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서비스 활용하면 통신비 ‘무료’… 7월 기준 전월 대비 33% 언급량 증가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5G 상용화를 앞두고 ‘제로 레이팅’이 화제다. 제로 레이팅은 콘텐츠 공급 사업자(CP)와 통신사 간 제휴를 통해 특정 콘텐츠에 대해 데이터 요금을 면제해 주는 것을 뜻한다.

다음소프트가 올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제로 레이팅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월 983건에서 7월 2018건으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7월에는 전 월 대비 33% 정도 언급량이 증가하며 제로 레이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최근 이통사·게임사·스마트폰 제조사가 협력해 제로 레이팅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제로 레이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에 탑재된 ‘피파온라인 4M’, ‘검은사막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오버히트’ 등 총 4종의 게임을 실행할 때 소모되는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게임 아이템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8일 1020브랜드 ‘0(영)’을 출시하면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9월부터 넷마블 등과 게임 관련 콘텐츠 이용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자사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포켓몬 고(GO)’ 이용 시 부과되는 데이터 비용을 면제한 바 있다.
5G 시대 앞두고 꽃피우는 ‘제로 레이팅’
◆5G 시대, 통신비 절감 효과

제로 레이팅은 5G 시대에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통신사·제조사·게임사는 이용자 유입 효과를 통해 경쟁사와의 선두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2012년 월 2만3000테라바이트(TB) 수준이던 국내 통신 트래픽은 올 1월 25만 TB를 돌파했다. 5년 만에 1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5G 시대에 들어서면 데이터 사용량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사용량 폭증으로 데이터 요금에 대한 부담감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제로 레이팅 서비스를 도입하면 통신비 경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CP들은 제로 레이팅 활성화가 사업자 차별과 이용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신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중소 CP들은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고 제로 레이팅의 대가로 CP들이 통신 사업자에게 지급한 비용을 소비자로부터 보전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료가 비싸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제작사가 통신사와 계약해 제로 레이팅을 적용한다면 광고와 같은 다른 서비스로 그에 따른 지출을 보전하려고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비자들은 제로 레이팅을 반기는 분위기다. 빅데이터상 나타난 제로 레이팅에 대한 반응은 1위 ‘지속적(439건)’, 2위 ‘안심(313건)’, 3위 ‘획기적(243건)’, 4위 ‘합리적(228건)’, 5위 ‘매력적(181건)’, 6위 ‘행복(162건)’, 7위 ‘만족(148건)’ 순으로 나타났다.

제로 레이팅이 한시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안심’, ‘합리적’, ‘행복’, ‘만족’ 등 제로 레이팅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에서도 제로 레이팅은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콘텐츠의 무료 또는 할인 제공 시 이용 의향에 대해 ‘이용할 것이다’는 응답이 87.9%로 성별·연령·지역 등 구분 없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20~30대의 90% 이상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긍정적이기만 할까. 통신비를 내는 주체만 달라질 뿐 전체 통신비를 낮추는 효과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조삼모사’라는 논리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는 특정 콘텐츠를 이용할 때만 요금을 감면해 주는 제로 레이팅보다 전체 데이터 이용료를 저렴하게 해주는 게 당연히 더 이득이다.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진 만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이통사가 분주히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5G 시대 앞두고 꽃피우는 ‘제로 레이팅’
◆게임 이용 시 데이터 부담 가장 커

실제 통신비에 대한 국민적 부담도 여전히 크다. 빅데이터상 통신비에 대한 감성 분석을 실시한 결과 2016년 긍정 47% 부정 53%, 2017년 긍정 40% 부정 60%, 2018년 긍정 33% 부정 62%로 해를 거듭할수록 부정 감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비에 대한 감성 키워드를 살펴보면 1위 ‘부담(6036건)’, 2위 ‘걱정(324건)’, 3위 ‘우려(237건)’, 4위 ‘요금 폭탄(215건)’, 5위 ‘합리적(200건)’, 6위 ‘불만(173건)’ 순으로 나타났다. ‘부담’이라는 부정 키워드에 대한 언급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걱정’, ‘우려’, ‘요금 폭탄’, ‘불만’ 등 높아지는 통신비에 부정적인 감성을 보이고 있었다. 통신비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버거워하는 가계 지출 중 하나다.

휴대전화 이용자의 대부분은 통신비에 부담을 느낀다.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알아서 고가 요금제를 쓰게 돼 있지만 필요에 의해 싼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요금제의 선택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5G 시대 앞두고 꽃피우는 ‘제로 레이팅’
빅데이터상 ‘통신비+부담’이 언급됐을 때 나타난 연관 키워드로는 1위 ‘게임(1346건)’, 2위 ‘GPS(1165건)’, 3위 ‘스트리밍(580건)’, 4위 ‘영상(325건)’, 5위 ‘업로드(117건)’, 6위 ‘검색(109건)’ 순으로 나타났다.

1위에 ‘게임’이 오르며 모바일 게임을 즐길 때 요금 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위에 ‘GPS’가 오르며 위치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때 통신비가 걱정된다는 언급량이 많았다.

모바일 음원과 영상 콘텐츠를 이용할 때도 통신비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SNS상에 사진이나 영상을 업로드하거나 인터넷 검색 등을 이용할 때에 대한 언급도 나타났다. 현재는 제로 레이팅 서비스가 게임업계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추후 위치 기반 서비스나 영상 콘텐츠로 확대된다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비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이동 통신사는 ‘요금제 개편’과 ‘제로 레이팅’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고 정부는 ‘보편요금제’를 추진 중이다. 지속적으로 데이터 요금에 대해 ‘과도한(536건)’, ‘큰 부담(285건)’이라는 목소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은 데이터 사용에 대해 ‘편리한 데이터 이용(124건)’, ‘저렴한 비용(92건)’, ‘다양한 플랜(82건)’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인터넷 보급 초기에는 인터넷을 전기나 수도와 같은 ‘공공 서비스’로 분류해 인터넷상에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과 내용에 대한 구분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고려해 인터넷 접근을 ‘공공 서비스’가 아닌 일반 ‘정보 서비스’로 변경했다.

즉 그동안 공공재로 분류된 통신망에 대한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5G 시대에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설비투자와 서비스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시기에 밥그릇 싸움으로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튜디오’ 게임특화존에서 방문객들이 ‘갤럭시 노트9’으로 모바일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