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TV시대…영상 콘텐츠,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
‘웹 콘텐츠’에 돈과 인재 몰려든다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국민의 매체 이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전국 7416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2017년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의 주요 결과를 보면 40대 이하와 50대 이상의 미디어 인식과 이용이 뚜렷이 구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매체를 묻는 질문에 10대(78.8%)에서 40대(64.9%)까지는 스마트폰을, 50대(52.1%)·60대(77.4%)·70대 이상(93.4%)은 TV라고 응답했다.

연령별 주중 TV 시청 시간은 10대가 약 1시간 인데 반해 연령에 비례해 증가, 50대부터 3시간을 넘어 70대 이상은 4시간이 넘는다.

젊은 층은 TV를 보지 않는다. 일단 집에 있을 시간이 없다. 학생은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직장인은 일 때문에 바쁘다. 그런 점에서 모바일은 훌륭한 타임 킬러다. 잠깐 짬이 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사람들, 스마트폰을 늘 끼고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볼까.

최근 가장 유행하는 것으로는 역시 웹 콘텐츠를 꼽을 수 있다. 웹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해 공간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의 텍스트·이미지·소리·동영상 등으로 제작된 모든 콘텐츠를 말한다.

웹 콘텐츠는 스낵 컬처(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에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의미) 문화 현상을 기반으로 빠르고 간편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함으로써 약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에 장르·시간·스토리텔링 등에서 새로운 문법이 요구되는 최근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는 분야다.

사실 웹 콘텐츠는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로, 해외에서는 디지털·온라인·모바일·스마트 콘텐츠 등 다양한 용어가 혼재돼 사용된다.

일본에서는 웹에서 제공, 전달되는 콘텐츠라고 정의한다. 미국에서는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다큐멘터리·데이터·애플리케이션·디지털로 제공되는 이미지·오디오 및 비디오 파일, 개인 웹 페이지, 보관된 e메일 메시지 등이 광범위한 모든 콘텐츠를 의미한다.

디지털로 제공되기 때문에 PC를 포함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든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되는 콘텐츠를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측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2008년에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라는 용어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정작 영어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지만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서 변화하는 인간상을 잘 표현한 용어다.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영역을 확장하고 관계를 넓히며 사회생활을 한다.

모바일 기기는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시대상을 잘 나타낸 용어라고 생각된다. 웹 콘텐츠는 바로 이러한 모바일 시대에 가장 촉망받는 새로운 콘텐츠다.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고 유통은 더욱 자유롭다. 유튜브를 떠올리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으로 스트리밍과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인터넷 전송속도가 충분히 뒷받침되기 때문에 대용량의 동영상을 볼 때도 굳이 파일을 저장해 보는 것이 아니라 재생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인터넷 전송 방식으로 시청하고 자기 취향을 잘 분석해 자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실시간 스트리밍은 내로(narrow) 미디어 캐스팅의 미래를 엿보게 한다. 이러한 시청 행태는 특히 30대 이하 층에서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고 매년 전 연령층으로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중요성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텔레비전은 감소하고 있고 새로운 시청 행태로 볼 수 있는 한꺼번에 시리즈 전편을 보는 몰아 보기(binge viewing), 이동 중 시청하기(out of home viewing), 원하는 시간에 시청하기(time-shift viewing) 등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 구애받지 않는 능동형 시청 행태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웹 콘텐츠는 바로 이러한 새로운 시청 형태를 모두 충족시킨다. 호모 모빌리쿠스에 최적화된 콘텐츠인 것이다. 대표적인 웹 콘텐츠 중 하나가 웹드라마다. 웹드라마는 웹(web)과 드라마(drama)의 합성어로 에피소드 당 10~20분 내외로 짧게 구성돼 웹상에서 시청 가능한 드라마를 의미한다.

2010년 국내 첫선을 보였던 웹드라마는 초창기 주로 기업들의 자사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지만 이후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의 발전으로 짧은 영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소재나 출연 배우 등의 폭이 넓어지고 전문 제작사가 만드는 웹드라마의 숫자도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2016년 11월 네이버 TV캐스트로 방송된 ‘마음의 소리’다. 이 웹드라마는 동명의 유명한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한 사례인데, 1주일 만에 1000만 뷰를 넘어섰고 방영 3주일 만에 2000만 뷰를 돌파해 전체 웹드라마 조회 수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나중에 KBS 2TV에서 시트콤으로 제작될 정도로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손꼽힌다.
‘웹 콘텐츠’에 돈과 인재 몰려든다
◆정통망법 심의로 방송보다 자유로워

웹드라마는 방송 콘텐츠와 차별화된 장점이 많다. 먼저 제작 차원에서 소재와 포맷이 자유롭다. 웹드라마는 규제가 느슨하다.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콘텐츠는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의 심의를 받기 때문이다. 방송의 형식을 갖추지만 음란물이나 불법성 있는 내용만 아니라면 어떠한 내용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광고도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의 경향을 보면 드라마와 마케팅이 결합된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롯데면세점은 마케팅용으로 직접 웹드라마를 만들어 큰 인기를 얻었다. 이민호·이종석·EXO 카이 등 7명의 남자 배우가 등장한 ‘첫키스만 일곱번째’와 이준기·황치열·EXO 찬열 등 6명의 남자 배우가 출연한 ‘퀸카메이커’ 등 한류 스타가 총출동해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펼쳤다. 제품 간접광고(PPL)를 넘어 아예 직접 광고를 드러내놓고 하되 스타를 잘 활용함으로써 재미와 광고 효과 모두를 잡았다.

무엇보다 제작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이 제작자에게 큰 매력이다. 짧은 시간에 소비하기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초로 한 기획력과 실험적 발상이 특히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로 소규모의 독립 제작사에 새로운 기회의 시장이기도 하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이기 때문에 긴 호흡이 필요 없고 시간 나는 대로 10분 정도의 단위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다. 인터넷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편성에 구애되지 않고 어떤 장소에서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원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제작자에게 그대로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웹드라마 자체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거의 없다. 미리보기 서비스를 통해 다음 회를 300~400원의 비용에 시청하게 하거나 동영상 광고 서비스와 콘텐츠를 유료 채널에 판매함으로써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제작비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웹드라마는 생각보다 많이 제작되지 않는다.

웹드라마로 당장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모바일 시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스낵 컬처에 대한 수요가 높아감에 따라 시장의 확대는 필연적이다. 이에 따라 웹 콘텐츠 제작자들은 유통 플랫폼 다각화 전략과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 진출 전략에 발맞춰 소규모 제작사뿐만 아니라 대형 연예 기획사나 제작사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웹 콘텐츠 시장은 판권 사업과 해외 사업자와 공동 제작, 부가 시장 확대, 캐릭터 라이선싱 등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기회를 지속적으로 엿보는 중이다. TV의 시대는 저물고 있지만 모바일 콘텐츠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8호(2018.09.03 ~ 2018.09.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