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중앙집중형 클라우드로는 한계…분산 저장으로 보안성도 뛰어나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사물인터넷T(IoT)은 오늘날 정보기술(IT) 산업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IoT의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특히 대용량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IoT를 구성하는 필수 인프라로 부상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유수의 글로벌 IT 기업들도 클라우드 컴퓨팅에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 늘어난 사물인터넷, ‘에지 컴퓨팅’ 새 화두로
하지만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을 중심으로 IoT의 한계를 지적하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IoT 개념이 제안됐을 당시와 지금의 사용 환경, 활용 사례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간단한 가전제품 등 소물 기기 간 연결성이 강조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자동차와 로봇 등 복잡한 기기들도 IoT의 핵심 기기로 등장했다. IoT 활용 역시 단순 기기 제어를 넘어 고난도의 데이터 분석과 가공, 시사점 발굴 등 한층 다양해졌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 유망 IoT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에지 컴퓨팅은 다수의 단말기기 자체 혹은 단말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네트워크 장비에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즉 네트워크의 가장자리(edge)에서 데이터 수집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우선적으로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모은 후 처리하는 중앙집중화 개념이라면 에지 컴퓨팅은 네트워크 내 여러 기기들이 데이터를 다루는 분산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각광 받는 에지 컴퓨팅
에지 컴퓨팅이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실시간 데이터 처리의 중요성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빠른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요구하는 서비스가 증가했다. 게임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에서는 데이터 송수신, 분석, 명령 실행 시간의 최소화는 서비스 품질과 직결된다. 만일 클라우드 컴퓨팅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서비스 품질 요구 조건보다 현저히 느리면 원활한 서비스 지원이 어렵게 된다.

인간의 판단과 개입이 사라지는 자율주행차에서는 신속한 데이터 처리가 주행 성능은 물론 안전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으로 연결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교통 흐름 파악, 장애물 경고, 주행 판단 등 자율주행차를 위한 데이터 작업을 상당 부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는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와 클라우드 서버 간 데이터 송수신과 컴퓨팅 수행 시간이 매우 짧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층 빌딩 숲이나 교외 등 무선통신 환경이 양호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데이터 송수신 시간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율주행차는 초당 1기가바이트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를 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고성능의 클라우드 컴퓨팅이더라도 수많은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데이터를 전송한다면 원활한 데이터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만일 이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역시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 서비스다. 실물처럼 자연스러운 디지털 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수십 밀리 초(ms) 이내여야 한다. 만일 클라우드 컴퓨팅의 증강·가상현실 콘텐츠 처리 시간이 늦어진다면 매끄러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몰입감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IoT 기기와 클라우드 서버 간 끊김 없는 데이터 송수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를 수용하는 네트워크 인프라 용량이 확대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주파수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무선통신에서는 더욱 심각한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대규모 데이터 송수신을 위해서는 높은 주파수 대역을 발굴할 수 있지만 그러면 송수신 거리의 제약, 신호 품질 저하 등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에지 컴퓨팅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클라우드 서버 대신 에지에서 즉시 필요한 데이터 작업을 지원하면 서비스의 실시간성 요구 수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에지의 도움으로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해야 할 데이터 양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내 데이터 흐름이 끊기는 병목현상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에지 컴퓨팅은 IoT의 보안성 강화도 지원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다수의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데이터를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모든 데이터가 한곳으로 모이는 특성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이버 공격의 집중 표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 등 다수 기업의 클라우드 서버가 해커들의 공격으로 민감한 정보 누출, 작동 불능 등 숱한 사고를 겪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진전될수록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보안성 강화는 많은 IT 기업들의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에지 컴퓨팅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수많은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가 동시에 공격받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에지에서 클라우드 서버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필터링과 암호화 등을 적용해 데이터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해킹 파일 등 악의적 프로그램이 클라우드 서버에 이식될 위험을 낮출 수 있으므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보안 피해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래 IoT의 주역으로 부각
최근 IT 산업에서는 데이터 경제의 부상, 이종 산업과 IT 융합 등 새로운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IoT는 안정적 네트워크 운영과 함께 데이터 수집·분석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지원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다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바람이 거세지면서 IT는 물론 여러 산업에서도 IoT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질 여지가 크다.

이런 관점에서 에지 컴퓨팅의 중요성도 한층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분야를 중심으로 에지 컴퓨팅 적용이 확산될 수 있다. 또한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에지 컴퓨팅의 주요 기술, 적용 시나리오, 기대 효과를 연구하는 움직임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에지 컴퓨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시스코·델·휴렛팩커드(HP) 등은 에지 컴퓨팅을 구축하기 위한 기기와 솔루션 비즈니스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자사의 산업용 컴퓨팅 플랫폼 프레딕스(Predix)에 데이터 분석 소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에지 컴퓨팅 기술을 적용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자사의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에지 컴퓨팅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에지 컴퓨팅 자체는 만능이 아니다. 에지 컴퓨팅은 실시간성이 요구되는 데이터 작업에 유리하지만 상대적으로 저사양 기기가 대부분인 에지의 특성상 복잡하고 어려운 고차원 작업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데이터를 통합하고 중요한 시사점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보다 효과적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에지 컴퓨팅을 복합 적용하는 방법도 널리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지 컴퓨팅이 일차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통해 가공된 데이터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송해 추가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모바일·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마찬가지로 에지 컴퓨팅도 IT 산업 시장과 경쟁 변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에지 컴퓨팅의 부상으로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등 다양한 IT 비즈니스 기회가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IT 기업들 역시 에지 컴퓨팅의 핵심 기술 연구·개발과 이를 활용한 신규 수익 발굴에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