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173호 (2018년 05월 23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직원 자리 직접 찾는 이유

[경영전략]
-일은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해 가는 것…소통과 공유 꾸준히 이뤄져야


(사진) ‘배달의민족’ 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상사가 업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싶으면 구성원에게 가서 물어보면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일하러 모인 조직에서 일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황은 ‘이걸 내가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다.

이미 방향이 다 정해져 실행만 하면 되는데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어야 할 때, 한 명의 상사와 합의가 끝났는데 그 윗사람의 ‘또 다른 취향’ 때문에 같은 내용으로 다른 양식의 보고 문서를 만들어야 할 때, 내용이 충분한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예쁘게 만들어 보라는 모호한 지시 때문에 화살표 크기 하나 또는 폰트 하나 바꾸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등 결국 ‘보고’의 문제다.

조직에서의 일은 누군가의 지시로 시작되고 구성원이 상사에게 결과를 보고하며 마무리된다. 그래서 보고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보고 때문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게 많은 직장인의 불만이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보고, 이걸 효과적으로 바꿀 방법은 뭘까.

◆‘검사하는 리더’는 불편하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면담하자고 부를 때가 있다. 교무실 문을 두드릴 때면 수만 가지 생각이 든다. ‘내가 뭘 잘못했지’, ‘뭐라고 해명해야 덜 혼날까’, ‘이런 나를 보고 다른 선생님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할까’ 등 여러 고민에 면담 시작 전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게 된다. 이유는 뭘까. 환경이 주는 압박감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약자가 된다.

직장에서의 보고도 마찬가지다. 많은 리더가 보고 받는다. 늘 구성원을 자기 자리로 불러 보고 받기 때문에 직원들은 여기에서 이미 한 번 밀린다.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는 상사 옆에 구성원이 불안하게 자료를 들고 서 있다. 누가 주도권을 잡고 있을지는 빤하다. 생산적 보고가 이뤄지기 어려운 그림이다.

리더는 보고 받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성원에게 지시한 일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검사하는 차원이라면 지금처럼 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게 본질일까. 검사는 왜 할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일이 되고 있는지, 상사가 추가로 챙겨야 할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보고는 ‘구성원과 리더가 함께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리더가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구성원에겐 하늘과 땅 차이다. 검사하는 리더와는 일하기가 불편하다. 항상 정답이나 완벽한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리더와는 일하기 편하다. 오해하지 말자. 편하게 일한다는 게 일을 ‘쉽게’ 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나 잘 안 풀리는 상황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리더가 보고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구성원을 대하는지가 효율적 보고의 시작점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잘 돼가”라는 물음에 숨겨진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그렇다면 리더의 마인드만 바뀌면 될까. 이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최첨단의 기술을 다루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과거엔 부서 간 보고를 위해 수많은 연구원이 관리자 혹은 다른 부서 담당자를 찾아 헤맸다.

◆업무 공유 앱 통해 생산성 키운 NASA

하지만 업무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슬랙’을 도입해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뒤 사람을 찾으러 건물을 오가던 엄청난 시간이 절약됐다. 시간만이 아니다. 현황을 자주 공유하게 되면서 부서 간 개발 방향이 어긋나는 일도 확 줄었다. 결국 얼마나 자주 소통하느냐가 핵심이었다.

구성원과 리더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때가 돼야만 상사에게 찾아가거나 혹은 구성원을 불러 체크하는 게 아니라 일상 업무 과정 속에서 서로 묻고 답하며 조율해 가는 보고 문화가 필요하다. 그 방식이 ‘보고의 일상화’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상사들은 좋아한다. ‘그래 맞아, 내가 자주 불러 체크하는 게 맞아.’ 미안한 얘기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부르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교무실로 불려간 학생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검사하는 게 아니다. 조언해 주고 함께 문제를 풀어주려는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

‘배달의민족’이라는 배달 주문 서비스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색적인 기업 문화 덕분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회사다. 이곳의 최고경영자(CEO) 김봉진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상사가 그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구성원에게) 가서 물어보면 돼요. 중간 과정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게 좋죠.”

장소가 뭐 그렇게 중요할까. 상사의 자리에 불려간 직원은 교무실에 불려간 학생이 선생님들 틈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다. 그래서 혹시 보고 내용에 막힘이 생기면 당황한다.

반면 상사가 구성원의 자리로 왔다면 어떨까. 얘기가 막히면 과거 자료를 바로 찾아보는 게 가능하다. 혹은 비슷한 고민을 함께 나눴던 옆 자리 동료에게 SOS를 청할 수도 있다. 보고의 진짜 목적인 ‘문제 해결’이 좀 더 쉬워지는 셈이다.

자유로운 벤처기업이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그들의 문화가 벤처기업이기에 좀 더 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대기업 구성원과 인터뷰할 때면 ‘팀 문화가 젊어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젊어졌다는 게 뭐냐”고 질문하면 “상사가 부르는 게 아니라 직접 와 물어봐요”라는 대답이 나온다.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리더가 얼마나 젊은 생각을 하느냐가 핵심이다.


(사진) 미국 워싱턴D.C.의 미국 항공우주국 (NASA) 본사. NASA는 업무 공유 앱 ‘슬랙’을 도입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한국경제신문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세 가지 방법

구성원은 평소 상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 보자.

조직에서의 일은 ‘연결’이다. 자신이 ‘A’를 했으면 자기 상사 혹은 타 부서에서 ‘B’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수많은 과정이 얹어져 최종 결과물이 나온다. 그런데 구성원은 모른다. 자신이 한 A라는 일이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래서 필요한 게 보고 이후 결과에 대한 공유다. ‘본인이 할 일을 잘 마쳤으면 됐지 그게 뭐 중요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구성원을 시키는 일만 하게 하려면 굳이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소위 조직의 부속품처럼 맡은 일만 충실히 하는 직원. 하지만 본인이 맡은 업무의 완결성을 추구하고 하나를 시키면 열 가지를 해내려는 구성원과 함께 일하고 싶다면 힘들고 귀찮더라도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 결국 이것이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딱 세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구성원이 한 일이 조직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 주는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구성원이 영업 실적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이 자료는 다음 분기 영업 방향을 정하는 데 자료로 쓰일 것’이라는 식의 설명이라도 해 줘야 한다. 구성원이 각자의 일을 조직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둘째, ‘명확한 시간’이다. 구성원이 보고한 자료에 대한 결론이 언제쯤 날 것인지 알려주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2주 후 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는 정보를 줘야만 구성원이 해당 기간 동안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 셋째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보고 내용의 진척 상황, 특히 장애 요소가 있다면 구성원에게 이를 알려줘야 한다. ‘마케팅 계획 보고서’를 받았지만 예산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 즉시 실행되지 않고 있다면 그 상황을 실무자에게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성원은 정보가 있어야만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제안한 보고서가 결국 승인받지 못하더라도 이유를 미리 들어 알고 있다면 구성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보고는 단순히 리더와 구성원 간 업무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다. 보고를 ‘받는다’는 불필요한 권위를 버릴 때 구성원의 업무 효율이 확 높아질 수 있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구성원으로 성장시킬 기회도 열린다. 어떤가. 우리 조직의 보고 문화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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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5-2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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