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센서 통한 자율주행만으로 부족…차량과 사물간 통신 ‘테스트 베드’ 절실
우버 자율주행차의 실수, C-V2X라면 막았을까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 칼럼니스트]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통신망과 연결된 커넥티드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정보기술(IT) 거인들은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역시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를 비롯해 네이버의 네이버랩스와 같은 IT 기업과 통신 회사인 SK텔레콤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이 해당 분야의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고 있다.

구글·애플·테슬라·우버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면 자동차 내에 갖춰진 다양한 센서를 활용해 스스로 장애물·사람·도로 등을 파악하고 주행하는 기술 개발 부분에 중점을 둬 왔다.

여기에는 센서 장비인 라이다(LiDAR)·레이더·카메라와 같은 센서 장비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용되는 위성항법장치(GPS) 등이 탑재됐다.

이들 중 카메라와 레이더는 이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적용돼 있다. 예컨대 운전자가 정한 속도로 차량이 자동 운행하면서 앞차와의 간격을 알아서 조절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기능이나 충돌 위험 시 운전자가 제동장치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제동을 거는 ‘긴급 제동 시스템(AEB)’과 같은 기능들은 레이더와 카메라를 이용해 이미 많은 차량에 탑재돼 운전자의 안전 운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밖에 차로 이탈 시 운전자에게 경보를 주는 ‘차로 이탈 경보 시스템(LDWS)’이나 차량 이탈 시 자동차가 운전자의 조정 없이 스스로 주행 방향을 조절해 차로를 유지하는 ‘차로 이탈 자동 복귀 시스템(LKAS)’과 같은 기능들은 카메라만을 이용해서도 쉽게 구현 가능한 기술로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기본 탑재돼 있는 경우가 많다.
우버 자율주행차의 실수, C-V2X라면 막았을까
◆복잡한 환경과 복잡한 센서의 조합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는 모습이다.

미국도로교통안전청은 자율주행차의 기술 단계에 따라 등급을 구분했는데 앞서 언급된 다양한 ADAS 기능들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들은 레벨2 수준이다.

레벨2는 이미 많은 상용차 회사에서도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다양한 차량에 탑재해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주변에 이미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의 많은 자동차들이 다니고 있음에도 우리가 몸으로 자율주행의 편의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 수준의 자율주행이 단지 고속도로의 직선 구간과 같은 특정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덜 밟게 하거나 차로를 이탈했을 때 경고를 해주는 안전장치나 운전 편의 장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결국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불리는 레벨4 수준이 아니라면 일반 소비자들이 느낄 체감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완전 자율주행, 즉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이 출발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운행하는 수준을 위해 기존 ADAS에 적용된 레이더나 카메라에 더해 차량 주변의 환경을 실시간 3차원(D)으로 인식할 수 있는 라이더를 추가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눈·비가 내리거나 낙엽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식률이 저하되고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검은색은 레이저의 흡수율이 높아 그만큼 3D 인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더구나 우리가 처해 있는 실제 운전 환경은 훨씬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한다. 갑자기 폭설이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짙은 안개가 끼어 앞차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나 도로에 눈이 쌓여 차로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강한 바람에 낙엽이나 이물질이 차량 주변으로 날아드는 상황은 자율주행차가 가진 센서의 성능을 급격하게 떨어뜨리거나 방해할 수 있다.

또한 도로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보행자나 도로 공사를 위한 맨홀과 같은 부분들은 아무리 최첨단 센서의 조합이라고 하더라도 100%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인지 현재 개발 중인 레벨3나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바라보는 일반 소비자들의 시각은 운전에 대한 새로운 혁신의 기대와 함께 정말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만으로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심도 함께 따라다녔다.
우버 자율주행차의 실수, C-V2X라면 막았을까
(사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조사관들이 3월 20일 보행자 사망 사고를 낸 우버의 자율주행차를 조사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현실로 보여주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인근 도시인 탬퍼에서 3월 18일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하던 우버 차량이 첫 보행자 사망 사고를 냈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두운 환경에서 어두운 옷을 입고 보행하던 보행자를 우버에 탑재된 라이다나 레이더와 같은 첨단 센서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차량 내 센서 상호간 정보를 처리하는 솔루션에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구나 운전석에는 시험 운행의 안전을 위해 운전자가 탑승하고 있었지만 운전자 역시 자율주행이라는 부분에 의존해 전방에 대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서 결국 이러한 사고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완전한 자율주행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차량 자체가 주변을 탐지하는 센서뿐만 아니라 이보다 좀 더 넓은 범위에서의 도로와 주변 환경, 차량과 차량 간 상호 인식, 차량과 보행자 간 상호 인식의 중요성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V2X에 5G를 더하다

그래서 최근 자율주행차업계는 이러한 문제들을 자동차 자체에서만 해결하기보다 차량과 주변 환경의 연결을 통해 해결해 보자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자동차가 자율주행하기 위해 도로에 있는 다양한 요소와 소통하는 기술을 일컫는 V2X(vehicle to everything) 개념이다.

이러한 V2X 기술은 자율주행의 안전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짧은 거리에서의 차량 간 직접 통신이나 긴 거리에서의 통신망을 활용한 차량 간 통신은 차량 간 우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과 도로 인프라 간 통신을 통해 도로 내 공사 상황이나 사고 상황, 도로 주변의 다양한 인프라의 문제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자율주행차가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호등·가로등 등에 설치된 카메라 정보나 주변 차량의 센서를 통해 인지한 보행자 데이터는 무단 횡단이나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차량과 보행자 간 충돌 상황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율주행차 자체가 가진 라이다, 레이더, 열화상 카메라나 스테레오 카메라와 같은 센서들의 정보를 통한 모아진 1차적 자율주행을 위한 데이터 그리고 V2X를 통해 얻은 2차적 데이터들이 종합적으로 분석되면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꿈꾸는 완벽한 자율주행에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자율주행을 위한 도로 주행 테스트를 위해 일부 특정 구간이나 구역을 정하고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핀란드와 같은 일부 국가는 법률상 도시 전체의 실제 도로 구간 어디에서든 테스트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많은 업체들이 이러한 테스트 도로에서 수많은 센서가 탑재된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하며 데이터를 쌓고 이를 통해 좀 더 정교하고 안전한 운행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동차 자체의 자율주행 기술만을 시험하는 테스트 베드가 전부다. 최근 들어 퀄컴 본사가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화웨이가 있는 중국의 몇 개 지역에 이동통신망과 연계하는 5G 기반의 C-V2X(Cellular V2X)를 지원하는 테스트 베드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테스트 베드는 기존 IT 업체들이 자신만의 자율 주행차 기술을 개발했던 것과는 다르다.

도로 인프라나 차량 대 차량 그리고 차량과 사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 요소와 여기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나 우리가 지금까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요인들이 발견될 수 있다.

한국 역시 SK텔레콤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을 중심으로 이러한 V2X를 시험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의 테스트 베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중국·유럽 각국이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나 해당 국가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의 다국적 협력을 보면 한국의 자율주행과 관련한 경쟁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통신과 인터넷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통신 3사를 비롯해 글로벌 전자 회사와 자동차 회사 그리고 IT 서비스 회사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면 자율주행의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