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스마트폰도 삼성과 경쟁 예고…美 판매 부진·보안 우려가 걸림돌
스마트폰 시장 ‘2인자’ 된 화웨이, 질주는 계속될까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간추리면 ‘삼성전자의 체면 유지와 화웨이의 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2위 자리를 화웨이에 또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카운터포인트의 분기별 보고서 ‘마켓모니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시장점유율 21%로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는 17%의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전년 대비 50% 성장해 2분기 연속 판매량이 감소한 애플을 제쳤다.

화웨이의 1분기 시장점유율은 역대 최고다. 중저가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고성능 카메
라를 비롯한 앞선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다는 분석이다.

◆AI 등 혁신 기술 도입으로 ‘급성장’

화웨이의 성장에서 눈여겨볼 점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제품 혁신이 큰 몫을 했다는 점이다. 쇼빗 스라바스타바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무선 배터리 공유, 고사양 카메라,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스마트폰에 과감히 도입한 것이 화웨이의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혁신은 과감한 투자에서부터 시작됐다. 화웨이는 매년 연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누적된 R&D 비용만 해도 3940억 위안(약 604억 달러) 이상이다. 또 화웨이는 15개국의 R&D센터와 공동혁신센터 36곳, 45개의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화웨이의 전 직원 중 R&D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5%다.

이 중에서도 화웨이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AI다. 2012년 설립된 화웨이의 ‘노아의 방주 랩(Noah’s Ark Lab)’은 AI와 데이터 마이닝 기술 연구를 주관하고 있는데, 2016년 미국 UC버클리와 AI 기초 연구에 대한 협업을 시작했다.

화웨이는 100만 달러의 초기 연구 자금을 UC버클리에 지원해 딥러닝, 머신러닝 기초 이론, 자연어 처리 등 AI와 관련한 연구·개발 활동에 집중했다.

그 결과 화웨이는 ‘국제가전박람회(IFA) 2017’에서 자체 최초 모바일 AI 칩셋 ‘기린 970’을 공개했고 같은 해 10월 이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메이트 10’을 공개했다. 올해 출시된 P30 시리즈에는 ‘기린 980’ 프로세스를 탑재해 AI 연산을 위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갖췄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고성능 카메라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셀피(셀프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층을 겨냥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성능이 좋은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 핵심은 ‘ToF(Time-of-Flight) 카메라’다. 이른바 ‘3D 카메라’로 일컬어지는 ToF 카메라는 피사체에 반사된 빛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정확한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사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생체 인증에도 활용할 수 있다.

화웨이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P30 프로에 쿼드러플 카메라를 탑재했는데 이 중 한 개를 ToF 카메라로 구성했다. 최고 사양을 적용한 P30 프로는 후면에 새로운 화웨이 슈퍼 스펙트럼 센서가 적용된 4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 20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800만 화소 망원 카메라와 함께 깊이 측정을 위한 ToF 카메라를 갖췄다.

화웨이는 이전 모델인 P20 프로부터 고성능 카메라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P20 시리즈는 카메라 화질 평가 사이트인 ‘DxO마크(Mark)’에서 각각 109점(P20프로), 102점(P20)을 받으며 역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4월 초 출시된 갤럭시 S10 5G부터 ToF 카메라를 탑재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는 P30 프로를 통해 쿼드러플과 ToF 카메라를 삼성전자보다 먼저 출시했다”며 “그 어떤 업체보다 카메라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 ‘2인자’ 된 화웨이, 질주는 계속될까
◆향후 경쟁 키워드는 ‘5G와 폴더블’

화웨이의 점유율 상승은 미국 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며 2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스라바스타바 연구원은 “만일 화웨이의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연간 실적에서 애플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화웨이의 성장을 견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이러한 예측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IDC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화웨이·오포 등 3사가 20% 내외의 비슷한 점유율을 형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은 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 대부분에서 볼 수 있다”며 “시장 초기에는 브랜드 파워가 높은 삼성전자가 성장했지만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 중화권 업체들이 멀티 카메라, 베젤리스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을 적극적으로 탑재해 제품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저가 제품군에서의 점유율이 성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태국은 전체 스마트폰 판매의 84%가 400달러 이하의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중화권 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아너(Honor)’와 ‘노바 시리즈(nova series)’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아너는 지난해 중국 온라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을 토대로 아너의 2017년 대비 매출액은 170% 이상 증가했다. 노바 시리즈는 ‘셀피’에 특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젊은 세대에게 호평 받고 있고 화웨이 노바 4는 차세대 펀치 풀뷰 디스플레이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화웨이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미국 정부는 화웨이 제품에 대해 판매 제한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지난 3월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둘째는 보안에 대한 의구심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사용 시 ‘백 도어’를 통해 각종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갈 수 있다며 세계 각국에 5G 네트워크 장비에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호주와 네덜란드 등은 미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5G 통신 장비에 화웨이 제품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의 가파른 성장세는 세계 스마트폰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승패를 가를 요소는 ‘5G’와 ‘폴더블’이다. 정체기에 도입한 스마트폰 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신기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3160만 대로, 전년 대비 5.1%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5G 시대와 폴더블 제품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의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을 4월 출시했다. 화웨이는 5월 2일 ‘메이트20X 5G’의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은 2020년 하반기 이후에야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퀄컴과의 특허 분쟁 합의로 다소 앞당겨 출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얼마나 고도화된 기술력을 펼치느냐도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5월 출시 예정이었던 ‘갤럭시 폴드’의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화웨이는 2019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폴더블폰 ‘메이트(Mate) X’를 공개했는데 당시만 해도 갤럭시 폴드와 기술력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트 X는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택한 갤럭시 폴드와는 정반대로 ‘아웃폴딩’으로 설계됐다.

화웨이에 따르면 메이트 X는 7월 출시 예정으로, 갤럭시 폴드와 비슷한 시기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5G와 폴더블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 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