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소스 멀티 유즈와 멀티 플랫폼 전략의 정점 ‘캐릭터 산업’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올해 4월 4일부터 6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콘텐츠 분야 일본 최대의 전시회이자 콘퍼런스인 ‘콘텐츠 도쿄 2018’이 개최됐다.

2017년 1418개의 전시 업체와 36개국에서 3만8746명의 관객이 참석했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1540개의 전시 업체와 약 4만8000명의 관객이 참석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른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 박람회다.

원래 이 박람회는 캐릭터 라이선싱을 전문으로 하는 콘텐츠 라이선싱 박람회였다. 캐릭터 라이선싱은 캐릭터에 지식재산권(IP)이라는 배타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캐릭터를 이용한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로 시장 범위를 넓혔다.

‘콘텐츠 도쿄 2018’은 이제 콘텐츠 라이선싱과 관련된 제작·배급·마케팅 등을 다룰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같은 실감 미디어와 인공지능(AI) 분야까지 아우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번 ‘콘텐츠 도쿄 2018’에서도 AI 관련 업체가 300여 곳, 실감 미디어 관련 업체가 150여 곳 이상 참여할 정도로 콘텐츠 확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향후 캐릭터 라이선싱은 어떻게 진행될까. 캐릭터 라이선싱 관련 비즈니스를 전문으로 하는 박람회를 통해 보면 ‘확장·연계·기술’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사례를 찾아보면 대표적으로 국내 메신저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들 수 있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모회사 뛰어넘은 자회사의 이익률

최근 발표를 보면 2015년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분사한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는 불과 2년 만에 연매출이 각각 1000억원에 육박했다.

라인프렌즈는 2015년 341억원의 매출이 2017년 918억원으로 배 이상 뛰었고 카카오프렌즈는 2015년 103억원에서 2017년 976억원으로 2년 새 열 배 가까이 뛰었다. 영업이익률이 25.9%에 달해 모회사의 8.4%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높다.

메신저 서비스 업체가 이렇게 캐릭터 사업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은 메신저에서 제공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져다주는 친밀감과 이에 따른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2017년 말 기준 카카오톡에서 이용자들이 매달 주고받는 이모티콘 수는 약 20억 개다. 이는 2012년 월평균 4억 건에 비해 약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모티콘 판매 초기인 2012년만 해도 280만 명에 그쳤던 누적 구매자 수는 2017년 약 1700만 명으로 늘었다.

당시 480종 수준이던 이모티콘 상품은 그동안 5500여 종으로 증가했고 웹툰·웹소설·이모티콘이 함께 집계되는 카카오 기타 콘텐츠 매출은 2017년 3분기에만 455억원을 기록했다. 눈여겨볼 것은 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신저 서비스가 가진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MC)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가상공간에서 문자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은 비언어적 또는 물리적 단서의 부재로 대인 관계 형성과 발전에 부적합하다고 한다.

그래서 메신저 사용자는 이모티콘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모티콘은 캐릭터로 진화하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메신저 서비스사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바로 이러한 점을 잘 파악했다. 전 세계로 국경 없이 유통되는 비즈니스 플랫폼 환경에서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는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 오프라인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매출액도 성장세이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2018년 4월 말 기준으로 네이버는 국내 주요 백화점과 번화가에 20개의 라인프렌즈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일본·대만·홍콩·태국·미국 등 해외에도 26개의 매장을 여는 등 50여 개의 매장에서 라인프렌즈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역시 국내에만 22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이를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콘텐츠 도쿄 2018’에서 보여준 한국 기업의 활약상은 향후 국내의 캐릭터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1540개의 전시 업체 중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 ‘라인’은 콘텐츠 라이선싱 분야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보여줬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라인 캐릭터를 상징하는 ‘브라운’이 손님을 맞이했는데 ‘브라운’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 5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전시회 내내 인기를 독차지했다.

성공적인 수출 성과도 눈에 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이 박람회에서 약 1993만 달러(약 213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세계 3위의 라이선스 강국인 일본에서 이뤄 낸 의미 있는 결과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AI·실감미디어의 새 주인공

캐릭터 산업은 이제 실감 미디어와 AI 분야에서도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캐릭터 라이선싱은 단순히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공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른 시장성을 좌우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홀로그램으로 공연하는 사이버 가수인 하쓰네 미쿠가 좋은 예다.

하쓰네 미쿠는 2007년에 야마하가 만든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보컬로이드)다. 이후 캐릭터로 만들어져 게임·만화·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하쓰네 미쿠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0년 열린 홀로그램 공연 때문이다(정확히 말하면 가짜 또는 유사 홀로그램이다).

하쓰네 미쿠는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 반주에 맞춰 스크린을 통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공연한다. 158cm의 키에 42kg인 그녀는 영원한 열여섯 살로 존재한다. 올해에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미국의 주요 도시 6곳과 멕시코시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친구(팔로워) 숫자가 240만 명을 넘고 유튜브 구독자는 50만 명이 넘는 세계적 스타인 하쓰네 미쿠는 기술 발전을 통해 보컬로이드가 캐릭터로 그리고 캐릭터가 사람처럼 진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초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이 인수한 ‘게이트박스(Gatebox)’는 동일한 이름의 홀로그램 홈 로봇을 만드는 회사다. 게이트박스는 AI 비서로, 홀로그램 캐릭터를 통한 서비스를 한다. AI 비서로 채용(?)된 주인공은 새롭게 개발된 아즈마 히카리라는 캐릭터다.

이후 캐릭터 라인업을 확대해 앞서 소개한 보컬로이드 하쓰네 미쿠와 일본에서만 500만 부 이상 판매된 만화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의 주인공인 아라가키 아야세를 AI 비서로 채용했다. AI 기반의 홀로그램 홈 로봇을 만드는데 유명 캐릭터를 사용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한 현명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캐릭터 라이선싱 비즈니스는 전통적으로 산업의 다각화를 통한 원 소스 멀티 유즈와 멀티 플랫폼 전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캐릭터가 가진 인기를 바탕으로 타 산업으로 어떻게 ‘확장’하고 ‘연계’하며 지속적으로 소개되는 새로운 ‘기술’과 접목할 수 있을지 캐릭터 산업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