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산업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이 부상한다

[한경비즈니스=유성민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외래교수] 로봇은 남자 어린이가 선망하는 대상 중 하나다. 여자 어린이가 공주를 좋아하듯이 말이다. 이 때문에 로봇은 남자 어린이 만화의 단골 주제로 자주 등장했다. 로봇이 악당을 무찌르는 모습이 만화에 자주 등장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로봇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킬러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킬러 로봇은 ‘NO’, 협동 로봇은 ‘OK’
킬러 로봇은 살상용 로봇이다. 군용으로 적군을 제압할 때 주로 사용된다. 악당과 같은 상대를 무찌르니 만화 속에 나오는 로봇이 떠오른다. 하지만 킬러 로봇은 만화 속의 주인공 로봇처럼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현실에서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 말 그대로 살상으로 만들어진 로봇이기 때문이다.

공상과학(SF) 영화 ‘채피’를 예로 들어보자. 채피는 영화에 등장한 주인공 로봇이다. 주인공 로봇은 경찰용 로봇으로 만들어져 범죄자가 모여 사는 빈민가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다. 채피는 그들을 억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결코 영웅이 될 수 없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서는 폭력적인 로봇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로봇으로 빈민가의 주인공 동료를 무참하게 살해한다. 이러한 장면은 어떤 이유에서 킬러 로봇이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킬러 로봇은 인류 전체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킬러 로봇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언급한 ‘로봇 3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 로봇의 인류 위협은 SF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엿볼 수 있다.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로봇은 인간보다 신체적으로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데 이러한 로봇이 사람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실제로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가 ‘터미네이터’와 같은 사태를 우려해 킬러 로봇을 반대하는 시위를 2015년 벌인 적이 있다.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스티븐 위즈니악 등이 참여했었다.
특히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인류를 능가하므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제안했다. 해당 기술은 인간에게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사람을 돕는 협동 로봇
로봇 등장은 만화에서 그려진 모습처럼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로봇을 위협 존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로봇은 기술의 일부다. 다시 말해 사람을 돕기 위해 등장했다. 그러므로 로봇에도 긍정적인 부분은 있다.

‘터미네이터’를 다시 떠올려 보자. ‘터미네이터’에는 두 종류의 로봇이 등장한다. 인류를 공격하는 로봇과 인류를 돕는 주인공 로봇으로 말이다. 이는 로봇이 충분히 사람에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감명 깊은 부분은 주인공 로봇이 주인공 인간과 협업해 악당 로봇을 무찌르는 것이다.

로봇의 인류 위협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로봇이 인류의 위협으로 작용할지는 인류 손에 달려 있다. 로봇은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킬러 로봇 말고도 사람을 돕는 협동 로봇이 있다. 후자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로봇 위협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협동 로봇(Cobot : Collaborative Robot)은 1996년 처음 사용됐다. 노스웨스턴대의 마이클 페시킨과 에드워드 콜게이트 교수는 협동 로봇이라는 제목으로 산업용 로봇 국제 논문지에 게재했다. 이와 함께 협동 로봇을 처음으로 정의했다.

당시 두 교수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개발한 로봇을 소개하면서 협동 로봇을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협동 로봇은 사람 작업자와 함께 협력해 팔과 같은 모양으로 작업을 처리하는 로봇이다. 말 그대로 협동하는 로봇인 셈이다.

그런데 협동 로봇이라는 용어가 1996년 처음 등장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로봇이 1996년부터 나왔다고는 볼 수 없다. 로봇 등장 자체가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협동 로봇 등장은 훨씬 더 오래전에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로봇 등장 시점부터 협동 로봇이 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협동 로봇의 최초 등장 시점은 1966년으로 볼 수 있다. 로봇 양산을 이끈 조셉 엥겔버거는 1966년 유닛로봇(UnitRobot)을 최초로 뉴욕 방송국을 통해 선보였다. 해당 로봇은 팔을 이용해 ‘골프공 줍기’, ‘커피 따르기’ 등의 사람과 협업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최초 협동 로봇을 선보인 셈이다. 그리고 해당 로봇은 산업용으로 양산돼 공장에 적용됐다.

그러면 기존의 모든 로봇은 협동 로봇으로 볼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의 협업 가능성 관점에서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다르다. 미국 로봇산업협회(RIA)는 사람과의 상호 수준에 따라 산업용 로봇과 협업 로봇을 구분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작업자와 분리돼 별도로 작업하는 로봇이다. 반면 협동 로봇은 작업자와 떨어지지 않고 협업해 작업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좀 더 명확히 구분해 보자. 산업용 로봇은 작업자가 원격조종 혹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그리고 사람과 협업할 수 없다. 산업용 로봇은 대형이 많으므로 작업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협동 로봇은 중소형이 많다. 그러므로 사람과 함께 배치돼 작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참고로 협동 로봇은 중소형 공장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용 로봇은 활용도가 정해져 있다. 반면 협동 로봇은 활용도가 다양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협동 로봇의 작업을 쉽게 지정할 수 있다. 이는 작업자가 필요한 지원을 협동 로봇이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산업용 로봇보다 설치하기가 훨씬 더 간편하다.

여기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일자리 위협이다. 협동 로봇은 단독으로 작업하는 로봇이 아니다. 작업자와 함께 움직이는 로봇이다. 일자리 위협이 적은 셈이다. 그 대신 작업자의 업무 능력과 편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킬러 로봇은 ‘NO’, 협동 로봇은 ‘OK’
공장자동화로 주목받기 시작
협동 로봇의 시장 전망은 어떨까.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마켓스 앤드 마켓스’는 협동 로봇 시장의 2017~2025년 연평균 성장률(CAGR)이 50.31%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7억1000만 달러(8520억원)에서 2025년 123억 달러(14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가지 요인이 협동 로봇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협동 로봇의 중소형 크기와 공장자동화가 이에 해당한다. 공장자동화는 인더스트리 4.0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다. 이에 따라 공장에는 로봇이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중소형 규모 공장에는 대형 산업용 로봇을 적용하기 어렵다. 협동 로봇이 이러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유니버설 로봇은 협동 로봇의 선두 주자다. 인터랙트애널리시스 분석에 따르면 유니버설 로봇은 전체 협동 로봇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두 자릿수도 안 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여러 협동 로봇 제조 기업과 대조적이다.


유니버설 로봇이 선두 주자
유니버설 로봇은 크기에 따라 로봇 모델을 3가지로 구분했다. 가장 큰 모델 ‘UR10’은 최대 10kg의 무게가 되는 작업물을 옮길 수 있다. 포장·조립·품질 검사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화장품 제조 기업 ‘알앤비 코메스티코스(RNB Comestocos)’는 유니버설 로봇을 구축했다. 목적은 벨트컨베이어에서 나온 상자를 옮기기 위한 용도다. 유니버설 로봇은 장착된 영상 센서를 통해 분당 6개 상자를 정확한 배열로 운반해 쌓는다.

글로벌 로봇 제조 기업 ABB 또한 협동 로봇 시장에 진출했다. ABB는 2015년 유미(Yumi)라는 협동 로봇을 선보였다. 참고로 유미는 너와 나(You and Me)라는 의미인데, 그만큼 협동을 강조하고 있다. 유미 또한 유니버설 로봇처럼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유미는 두 팔을 사용하는 측면에서 다르다.

체코의 콘센트 제조 공장 ‘엘렉트로 프라가(Elektro-Praga)’는 유미를 도입했다. 유미는 콘센트 작업에 필요한 조립과 부착을 지원해 작업자를 돕는다. 그리고 네덜란드 기념품 제조 기업 ‘데오넷(Deonet)’에도 활용되고 있다. 유미는 기념품 USB 접착 업무를 담당해 작업자를 돕고 있다.

국내 기업도 협동 로봇 산업에 뛰어들었다. 두산로보틱스와 한화테크윈 등이 협동 로봇을 제조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이 2015년 설립한 협동 로봇 제조 기업이다. 2017년 12월 공장을 세워 양산에 들어갔고 제조 분야 외에도 자동차 정비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협동 로봇은 이제 걸음마를 뛴 상태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협동 로봇 시장 범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과 산업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기술 측면에서 우선 살펴보자. 현재 협동 로봇 시장은 팔을 이용해 동작하는 로봇으로 국한하고 있다. 하지만 작업자와 상호 작용 방식으로 로봇 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식이 있다.

글로벌 물류 회사 DHL은 우편물을 싣고 배달원을 따라다니는 자율 이동 로봇을 개발했다. 그 덕분에 배달원은 무거운 우편물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로봇 또한 협동 로봇으로 볼 수 있다. 배달원과 함께 우편물을 나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반드시 팔을 이용하는 로봇만이 협동 로봇이 될 필요는 없다.

적용 산업 또한 공장으로 국한할 필요는 없다. 사람과 협업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협동 로봇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음악 공연에 활용할 수 있다. ABB는 협동 로봇이 음악을 지휘하는 것을 선보인 적이 있다.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가정용 요리 로봇을 선보인 적이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치킨을 튀겨 주는 로봇을 선보였다. 또한 ABB는 피자 도우를 굽는 로봇을 선보였다.

로봇의 방향은 인류가 결정한다. 킬러 로봇은 로봇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하지만 협동 로봇은 전망을 밝게 한다. 그러므로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협동 로봇을 발전 방향으로 제시해야 한다.
킬러 로봇은 ‘NO’, 협동 로봇은 ‘OK’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