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33호 (2019년 07월 17일)

암호화폐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페이스북

[테크놀로지]
-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서의 잠재력 보유한 리브라…관건은 리브라 리저브와 리브라 연합


[한경비즈니스=진석용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페이스북·카카오·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 서비스 업체들이 자사 서비스와 연계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2020년 사업화 예정인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다. 리브라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넘어 금융·유통 등 다른 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의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핀테크의 핵심인 편의성·보안성·신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글로벌 화폐, 금융 인프라라고 소개한다.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리브라가 누구라도 어디에서든 손쉽게 송금·환전·결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면 금융 인프라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충분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단 리브라의 저렴한 수수료가 기존 금융 서비스 이용자를 리브라의 고객으로 흡수하도록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의 소액 송금 수수료율이 7.1~9.4%에 달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또 리브라는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처럼 사용하기 쉬워 신규 고객도 무난하게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금융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17억 명 중 10억 명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페이스북의 방대한 고객 기반 때문에 리브라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전 세계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약 24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2017년 송금액이 78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송금 서비스 시장인 인도에서도 페이스북은 자회사인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의 이용자를 2억 명 이상 확보했으므로 잠재 고객 규모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리브라는 기존 지급 수단들과 차별화된 암호화폐
리브라는 다른 지급 수단들과 달리 송금·환전에 초점을 두고 법정화폐와 교환해 발행되는 암호화폐다. 그래서 여타 지급·결제 수단인 일부 암호화폐나 상품권, 고객 포인트 등과는 여러모로 상이하다. 비트코인 등은 사용자 전원이 암호화폐의 관리 권한을 공유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반면 리브라는 암호화폐의 관리를 일부 한정된 주체들만 맡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리브라처럼 법정화폐로 된 기초 자산을 보유한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사 혼자 중앙집권적으로 암호화폐와 예치금을 모두 관리한다는 점에서 리브라와 상이하다. 또 상품권이나 고객 포인트는 리브라처럼 송금·환전용으로 사용되기 어렵고 발행 권한도 특정 기업이 단독으로 가진다는 점에서 리브라와 차이를 보인다.

리브라 시스템의 핵심은 결제 수단으로서 리브라가 갖춰야 할 가치 안정성, 국제적 수용성, 대체성을 제공하는 안전장치인 리브라 리저브(Libra Reserve)가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유사한 리브라의 예치금은 사용자가 리브라의 구입 대가로 지불한 현금과 리브라 연합의 출자금으로 조성된다. 예치금의 투자 운용은 리브라의 가치 유지라는 조성 목적에 맞게 은행 예금이나 국공채 등 안전 자산에 한정되며 투자 수익은 시스템 관리, 리브라 수수료 인하용 지원금, 출자자의 배당금과 예치금 축적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리브라 시스템은 예치금과 네트워크의 관리를 리브라 연합이 담당하는 부분적인 탈중앙화 방식으로 구축돼 있다.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탈중앙화 방식과 효율적 관리에 적합한 중앙집권적 방식 각각의 장점을 절충한 것이다.

리브라 연합은 다양한 기업과 기관들이 공동출자한 비영리단체다. 출자자는 최소 1000만 달러(120억원)의 출자금을 내고 1000만 달러마다 배당권 성격의 LIT(Libra investment Token)라는 전자 토큰을 하나씩 받게 된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모든 출자자는 동등한 결정권을 가진 공동 경영자이자 블록체인을 만드는 노드의 역할을 맡게 된다. 2019년 6월 현재 리브라 연합에는 다양한 국적의 기업·비영리단체·연구기관 등 30여 개 단체가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20년 상반기까지 출자사 수를 총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리브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출자자가 다양한 국적, 다양한 산업, 다양한 성격의 기업·기관·단체들로 구성되도록 하고 있다. 출자자 중에는 페이스북이 신용카드 결제를 자체 결제 서비스로 대체할 것을 우려하던 비자·마스터카드도 들어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트렌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결제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리브라 연합에 참여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간편하고 저렴한 금융 서비스는 리브라의 장점을 활용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방지는 동시에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페이스북의 고객 기반에 접근하려는 제휴 사업자들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페이스북 플랫폼에 연결된 제휴 사업군은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 위주에서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음식점, 의류 판매업,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광고 수수료 위주인 현재의 수익 구조를 금융 서비스 수수료, 유통 수익 등으로 다변화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리브라를 이용한 대출·보험·투자 기능을 활성화해 페이스북이 금융업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 강화, 확장을 도모하는 페이스북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정부들은 리브라가 금융시장의 질서를 파괴하는 ‘그림자 은행(shadow bank)’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국 정부가 가진 우려의 근원은 24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방대한 고객 기반이다. 전 세계 페이스북의 고객은 기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고객 규모를 훨씬 능가한다. 한때 금융시장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기존 암호화폐의 사용자가 불과 3000만 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페이스북의 24억 명 고객을 대상으로 삼는 리브라는 더욱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리브라의 예치금이 웬만한 국가의 외환보유액에 맞먹을 정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고객들이 1인당 100달러씩 리브라를 구매할 경우 만들어지는 리브라의 예치금은 2400억 달러다. 한국의 현재 외환보유액 4031억 달러(2019년 6월 기준)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그래서 주요국 정부와 규제 당국들은 리브라가 사실상 글로벌 은행이라고 간주하고 기존 은행과 동등한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리브라가 화폐 발행이라는 국가 고유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 하원의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 당국이 리브라에 대해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페이스북에 리브라 프로젝트를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유럽의회·영국은행 등은 리브라가 ‘그림자 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최고 수준의 규제 적용 여부를 검토한다고 한다. 2019년 6월 열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에서는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등록하는 등 기존 금융사와 동등한 규정을 지킬 것을 결정하기도 했다.

비록 각국 정부들의 우려가 크긴 하지만 시장에서는 리브라가 암호화폐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출시되기도 전에 시장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정도로 사업적 잠재력이 커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이 유사한 암호화폐를 개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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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7-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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