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건강한 기기 활용 유도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꾀하는 구글과 애플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도 벌써 10여 년이 넘었다. 이제 스마트폰은 일상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기술(IT) 기기로 자리 잡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여러 일을 하고 여가를 즐긴다. 가정·직장·학교 등 여러 분야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과 무관한 것을 찾기 힘들 정도다.

스마트폰이 많은 분야에서 발전과 혁신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이 커지고 연락이 오지 않더라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나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집중하느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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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행사고 10%는 ‘스몸비’ 때문

스마트폰 중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의존 위험군이 성인은 물론 어린이나 청소년층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아동의 18%가 과의존 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은 충동 성향이 높아지고 우울증 증세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길을 가면서도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가 새로운 유행어로 떠올랐다. 스

마트폰에 집중하느라 주위를 살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갈수록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행자 사고의 약 10%가 스몸비 상태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지 말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걸리는가 하면 아예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 도로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정보기술(IT)업계를 선도하는 기업가들 역시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경계를 감추지 않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자녀들이 14세가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 등 IT 기기 사용을 금지했고 취침 전 IT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도 IT 기기의 과도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생전에 어린 자녀들이 집에서 IT 기기 사용을 금지했고 현 CEO인 팀 쿡 역시 첨단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이지만 과도한 기술 중독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은 이제 사소한 논란을 넘어 세계적 이슈로 부상할 조짐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자나파트너스와 캘리포니아교원연기금 캘스타스 등 애플의 주요 주주들은 애플 이사회에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연구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이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올해 5월 열린 구글 개발자(IO) 회의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장밋빛 미래와 함께 과도한 IT 사용의 문제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구글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IT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 시대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구글 등 사용 제한 기능 속속 도입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과반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등 많은 스마트폰의 필수 소프트웨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꾸준한 업그레이드로 뛰어난 스마트폰 기술을 다수 출시해 스마트폰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 구글이 최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금까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어떻게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더 자주 사용하게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발전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번에 정반대의 전략을 선보였다. 새롭게 선보인 안드로이드 P는 사람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기술을 반영해 전 세계 IT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안드로이드 P에 적용된 스마트폰 중독 예방 기술 자체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아이디어가 다수 탑재됐다.

단순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기능의 변화를 통해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스마트폰 몰입을 자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예컨대 안드로이드 P에는 시간대별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시간, 알림 횟수 등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보여주는 대시보드가 탑재됐다.

대시보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 자주 그리고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모른다는 점에 착안해 고안된 것이다. 사용자는 대시보드를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알 수 있다. 만일 특정 앱의 사용 횟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빈번하게 들어오는 스마트폰 알림을 차단하기 위한 방해 금지 모드도 있다. 미리 설정한 전화나 앱 알림을 제외하고 다른 연락은 모두 차단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의 화려한 색깔이 뇌를 자극해 중독 증상을 심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해 취침 시간이 가까워지면 스마트폰 배경 화면이 흑백으로 표시되는 기능도 있다.

애플은 작년 발표한 아이폰 운영체제 iOS 11에 아이폰 사용자가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도록 설정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는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이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 기능을 작동하면 아이폰이 자동차와 블루투스나 케이블로 연결됐을 때 현재 운전 중인지 인식하고 사용자의 주의가 분산되지 않도록 통화나 알림, 혹은 운전에 방해되는 앱의 사용을 막을 수 있다.

애플은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6월 발표한 iOS 12에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앱 리미츠(App Limits)라는 기술도 선보였다. 안드로이드 P와 마찬가지로 아이폰 사용자는 앱 리미츠를 통해 어떤 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앱 리미츠는 부모가 자녀들의 아이폰 사용을 미리 설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애플은 앱 리미츠가 사람들이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정확히 알고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IT업계 새 화두 ‘디지털 다이어트’
◆건강한 IT 활용 트렌드 대응이 중요

첨단 IT의 등장과 발전으로 일상의 편리성은 증가했지만 한편으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인 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사이버 중독 등 IT로 비롯된 각종 문제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과도한 스마트폰 몰입의 위험이 지적되면서 사람들의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다른 기술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고 영향력도 커졌기 때문에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연구가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스마트폰 등 IT 기기 사용을 억제하도록 돕는 신종 비즈니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스마트폰이 야기하는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대한 우려가 다른 첨단 기술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향후 새롭게 등장하게 될 기술 역시 과도한 남용과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문제점이 중·장기 IT 산업의 지속 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학계와 업계가 힘을 모아 꾸준히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IT 산업의 성장으로 수혜를 본 기업들 역시 각종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더욱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이런 노력이 뚜렷한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IT 산업은 물론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치는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기업이 긴 호흡을 갖고 소비자의 IT 사용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노력은 향후 IT 산업 내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다.

건강한 IT 활용이라는 트렌드를 인지하고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많은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런 차원에서 기술의 부작용을 기술로 막는다는 아이디어는 업계 전반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 향후 건강한 IT 활용을 위한 다양한 대응 방안이 미래 IT 산업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IT 사용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노력은 향후 IT 산업 내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다.

◀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담당 수석부사장(VP)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호세컨벤션센터에서 6월 4일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
(WWDC)에서 모바일 중독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앱 리미츠(App Limits)’를 소개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