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24호 (2019년 05월 15일)

쾌적한 수면 걱정 마세요…새롭게 떠오른 신시장 ‘슬립테크’

[테크놀로지]
IT 활용해 수면의 질 개선, 스마트 침대·스마트 안대 등 혁신 상품 쏟아져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건강을 위해 가장 필요한 활동 중 하나는 바로 수면이다. 수면은 인체의 컨디션과 호르몬 분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성적으로 수면 불안을 겪는 사람들은 컨디션 저하는 물론 비만과 감기 등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많은 전문가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건강 유지와 질병 치료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일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이지만 사람들은 수면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한다. 게다가 오늘날 현대인들이 숙면을 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쁜 업무는 물론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사회 활동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수면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원인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수면 시간이 짧은 국가에 속한다. 한국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매우 짧은 수준이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생산성 저하는 물론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수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수면 부족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수면 부족이 초래하는 미국 내 경제적 비용이 연간 4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노동자들의 수면 부족으로 연간 15조 엔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각종 연구에서도 하루 중 활동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반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면(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슬리포노믹스는 사람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산업을 말한다. 불면증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수면제는 물론 수면 용품, 수면 관련 상담과 치료 서비스 등 각종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수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슬로포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베개나 침구 등이 값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는 등 수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부상할 조짐이다.

슬리포노믹스에 주목하는 IT 기업들
최근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은 슬리포노믹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슬로포노믹스는 아직까지 의약품과 숙면 보조 제품 등의 비율이 높다. 그러므로 이들 기업들은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이른바 슬립테크(sleep tech)를 통해 슬리포노믹스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IT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의 수면 특성 분석과 개인별 맞춤형 수면 질 개선 등 여러 분야에서 슬립테크의 역할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슬립테크 기술은 바로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는 수면 여부를 감지하고 깊은 잠과 얕은 잠의 수준 등 기본적인 수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내장돼 있다. 특히 스마트 워치 사용자들의 수면 측정 기능 사용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다수 기업들은 수면 데이터 수집과 분석 기능을 한층 강화한 스마트 워치를 개발, 출시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 워치는 오랜 시간 착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면 특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의 확산 등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가 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수면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심각한 수면 이상을 겪는 사람들만 병원 진료를 통해 문제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는 사람들이 직접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중 간편하게 중요한 수면 정보를 확인하고 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스마트 워치를 통해 수면 습관을 꾸준히 관리한다는 사람들의 비율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슬립테크를 적용하고 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 사용이 숙면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스마트폰 기업들도 사용자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 개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불면증과 시력 감소를 유발하는 청색광 차단, 정해진 시간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는 스크린 타임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이런 기능들은 고도의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잘못된 스마트폰 사용 습관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사용자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수면과 생활 습관 개선 등 각종 헬스 케어 기술이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스타트업은 독특한 슬립테크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슬립넘버(Sleep Number)는 수면 센서를 장착한 스마트 침대를 선보였다. 스마트 침대는 사용자가 자고 있는지 여부를 자동으로 인지하고 현재 수면 상태에 따라 침대에 포함된 공기의 양을 늘리거나 줄여 쾌적한 숙면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코를 곤다면 스마트 침대는 머리 부분을 천천히 올려줘 코골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슬립넘버의 스마트 침대는 2017년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 톱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슬리포노믹스 성장이 슬립테크 발전을 가속화
핀란드의 베딧(Beddit)이라는 기업은 침대에 부착해 수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수면 측정기를 선보였다. 수면 측정기는 잠을 자는 시간, 심장박동 수, 수면 주기, 수면의 질, 코골이 횟수 등 방대한 정보를 특수 센서를 이용해 수집 분석할 수 있다. 베딧의 수면 데이터 분석 기술의 우수성을 확인한 애플은 2017년 베딧을 인수하고 관련 기술을 애플워치에 적용했다.

뉴로온(NeuroOn)이라는 스타트업은 스마트 안대를 선보였다. 빛을 차단하는 일반적 안대와 달리 뉴로온의 스마트 안대는 사용자의 수면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로 사용자 안면에 빛을 쏘는 빛 치료 기술을 적용했다. 뉴로온의 스마트 안대는 피부 접촉 전극을 통해 사용자의 맥박과 뒤척임은 물론 뇌파와 체온 정보를 측정해 현재 수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 안대는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적절한 LED 광량을 선택해 사용자에게 투과할 수 있다. 뉴로온은 이를 통해 낯선 지역에서의 시차 적응, 쾌적한 기상, 생체 리듬 조절 등 숙면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기업들이 헬스 케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추세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역시 개인 소득 증가와 고령화의 진전으로 헬스 케어가 중요한 차세대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건강을 위한 수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슬리포노믹스는 헬스 케어 산업에서 더욱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슬리포노믹스의 성장은 슬립테크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수면은 IT의 본격적 적용과 거리가 멀었던 분야였다. 하지만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를 쉽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각종 슬립테크 제품과 서비스 출시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 측정은 물론 최적의 수면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나아가 불면증 등 각종 수면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등 슬리포노믹스의 여러 분야에서 슬립테크 적용이 큰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슬립테크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수준이다. 본격적인 확산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슬립테크로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응답이 증가하는 등 슬립테크는 빠른 속도로 슬리포노믹스의 중심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침대나 베개 등 전통적 수면 제품은 물론 가전이나 모바일 기기 등 각종 제품에 슬립테크를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질 수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 등 다수 기업들의 슬리포노믹스 시장 선점 경쟁이 향후 IT 산업의 주요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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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5-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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