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05호 (2019년 01월 02일)

‘기술’에 운전대를 넘겨주기 시작한 인간

-전자장치로 구현되는 자동차의 놀라운 변신…기존 산업의 문법 완전히 바뀐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 인간은 운전을 잘 못한다. 비효율적이다. 필요 이상으로 브레이크나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과속과 급가속·급감속을 반복한다. 그래서 교통 정체가 발생한다. 만일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뀔 때 모든 차가 동시에 출발한다면 시내의 교통 정체는 얼마나 줄어들까.

언제부터인가 자율주행차에 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마치 영화 속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자율주행차가 곧 등장한다는 뉴스에 적잖이 흥분되기도 한다.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며 제어하는 기술이 발달해야 한다.

◆구글 ‘웨이모’ 4단계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는 무인 자동차 또는 로보틱 자동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모두 운전사가 필요 없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무인 교통수단이 그렇게 새로운 기술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인천공항의 자기부상철도, 대구에 있는 모노레일, 도쿄에 있는 유리카모 전차 등은 모두 기관사가 필요 없는 무인 교통수단이다. 철도를 따라가는 교통수단은 무인 운송이 크게 어렵지 않다. 앞에서 갑자기 멈추거나 옆에서 무작정 치고 들어오는 등의 운행에 영향을 주는 변인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는 다르다. 운전하는 다양한 상황을 떠올려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쉽다.
자동차는 한적한 시골길을 가기도 하고 뻥 뚫린 고속도로를 가기도 하지만 길이 좁고 사람도 뒤엉켜 걷게 되는 홍대 앞이나 가로수길을 가기도 한다. 모두 똑같이 운전하는 것이지만 운전의 난이도는 다르다. 자율주행 기능 역시 동일한 어려움을 겪는다.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는 복잡한 홍대의 골목길을 다닐 때보다 덜 어렵다. 고려해야 하는 외부 상황이 적기 때문이다. 적용되는 기술의 난이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도 자동화 기술의 정교함에 따라 분류된다.

아직 국제 표준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자율주행 기술의 분류 등급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서 정한 5단계 기준이 널리 알려져 있다.

목표가 자율주행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운전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0단계(No Automation)다. 온전히 인간이 운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차는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 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지정된 속도에 맞추면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도 그 속도 그대로 진행한다. 또는 차로 이탈 경보 장치도 있다. 달리고 있는 차로에서 벗어나면 알람이 울린다.

사람이 운전하면 기술이 보조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자율주행 1단계(Driver Assistance)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사람이 운전하므로 운전자가 주행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2단계부터는 드디어 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차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앞바퀴를 좌우로 움직이기도 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자동차 회전축과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면 부분 자동화(Partial Automation) 단계가 되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고속도로나 큰길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테슬라 오토파일럿이 2단계 자율주행에 해당한다.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에 따르면 0~2단계까지는 운전사가 운전 환경을 계속 모니터해야 한다고 정의한다.

3단계부터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 환경을 모니터한다. 추월이 가능하고 교통이 혼잡할 때와 주차 등과 같은 상황에서 운전자의 도움 없이 자율주행 시스템이 스스로 운전한다. 그래서 3단계를 조건부 자동화(Conditional Automation) 단계라고 한다.

2017년 출시된 아우디 A8이 여기에 속한다. 아우디 A8은 최대 시속 60km까지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할 수 있지만 운전자의 역할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마음 놓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하기에는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반면 4단계는 설령 문제가 발생해도 시스템이 알아서 해결한다. 고도 자동화(High Automation) 단계라고도 하는데,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하는데도 반응하지 않으면 안전하게 정차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한다.

2009년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한 구글 웨이모는 2018년 12월 5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바로 이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웨이모는 지금까지 25개 도시에서 지구를 네 바퀴 돌 수 있는 거리에 해당하는 약 1600만 km 이상 시험 주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5단계는 완전 자동화(Full Automation) 단계, 즉 완전한 자율주행차다. 100% 자동차가 알아서 간다. 따라서 운전자라는 의미보다 탑승자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자율주행차가 바로 이것이다.

이때가 되면 자동차의 모양과 자동차 산업이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자동차의 인테리어가 더 이상 지금의 자동차 형식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차에 탄 사람이 모두 탑승객이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미디어가 되거나 작업 또는 사회적 관계를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사고율 0’에 가까워진다. 이때 자동차 딜러, 차량 공업사, 보험회사가 파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 산업으로 변신한 자동차 산업



자동차 산업을 일컬어 제조업의 꽃이라고 한다. 3만여 개의 부품이 적재적소에 들어가 작동하는,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자동차는 기계장치의 복합물이고 하드웨어의 조립 산업이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자동차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정보통신기술(ICT) 전 영역에서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이동 수단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도구나 미디어, 심지어 콘텐츠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를 얘기할 때 전장 산업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전장은 말 그대로 전자장치다. 제조업의 꽃이었던 자동차가 이제 전자기기가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전장화되니 당연히 이것을 담당하는 전자장치를 운용할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그래서 전장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은 함께 발전할 수밖에 없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자동차를 만드는데 아무리 많아야 1000만 줄 정도의 코드를 짜야 했지만 2016년에는 1억5000만 줄로 증가했다고 한다. 현재 소프트웨어가 원가 대비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2030년에는 약 3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될 정도다.

한국 기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2016년 11월 삼성전자는 미국의 전장 전문 기업인 하만을 9조원(80억 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OTA(Over The Air : 무선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 산업 분야의 선두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 산업 사업을 펼쳐 왔는데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전장 산업 분야의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가 전장 산업 토털 솔루션 업체가 됐다는 말은 이제 삼성전자는 자동차 회사가 됐다는 의미다. 껍데기만 빼고 모든 것을 다 갖춘 것이기 때문이다.

껍데기, 즉 하드웨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배터리와 모터를 만드는 하드웨어 회사 역시 자동차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의 자동차 산업과 비교하면 지금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비해 전장 산업으로서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삼성전자와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 모터를 만드는 테슬라 등 기존의 완성차 회사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이 열리게 된 것이다.



LG전자 역시 2013년 전장사업본부를 신설한 이후 자동차 사업에 박차를 가해 왔다. 커넥티드카 핵심 부품인 텔레매틱스 컨트롤 유닛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자동차 모터와 배터리에도 강점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하드웨어까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3월에는 280억원(2500만 달러)을 투자해 미국에 전기자동차 부품 공장을 설립했고 4월에는 헤드램프 제조사인 오스트리아의 ZKW를 1조4000억원(11억 유로)에 인수했다. 그깟 헤드램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동차 외양에서 램프가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실내 인테리어와 연계했을 때 조명의 역할을 한 번 떠올려 보면 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나라마다 다른 조명에 대한 규제와 소비전력 등을 고려해 보면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주요 완성차 회사는 반드시 헤드램프 회사와 협력해 새 차를 디자인한다.

결국 ‘누가 이러한 장치를 이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자동차를 만들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면 똑같은 배터리를 사용하더라도 어느 회사가 소프트웨어 최적화 작업을 통해 가장 높은 배터리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느냐에 따라, 똑같은 5G 통신을 이용하더라도 어느 회사가 더 매력적인 텔레매틱스 기능을 소개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의 완성차 회사가 주도권을 갖고 갈지,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전자회사가 도전할지, 네이버와 바이두 같은 정보기술(IT) 회사가 영역을 확장할지 아니면 테슬라와 니오(NIO) 같은 전혀 새로운 자동차 회사가 판을 뒤엎을지 향후 자동차 산업은 미궁에 빠져 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의 자동차 산업 지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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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1-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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