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단순 무인 자동화 넘어선 지능화 수준의 생산 라인 구축해야
제조업 재도약의 핵심 ‘스마트 팩토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제조업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성장 동력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그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

원가 상승과 대외 환경 변화로 기존 대기업 및 수출 산업 중심의 제조업 성장 방식이 한계에 다다르는 등 경영 성과가 하락되고 있다. 2012년 이후 국내 제조 기업의 경영 성과는 급격하게 하락한 반면 미국과 일본 기업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양적 투입 위주의 제조업 성장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제조업과 정보기술(IT)·서비스를 융합한 ‘스마트 팩토리’가 필요하다. 제조업과 IT의 융합으로 탄생한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며 제조업 재도약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2~3년 뒤처져

최근 들어 기업들이 유행처럼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초라하다. 미국·독일·일본 등 선두주자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의 스마트 팩토리 기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72에 불과하다. 국내의 생산 설비와 네트워크 기술은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다양한 센서와 무선 전자태그 등 관련 핵심 기술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2~3년 뒤처져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싸움이다. 국내 제조업은 단순한 무인 자동화가 아닌 지능화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부터 스마트 팩토리 환경이 구축돼야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명심해야 할 사실은 스마트 팩토리를 기성복 차원으로 접근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표준화를 독일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의 주력 제조업과 기술 및 사업 역량, 기업 간 구조의 특성을 감안해 우리 체질에 맞는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전자·자동차·조선·화학·철강 등의 제조업 기반이 강하다. 개념 설계 역량이나 사업 모델 구상 능력은 부족하지만 제조 전반에 걸친 고정밀의 통합 역량은 우수하다. 또한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우수한 공정관리 능력과 압도적 양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행히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하는 국내 일부 기업은 자신들의 시장·제품·공정 특성에 맞는 도입 전략을 진행 중이다.

◆생산성 60% 향상·에너지 사용량 55% 절감

국내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모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예로 들면 부품 공급부터 조립·시험·포장 등 전 라인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한다. 그리고 ‘수요 예측 시스템(Advance Planning & Scheduling)’이 적용된 유연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은 주문부터 생산 계획, 자재 발주까지 자동 생산관리가 가능한 유연 생산 방식으로, 생산 라인에 적용돼 조립·검사·포장 등 전 공정의 자동화를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다품종 대량생산은 물론 맞춤형 소량 다품종 생산도 가능해진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한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설비 대기시간이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성은 60% 이상 향상됐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55% 이상 절감됐고 불량률은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 수준인 6시그마(100만 개 중 6개)로 급감했다.

이후 추진해야 할 일은 사이버 물리 시스템과 사물인터넷(IoT)을 지속적으로 도입, 시뮬레이션 분석에 의한 생산 시스템을 최적화하면서 공장의 스마트화를 고도화해야 한다.

둘째로 철강 공장의 변신을 보자. 후판 공장 곳곳에 IoT 센서와 카메라부터 설치하고 스마트 팩토리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모은다.

고로에서 만든 쇳물 불순물을 없애는 제강 공정 과정에선 하루에 500만 개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액체 상태인 용강을 고체로 만드는 연주 공정 과정에선 7000만 개, 고체 상태인 반제품을 강판으로 만드는 압연 공정에선 무려 300억 개의 데이터가 모인다.
제조업 재도약의 핵심 ‘스마트 팩토리’
(사진) 포스코 직원들이 광양제철소에서 스마트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철강 공장은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품이 나왔을 때 원인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물론 재발도 방지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만큼 불량 제품이 후공정으로 넘어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전에 비해 품질 불량률이 25% 줄었고 관련 비용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설비를 중단하는 사례도 줄어 설비 가동률도 높아졌다. 핵심은 기존에 육안으로 확인, 판단하던 작업이 빅데이터 시스템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바뀌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지표를 일목요연하게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대시보드’의 활용이 더해진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신발 제조업 등 전통 산업도 공정 혁신

전통적 신발 제조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을 위해 공정 혁신에 힘쓰고 있다. 과거 신발은 재단·재봉·제조를 각각 다른 공장에서 처리했지만 지금은 자동화한 하나의 라인에서 처리한다.

신발 전용 3D 컴퓨터 모델링 소프트웨어로 발 모양 틀, 위 갑피, 바닥판을 통합해 설계하고 패턴 배열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갑피 자재를 절감한다. 6주 정도 걸리던 시제품 제작 시간은 3D 프린터를 사용해 1~2일로 단축했고 투입 인력도 80%나 줄였다.

제품 생산에서도 컴퓨터 재단·재봉, 센서·로봇을 활용해 33단계의 조립 공정을 14단계로, 16단계의 재봉 공정을 3단계로 각각 단축함으로써 23일 걸리던 공정을 11일로 줄였다. IoT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대시보드 기반의 프로세스 관리로 혁신이 가능해진 것이다.
제조업 재도약의 핵심 ‘스마트 팩토리’
(사진) 3D 프린터로 만든 아디다스의 ‘퓨처 크래프트 4D’. /한국경제신문

끝으로 대형 기계 산업이 어떻게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하는지 보자. 공장에 ‘통합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더 개선할 수 있는 공정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다. 품질 관련 부문에서는 테스트 마이닝을 통해 어느 공정, 어느 시점에 품질의 결함이 많이 발생하는지 찾아낸다.

대형 기계를 만드는 회사는 기계를 운용하면서 나오는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상태를 체크해 보고 미래에 어떤 장애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출고된 기계와 같은 제품을 컴퓨터 모델로 만들어 고객 사이트에서 기계가 운전하면서 발생한 데이터를 컴퓨터 모델의 경계 조건으로 모사하면 근미래에 그 기계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9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지멘스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이런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계사업부의 순이익 중 절반 이상을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 시장에서 얻고 있다.

이렇게 기계가 언제 고장 날지 예측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솔루션을 도입하면 비용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국내 발전소 사례를 보자.

발전소의 보일러에는 상당히 많은 튜브가 들어 있고 튜브에 물을 끓여 스팀을 만들어 발전한다. 보일러의 내부에 있는 튜브들은 메탈로 돼 있어 물이 지나고 스팀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녹이 슨다. 또한 박리된 메탈 조각들이 쌓이면서 튜브가 터지거나 정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고장을 어떻게 예방해야 할지 해결책이 모호한 가운데 데이터를 가지고 스팀이 흘러가는 양을 분석, 녹 때문에 튜브가 막혔다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발전소 운전 시 녹이 쌓였을 때의 해결 방법 등 운전 절차에 대한 노하우는 고객사에 있었다.

결국 솔루션 업체와 파트너 고객사의 노하우가 합쳐져야만 소위 말하는 현장형 토털 솔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비즈니스가 데이터 중심으로 일어나고 제품 판매보다 서비스 판매로 그 중심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핵심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디지털 기술을 제조에 접목한 대표적 사례이고 공장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와 AI를 통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도 30% 이상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서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급관리망(SCM)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알고리즘의 활용뿐만 아니라 핵심 지표를 일목요연하게 모아 놓은 대시보드를 적극 활용해 전 직원이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