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애플과 중국 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과감한 변신’ 필요하다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 칼럼니스트]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추정치)이 발표됐다. 그동안 시장에서 기대했던 분기 15조원의 벽이 무너진 것은 물론 그간 출시된 갤럭시 S의 연간 판매치를 경신할 것이라던 갤럭시 S9의 판매치 또한 저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더해 출시가 예정된 갤럭시 노트 9 역시 전작인 갤럭시 노트 8과 비교해 별다른 차별 없이 유사한 형태로 출시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

또 하반기에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자인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할 예정이고 중국의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비보·샤오미 역시 이미 하반기 주력 플래그십을 시장에 선보였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

2018년 중국 업체들의 출시 제품들을 살펴보면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과감한 적용이다. 중국 업체들의 맏형인 화웨이가 지난 3월 발표한 P20 프로는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해 카메라 성능을 개선했다.

또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화질을 제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가성비 아닌 ‘기술’이 몰려온다

카메라 테스트 전문 기관인 DXO마크는 사진과 비디오 성능을 합산해 P20 프로의 점수를 109점 줬다. 기존 1위였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S9 프로의 99점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특히 사진 부문에서는 114점을 받았다. 다른 경쟁사 제품으로 찍은 사진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이러한 트리플 카메라 기술과 화질은 화웨이가 독일의 카메라 전문 업체인 라이카와 기술협력을 통해 화질 개선을 진행한 부분도 있지만 선행 기술 개발을 위한 화웨이의 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화웨이는 과거 노키아의 N시리즈 카메라 폰에 적용된 이미지 센서와 렌즈 기술을 개발했던 인력을 그대로 흡수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4000만 화소의 RGB 카메라와 2000만 화소의 흑백 카메라, 800만 화소의 광학 줌 카메라를 배치했다. 우수 인재들을 통해 화질을 개선해 낸 것이다.

최근 출시된 중국 비보의 넥스 제품이나 오포의 파인드 X 또한 카메라 기술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제품은 화웨이처럼 화질 개선을 위한 카메라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최근 출시된 아이폰이나 갤럭시 S9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바로 ‘풀 스크린’의 구현이다.

그동안 제조사들이 풀 스크린 디스플레이를 구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면 카메라 때문이었다. 일정 공간 이상을 차지하는 전면 카메라 렌즈는 사진을 찍기 위해선 외부로 드러나는 공간이 필요했고 애플이나 삼성전자 모두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 X에는 전면부에 얼굴을 3D로 인식하기 위한 적외선 카메라와 닷 프로젝터 등이 추가돼 좌우로 큰 노치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 카메라를 팝업으로 구동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즉 필요할 때만 전면 카메라가 튀어나올 수 있도록 새로운 기구 설계 기술을 적용해 전면 카메라를 스마트폰 안에 숨긴 것이다.

오포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선보였다. 팝업 카메라가 전면 카메라뿐만 아니라 후면 카메라에도 포함됐고 여기에 전면 얼굴 인식을 3D로 인식하기 위한 적외선 카메라와 닷 프로젝터, 센서들을 모두 포함하는 모듈 형태로 팝업을 만들었다.

비보와 오포 모두 전면 풀 스크린을 구현한 것은 물론 오포는 후면 디자인 역시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깔끔한 형태의 외관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과감히 적용하는 시도는 지문 인식 솔루션에서도 나타난다. 애플은 아이폰 X을 계기로 기존 지문 인식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차세대 보안 기술로 적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 역시 발 빠르게 안면 인식을 채택함과 동시에 기존 지문 인식 기술을 별도의 버튼이 아닌 디스플레이 내에 집어넣는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2017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MWC에서 비보가 처음 선보인 이후 지난해 말부터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차례로 시장에 선보이며 기술 성숙도를 높이고 있다.

뒤처지는 삼성, 바짝 쫓는 중국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해당 기술을 적용한 갤럭시를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루머로는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 S10에나 적용 가능할 것이란 예측만 돌고 있다.

예측이 사실이라면 기술의 안정성이나 대량 양산에 따른 수율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업체들이 제품에 적용한 시기보다 2년 가까이 늦게 제품에 적용되는 상황이다.

AI도 비슷한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라는 AI 비서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였지만 저조한 음성 인식률, 빅스비를 통해 연동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부재 등으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를 비롯해 애플과 구글은 소비자에게 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방편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해 탑재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칩셋 개발 업체,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AI 처리가 가능한 부분을 설계해 적용했고 최근 중국 내 모바일 게임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GPU 터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더욱이 해당 기술을 신제품뿐만 아니라 이미 출시된 플래그십과 중저가 제품에도 업그레이드해 적용함으로써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 밖 진검 승부,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 중국 업체 대부분은 중국 시장 내 점유율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이제 중국 업체들은 가성비 전략과 신기술을 통한 제품력까지 갖추고 중국 밖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오포는 지난 6월 자사 플래그십인 파인드 X를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하며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제품이 발표된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네덜란드·스페인 등의 국가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국 현지에 있던 인력이 올해 초부터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지역에 오피스를 열고 유럽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이나 서비스의 현지화를 위해 현지에 디자인센터와 서비스 개발 및 현지화된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샤오미 역시 유럽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오포보다 한 달여 빠르게 유럽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샤오미는 기존 훙미 제품을 중심으로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을 거점으로 유럽에 자사의 가성비 높은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비보 역시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자사의 플래그십 제품인 넥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중국 시장이나 동남아 일부 그리고 인도 등지에서 벌인 중국 제조사와의 싸움을 유럽과 같은 선진 시장에서까지 확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하나의 변수는 애플이다. 애플 역시 과거와 비교할 때 단말 교체 주기의 증가와 플래그십 단말의 수요 감소로 절대적인 판매 숫자는 과거보다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 시장을 비롯해 스마트폰 시장 중고가 시장은 절대적으로 애플의 아이폰이 장악하고 있다.

올해 진행된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8에서 발표된 iOS 12를 보면 이미 기존에 나온 구형 아이폰 제품까지 성능 업그레이드를 시킴에 따라 기존 사용자들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예정이다. 또 향후 제품 변경 시에도 아이폰으로 변경하게끔 하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즉 초고가와 고가·저가 버전까지 라인업을 확대한 애플과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로 인해 삼성전자 갤럭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보면 하반기 노트 9을 통해 갤럭시가 반전을 꾀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플처럼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도 없고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선 가격 경쟁력이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과감성이나 제품 경쟁력 역시 떨어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업그레이드 수준의 노트 9이 과연 얼마나 시장에서 작동할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