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IT 접목 에너지 산업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는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지구를 살리는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사진) 테슬라는 2016년 11월 솔라시티 합병 직후 남태평양 미국령 아메리칸사모아의 타우섬에 필요한 전력의 거의 100%를 솔라시티의 태양광 패널과 테슬라의 저장 배터리를 통해 24시간 공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21세기 들어 지구가 심한 몸살을 겪고 있다. 통상 ‘지구의 삼중고(트릴레마)’로 불리는 자원·에너지·환경 위기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가채연수(가채 매장량을 현재의 산출 수준으로 채굴할 때 소요되는 연수)는 석유 53년, 가스 55년, 석탄 115년 수준이다. 반면 에너지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해 2030년이 되면 2011년 대비 40%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이 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부를 재앙

지구의 평균온도는 관측을 시작한 1850년대부터 지금까지 섭씨 약 1.5도 상승했다. 대부분은 ‘겨우 1.5도 상승했는데 무슨 호들갑이냐’는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이 환경에 미친 영향은 심각하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웁살라 지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완벽한 빙하 지대였지만 지금은 스위스에서나 봄직한 산악 호수 지대로 바뀌었다. 남태평양 피지 서쪽의 투발루는 9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진 국가인데, 2000년께 공항이 있는 섬마저 물에 잠기면서 ‘국토 포기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미국 백악관 앞에서 투발루의 대통령이 1인 피켓 시위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가속화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폐해를 막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범지구촌의 협의가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을 통해 체결된 지 2년이 지나고 있다.

신기후변화 대응 체제인 파리기후협정의 주요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대기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현재 대비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데 195개국 정상이 서명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 측면에 대한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발전, 에너지 안보 및 에너지 형평성에 대한 이슈가 지구촌이 직면한 에너지 삼중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발전, 전기자동차,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등 스마트 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스마트 에너지, 즉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된 새로운 에너지 사업으로 당면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은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으로 구성돼 있다. 에너지 관련 수많은 데이터는 IoT를 통해 수집해 실시간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계산된다. 이 데이터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주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에너지 종합 운영 센터(E-ToC)를 통해 원격으로 에너지의 생산·소비·거래를 최적화할 수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고객을 한곳에서 관리·운영하고 특정 고객을 확보하면 그 이후부터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비율이 36%를 넘어가면서 특정 시간대의 전력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해당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했던 고객은 MWh당 50유로를 돌려받았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저탄소 녹색시대

세계에너지협회(IEA)는 2040년께 신재생 에너지가 최대 발전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태양광발전의 그리드 패러티(신재생 에너지 발전 단가와 기존 화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동등해지는 균형점)가 2~3년 내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2030년엔 석유 수요가 피크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전통적 전력 회사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통신·자동차 회사도 뛰어들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집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가정용 에너지 관리 시스템(HEMS)’ 솔루션을 출시했고 소프트뱅크는 일본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수백 MW의 태양광 발전소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6년 4월부터 전력 판매가 민간에 개방됨에 따라 통신사들이 통신과 전력을 결합해 현지 최대 전기·가스 공급 업체인 도쿄전력의 요금보다 낮은 가격에 전력 서비스를 공급 중이다.

테슬라는 2016년 사명을 테슬라모터스에서 테슬라로 바꾼 뒤 태양광 업체인 솔라시티를 인수해 기와 모양의 태양광 패널 및 가정용 전기 저장장치(ESS)인 파워월(Power Wall)을 출시했다.

이처럼 에너지 산업의 판이 바뀌는 상황에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당장 실천해야 한다.

첫째, ICT가 접목된 에너지 트렌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면서 지능형 클라우드 태양광발전과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출몰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발전의 70%는 중소형 규모로,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발전 효율의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태양광발전을 하고 있는 소규모 단지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한 후 태양광 모듈의 발전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유사한 태양광발전 단지를 비교 분석하면 패널의 장애 예측이 가능하고 유지 보수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발전 용량이 작아 전력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없던 소규모 자원을 모아 거래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가능해진다. 이것이 필자가 제시한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을 활용한 하나의 모델이다.

둘째, 변화하는 시장에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 이제는 빅데이터 시대다. 한반도 전체에 적용 가능한 방안으로,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에너지 소비 최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대규모 용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유형 간 상관관계도 포함한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소비 최적화를 위한 노력이 각 에너지원별로 진행돼 왔던 반면 전기·가스·열을 포괄하는 에너지 소비 최적화에 빅데이터가 활용돼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 소비 줄이기 위해 동기부여해야
지구를 살리는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표)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자료 :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

비기술적 요소, 예를 들어 심리학과 사회학적 요소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에는 자동화한 기술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소비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소비를 줄여야 하는 동기만 부여된다면 적극적으로 그리고 스스로 소비 절약을 시행한다고 한다.

실제 K-MEG(한국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과제를 통해 서울시 구로 디지털단지의 11개 건물을 대상으로 2년간 테스트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알기만 해도 평균 8%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에너지 관리의 방법론은 기술적 융합을 넘어 인문학과의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에게 어떻게 소비 패턴을 정확히 알려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혹은 어떤 동기로 소비자가 소비 절약에 관심을 갖게 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기술적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소비 최적화의 핵심이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전기 공급 회사의 소비자 정보(소비량과 월별 요금 등)를 개방한 결과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생겨났던 IT 벤처 기업들이 어느덧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인터넷이라는 개방형 통신 플랫폼이 그 밑바탕이 됐다.

이제는 전기·가스·열을 포함하는 에너지 소비 정보를 개방형 플랫폼에서 공유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거나 자신들의 데이터를 합쳐 분석하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면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한국은 한국전력이 중심이 돼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 미터기를 2020년까지 총 2250만 대 규모로 보급할 계획이다. 국내의 가정과 소규모 상가가 사용하는 전기는 전체의 20% 수준이다. 여기에서 10%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으면 원자력발전소 2기와 맞먹는다. 나아가 태양광발전과 건물용 ESS가 보급되면서 전통적으로 에너지를 소비만 하던 주체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프로슈머로 변신하고 있다.

지능형 계량,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등 필요한 기술은 무르익었다. 에너지 삼중고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을 잘 활용해 국가 차원의 에너지 최적화를 실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