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184호 (2018년 08월 08일)

‘사람 뽑는 로봇’…확 바뀐 기업 HR 프로세스

[경영전략]
-입사부터 실무 교육까지…‘현장에서 티핑 포인트’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말하는 로봇 ‘페퍼’와 악수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페퍼를 면접관으로도 활용한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정보기술(IT)의 비약적 발전으로 소위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혁신적 기술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소셜미디어·공유경제·드론·가상현실(VR) 등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기술은 인재 채용에서부터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중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서로 융합되고 사람과 접목되면서 진화하고 있고 이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기업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됐다. 즉 기업이 불투명하고 모호하며 복잡한 작금의 경영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향후 메가트렌드가 될 잠재 ‘티핑 포인트’를 파악하고 꾸준히 기업 경영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티핑 포인트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잠잠하다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시기와 현상을 의미한다. 모든 트렌드는 티핑 포인트를 만나야만 메가트렌드로 진화할 수 있다.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티핑 포인트를 인사(HR) 분야에 접목해 알아보자.

◆향후 직원의 이직 확률까지 알려주는 인공지능

필자가 2년 전 논문이나 기사를 통해 접한 여러 비범한 기술이 언젠가는 우리 삶 속에 들어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기업 운영에 활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언급했듯이 디지털 기술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화하고 있는 인사 분야는 채용 자료 분석·면접, 교육 훈련, 리더십 역량 관리와 성과 관리 등으로 광범위하다. 먼저 적용되는 채용과 교육 분야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지난해 구글에 입사원서를 낸 사람은 무려 250만 명에 달한다. 면접관이 이들을 서류 전형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3분씩만 잡아도 무려 750만 분이다. 직원 50명이 하루 10시간 쉬지 않고 3분씩 본다고 가정할 때 무려 1년 가까이 입사원서를 봐야 한다.

그런데 AI 면접관은 단 15초 만에 회사가 원하는 면접 대상자를 추려낸다. 회사는 원하는 스펙·경력·성격·이직 가능성 등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AI 채용관은 입사지원서를 분석해 후보자를 골라낸 뒤 회사의 요구에 따라 지원자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남긴 자료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지원자의 성격과 친화력, 이직 확률, 스타일 등을 분석해 낸다. 기계가 사람을 평가하고 뽑는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이다.

AI 면접관의 가장 큰 장점은 지원자에 대해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편견이 작용할 수 있고 지원자에 대한 일관성을 잃을 수도 있지만 AI 면접관은 수만 명의 지원서를 읽더라도 똑같은 기준으로 일관성 있는 잣대를 적용한다. 채용 담당자는 수만 명의 지원자 가운데 AI 면접관이 추천하는 후보의 지원서만 집중적으로 검토하면 된다.

미국의 엔텔로는 이미 이런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터넷과 SNS에 올라온 개인의 자료를 분석해 어떤 유형의 지원자인지, 지원자가 나중에 이직할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기업에 알려준다.

이스라엘의 워키는 AI를 이용해 기업이 찾는 특정 인력을 기업과 연결해 주는 절차를 간소화했다. 기업이 전문 인력 채용을 요청하면 워키는 인력 추천 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인물을 추천해 준다.

◆로봇 면접 도입한 소프트뱅크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채용 공고를 낸다. 채용 공고를 클릭하면 채용 사이트로 이동된다. 지원자는 채용 사이트에 모든 이력을 채울 필요가 없다. 지원자의 동의하에 유니레버가 SNS인 링크트인에서 이력서를 추출해 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채워진 정보는 AI가 검토해 직무에 적합한 후보로 추려낸다. 그다음 평가 능력 시험으로 넘어간다. 지원자는 이 단계에서 온라인으로 단순한 게임을 하게 된다. 이때 AI는 집중력, 상황 파악 능력과 같은 직무 기초 능력을 평가한다. 이후 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원자는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을 영상으로 기록해 제출해야 한다. AI는 영상을 분석해 적합한 인재를 추려 낸다. 최종 면접에서는 사람이 관여해 지원자를 평가하고 인턴을 선발한다. 유니레버는 이러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해 사람의 개입 없이 정확하게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마이어시스템즈는 구직자의 궁금증을 상담해 주는 최초의 AI 채팅봇 ‘마이어챗’을 개발했다. 마이어는 마이 어시스턴트의 약자다. 마이어는 구직자가 적합한 능력을 갖췄는지, 경력은 어떤지, 원하는 급여 수준은 얼마인지 등 지원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적합한 회사를 추천해 준다.

또 채용 담당자와의 면접 일정을 잡고 구글맵을 통해 면접 장소까지 안내해 준다. 만약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마이어는 지원자에게 더 적합할 만한 다른 직무를 추천해 준다. 마이어챗은 고도의 AI로 설계돼 있어 지원자가 사람과 대화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상담 결과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더 나아가 서류 전형 합격자 대상 1차 대면 인터뷰를 사람 대신 로봇이 한 사례도 있다. 올해 초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자사의 소셜봇 ‘페퍼’를 실제 구직자를 면접하는 면접관으로 투입했다.

페퍼는 수십 개 항목에 대한 질문을 통해 구직자의 진실성과 역량 등의 자질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인사 담당자는 후보자들이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 판단한 후 최종 면접을 진행했다.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는 서류 심사와 별도로 지원자의 인성 검사를 AI에 맡겨 지원자의 성격을 진단해 낸다.

미국의 하이어뷰는 대면 면접이 아닌 컴퓨터를 통한 화상 면접을 한다. 구직자가 화면에 뜨는 질문에 10여 분 동안 답변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하이어뷰는 면접 영상에 나온 지원자의 단어 선택과 목소리·몸짓 등을 보고 지원자가 정직하게 대답하는지 판단해 기업에 알려준다. 즉 AI 로봇이 후보자의 목소리와 표정을 파악해 답변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답변 내용이 회사의 인재상과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도 백분율로 표시가 가능한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VR 교육 프로그램 도입한 월마트

직원들의 교육 훈련에는 VR이 도입되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는 200개의 자사 교육센터에 VR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월마트는 스타트업 스트리 VR의 교육 콘텐츠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후 전통적 교육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확대 적용했다. VR 헤드셋을 쓰고 실제와 똑같은 가상 매장에 투입돼 고객 서비스 교육을 받는 것으로, 교육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KFC는 주방 작업 교육을 위해 VR 게임을 개발했다. 직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가상의 방 탈출 게임 형태로 진행되며 KFC 대표 메뉴의 5단계 요리 과정을 제대로 시연해야 방을 나올 수 있다.

직원들은 게임 시작과 동시에 조리실에 갇히게 된다. 11개의 허브와 향신료, 닭과 빵 등이 방 안에 있고 닭 손질부터 튀김기 사용법까지 KFC만의 레시피를 5단계에 거쳐 실습하게 된다.

KFC는 더 나아가 VR 시뮬레이션으로 온라인 학습을 제공하는 ‘치킨 마스터리 인증’을 시행할 예정이다. VR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일반 관리자 교육은 물론 분기별 프랜차이즈 회의, 직원 적응 교육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위험한 업종부터 VR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월 직원들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거제조선소 내에 ‘가상 안전 체험실’을 열었다.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낙하·질식·폭발·협착 등의 사고 상황을 가상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다.

사고를 단순 체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직전 상황으로 돌아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다시 한 번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설정됐다.

최근 3년 사이 비즈니스 환경을 바꾸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등장했지만 관련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드물다. 작은 기업은 물론 자원이 충분한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성과가 예전만 못해 불안한가. 쏟아지는 기술 사이에서 무엇을 적용하면 좋을지 모르겠는가. 결국 모든 일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직원들이 디지털 툴을 활용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인사 부문부터 변혁해 스마트한 디지털 문화를 구축하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4호(2018.08.06 ~ 2018.08.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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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8-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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