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S ‘채팅’, 애플 아이메시지처럼 갤럭시 기본 탑재…구글도 유사 서비스 재도전
삼성전자, 이통사와 손잡고 ‘카톡’ 정조준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가 손을 잡았다. 이들은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RCS)에 주목하고 있다. KT와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28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을 통해 RCS ‘채팅’을 출시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개발 일정에 따라 조만간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2012년 ‘조인’ 실패 이후…다시 도전

‘채팅’은 단말기 자체에 RCS 솔루션을 탑재하기 때문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나 가입 절차 없이 스마트폰 메시지 앱에서 채팅 서비스 사용에 동의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문자 메시지와 달리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지 않고 이용 중인 요금제에 따라 데이터가 차감된다.
이통사들은 채팅의 확장을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KT는 6월 30일까지 데이터 차감 없이 무료로 채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SK텔레콤은 5MB 이하의 메시지는 비과금 처리하기로 했다.

최대 100명과 동시에 그룹 채팅을 할 수 있고 최대 100MB에 이르는 대용량 파일을 전송할 수 있다. 기존 MMS는 1MB 크기로 데이터 전송이 제한됐지만 채팅은 화질 저하 없이 원본 그대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다. 대화 상대방이 채팅을 이용하지 않으면 기존의 문자 메시지로 자동 전환된다. 카카오톡처럼 상대방의 메시지 수신 여부도 알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RCS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이동통신 3사는 GSMA가 발표한 RCS ‘조인(joyn)’을 도입한 바 있다. 한국은 스페인과 독일에 이어 조인을 택한 셋째 국가로 이통 3사가 연합해 출시했지만 국내 스마트폰 메시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카카오톡에 밀려 2015년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또 ‘조인’ 이전에도 이통사들은 소셜톡·올레톡·와글 등 자체 메신저를 출시하며 모바일 메신저에 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메신저와의 경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은 끊임없이 RCS 시장에 재도전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RCS와 관련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RCS 기업인 ‘뉴넷캐나다’를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뉴넷캐나다가 보유한 RCS 기술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이 회사는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제조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팅은 기본적으로 아이폰의 ‘아이메시지’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인은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채팅’은 삼성 갤럭시 사용자라면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RCS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대화 상대방이 채팅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메시지로 자동으로 전환한다는 점도 아이메시지를 닮았다.

채팅을 정착시키기 위해 인공지능(AI)과의 연계도 시도한다. ‘챗봇’ 서비스도 RCS에서는 가능해질 전망이다.

KT는 “기업이 챗봇 서비스를 통해 일대일 상담을 할 수 있고 상품 정보도 문의할 수 있다”며 “향후 채팅 서비스 내에서 상품 주문과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공급 주체가 이통사이기 때문에 원활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RCS의 장점이다.

RCS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해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도 안드로이드에 적용할 RCS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2015년 RCS 기술 표준 업체 자이브모바일을 인수한 구글은 지난해 4월 글로벌 이동통신사들과 협력해 안드로이드용 RCS 서비스 ‘챗’을 개발 중이다.

구글의 도전이 주목받는 것은 국내 통신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이 약 2년 전 출시한 ‘알로’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챗봇 형태로 투입했는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서비스의 확장을 막았기 때문이다.

◆부가 수익 창출 가능한 메시징 플랫폼

이통사와 삼성전자의 RCS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메신저로 굳어진 국내 스마트폰 메시징 시장의 법칙을 바꿔 놓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의 도입과 함께 텍스트의 전송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모바일 메신저가 메시지 서비스 생태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이 국내 메시징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네이버의 ‘라인’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 등이 양분하고 있다. 사실상 스마트폰의 도입과 함께 기존의 문자 메시지는 모바일 메신저에 자리를 내준 것이나 다름이 없어졌다.

메시징 시장에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운영체제(OS) 기업이 또 한 번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메시지 플랫폼이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시장 지배자인 카카오톡이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와 같은 다양한 생활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메시지 서비스는 핀테크·모빌리티·빅데이터 등 다양한 사업군과의 연계가 가능해 높은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RCS는 비즈니스 메시징 시장에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택배 배송이나 신용카드 결제 등 기업이 고객에게 전송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문자를 통해 이뤄지며 ‘챗봇’과의 연계로 다양한 비즈니스 마케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GSMA 측은 RCS의 비즈니스 메시징 시장 규모가 2021년이 되면 74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해결돼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애플의 ‘아이메시지’가 아이폰·맥북·아이패드 등 애플의 전자 기기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아직까지 ‘채팅’은 갤럭시 중에서도 최신 모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통신 3사가 한날한시에 플랫폼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시기가 각각 다르다는 점도 범용성의 확장을 막는다. 상대방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야만 기능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는 메시징의 특성상 보다 넓은 사용자 층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하다.

◆용어 설명

RCS(Rich Communication Suite)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만든 통합 메신저 규격이다. 기존 단문 메시지(SMS)와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MMS)에 그룹 채팅, 대용량 파일 전송 등 기능을 더한 서비스다. 별도의 가입이 필요 없고 전화번호만 있으면 활용할 수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