달 14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1개로 총 39개의 메달을 획득해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 선수단의 우승 비결은 스포츠의 대중화다.
‘ICT 올림픽’ 만들어낸 웨어러블 정보기술
◆기술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선물

노르웨이는 어린이들이 지역 팀에서 운동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운동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열세 살이 되기 전까지 점수를 매기는 행위를 금지한다.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하되 경쟁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가기를 원하는 것이고 선수보다 사회인으로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정책에 기반 한 것이다.

노르웨이가 비록 그들만의 첨단 기술을 선보이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스포츠를 즐기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올림픽이 우리에게 전해 주려는 교훈이다.

최첨단 전시장이었던 평창 올림픽이 혁신 기술과 서비스로 우리를 즐겁게 만들었듯이 이제 우리는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김으로써 올림픽이 전해준 교훈을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선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