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 불가능…구성원에 시간 공개하고 세련된 거절에도 능해야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모두에게는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사람은 열 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한 가지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능력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업무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도 전혀 다른 업무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시간 관리의 문제’라고 말한다. 특히 ‘리더는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런데 시간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무얼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시간 관리에 성공한 리더들은 남과 달리 시간을 붙잡는 기술이라도 있는 것일까.


◆시간의 관리와 활용은 다르다


‘많은 일을 제한된 시간 내에 처리하는 것.’ 흔히 시간 관리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일까. 미안한 얘기지만 시간 관리를 잘했다기보다 시간 활용을 잘한 것일 뿐이다. 비슷한 말 같지만 둘은 다르다.


시간 관리는 자신의 ‘선택’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기에게 떨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고르는 게 진짜 시간 관리라는 의미다.


어떤 사람은 ‘계획한 것을 다 이뤘다’는 근거로 시간 관리를 잘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임무를 완수한 것은 축하할 만하다. 하지만 단지 그 결과로 시간 관리를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곱하기를 배우고 있는 아이가 더하기 빼기 문제를 다 맞혔다고 칭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달성도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난이도를 고민했느냐가 시간 관리의 또 다른 핵심이다. 그래서 시간 관리는, 특히 리더에게 필요한 시간 관리는 ‘중요하고 도전적인 과제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느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런데 ‘중요하고 도전적인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순위 업무 찾기의 중요성


시간 관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도구가 있다. 바로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다. 원리는 간단하다. 중요도와 긴급도, 2개의 함수가 기준이다. 그러면 총 4개의 업무가 나온다. 첫째는 중요하면서도 급한 일, 둘째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셋째는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넷째는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이다.
시간에 쫓기는 리더, ‘스위치 태스킹’을 배워라
대부분의 사람은 본인의 업무 중 많은 일이 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정확하게 제때 처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대부분이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모호한 것은 둘째와 셋째 일이다. 많은 사람은 업무 중 급하다는 이유로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에 시간을 쓴다. 그러다 보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하지만 이는 조직에 잠재된 이익이 가장 큰 업무다. 장기적 성장을 위해 미리 고민해 둬야 할 일이라는 뜻이다.


리더는 특히 이 영역에 의도적으로 시간을 써야 한다. 이런 유형의 업무를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만약 내가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내가 해 둬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와 같은 질문이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대신 수행해 줄 사람을 찾고 이들과 자기가 같은 그림을 그리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후배 직원의 역량을 높일 수 있고 권한도 위임된다.


당장 성과를 내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조직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인 셈이다. 이러한 우선순위 업무를 찾고 이에 집중할 수 있게 ‘미리’ 시간을 잡아두는 것, 그것이 리더의 시간 관리의 시작이다.


하지만 막상 중요한 업무를 찾아도 여기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말뿐일 때가 많다. 가장 대표적 장애물이 수시로 치고 들어오는 ‘돌발성 업무’다. 생각이 깊어질 만하면 울리는 결재 요청 알림, 툭 하면 보고서를 갖고 들어오는 구성원, ‘의견이 필요하다’며 수시로 호출되는 회의 등이다.


사람들은 이럴 때 ‘어쩔 수 없다’고 한탄하며 하던 생각을 끊고 눈앞의 일을 처리한다.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 역할에서 멀티태스킹은 어쩔 수 없는 것이야.’ 하지만 뇌 과학자들은 ‘우리 뇌는 절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스위치 태스킹’이다. 일을 동시에 하기보다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내부 구성원 관리 측면에서 수시로 울리는 결재 알림이나 보고서 검토 요청 건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핵심은 ‘공개’다. 리더의 시간을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라는 의미다. 두 가지 유형의 업무를 중심으로 공개하면 된다. ‘급하고도 중요한 일’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다.


첫째는 결재, 보고 검토, 회의 등이다. 예를 들어 ‘결재는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집중적으로 할 테니 가능하면 해당 시간에 올려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급하고도 중요한 일’을 처리할 시간을 알리면 구성원들을 리더의 시간 계획안에서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는 전략 고민을 위한 학습 시간’과 같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의 시간도 확보해 알리자. 그러면 최소한 구성원은 발등에 불이 떨어질 정도의 급한 일이 아니면 해당 시간에 리더를 번거롭게 하지 않는다. 리더만의 ‘업무 집중 시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리더의 시간은 곧 ‘공공재’


여기엔 리더의 시간 관리 효과 외에 ‘현재 조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구성원이 리더와 조직의 장기적 관심사를 함께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자기 업무를 굳이 다 알려야 하는지에 대해 불평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리더의 시간은 본인만의 것이 아니다. 리더의 시간 때문에 구성원의 성과 달성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본인의 시간을 ‘공공재’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는 외부 구성원에게서 생기는 ‘돌발 업무’ 관리다. 다른 조직 구성원까지 자신의 시간 계획에 맞춰 주길 바랄 수는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황 파악이 먼저다. 특정 기간, 예를 들면 1주일 동안 자기 업무 중 ‘갑자기 끼어드는 일’을 리스트 업 해 보자. 그리고 해당 업무들을 분류해야 한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업무의 속성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몇 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 일, 하지 않아도 될 일 등이다. 만약 돌발 업무 중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할 속성의 일이 많다면 돌발 업무 처리를 위한 시간을 미리 확보해 둬야 한다. 위임해도 괜찮을 성격의 업무들이라면 담당자를 지정해 일을 돌려야 한다. 그렇게 생긴 시간 동안 리더는 다른 고민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세련되게 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시간 관리는 아니다. 특히 리더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 조직의 성장 관점에서 업무의 중요성을 판단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한두 번씩 1주일 이상 일상에서 벗어나 회사의 미래 전략과 아이디어를 고민했다고 한다.


700달러짜리 고물 트럭에서 출발해 연매출 2억5000만 달러의 쓰레기 수거업체 ‘1-800-GOT-JUNK’를 만든 브라이언 스쿠다모어 최고경영자(CEO)는 “매주 월요일 10시간은 전화와 e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남은 1주일을 어떻게 활용할지 설계하는 시간으로 쓴다”고 말했다.


반드시 이를 따르자는 얘기는 아니다. 아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상적 꿈은 접어두자. 하지만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을 미리 박아 두는 것, 이것은 할 수 있다. 시간을 관리할 것인지 아니면 시간에 관리 당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리더 본인의 몫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