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42호 (2019년 09월 18일)

미디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스트리밍’

[테크놀로지]
-초고속 인프라 뒷받침되면서 VOD 서비스 등장…구독 서비스와 시너지도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아이튠즈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2001년 애플 기기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관리·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아이튠즈를 공개했다. 아이튠즈는 노트북·PC·스마트폰·태블릿 등 다양한 애플 기기에서 사진·음악·동영상 등 여러 멀티미디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필수 소프트웨어로 자리 잡으면서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애플은 올해 초 전격적으로 아이튠즈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여러 불편함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아이튠즈는 여전히 애플 기기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고심 끝에 무려 18년 만에 아이튠즈를 퇴장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이튠즈의 종료를 가져온 중요한 IT 트렌드는 스트리밍(streaming)이다. 스트리밍은 음악이나 영상 등 콘텐츠를 실시간 네트워크로 전송 받아 재생하는 기술이다. 종전의 다운로드 방식은 콘텐츠 파일 전체를 서버에서 내려 받은 후에야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크기가 큰 파일은 내려 받기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저장 용량이 필요하다. 반면 스트리밍은 서버가 인터넷 속도에 맞춰 콘텐츠 파일을 아주 작은 크기의 조각들로 나눠 전송한다. 단말은 서버에서 이 조각들을 수신한 후 이전에 받은 조각들과 결합해 콘텐츠를 재생하게 된다. 전체 파일을 내려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콘텐츠를 건건이 내려 받아 재생하던 과거의 다운로드 방식은 스트리밍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경쟁 구도를 순식간에 바꾸고 있다. 애플 역시 뉴스·드라마·음악 등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는 등 스트리밍 시장 대응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리밍의 개념은 수십 년 전 소개됐지만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넷 속도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스트리밍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스트리밍 개념 등장 초기에는 이런 요건을 갖추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확산되면서 스트리밍을 적용한 미디어 서비스가 주목받게 됐다.

1995년 리얼네트워크는 최초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리얼라디오를 선보였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으로 음악 이외에도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인터넷으로 즐기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여러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가 등장했다. 스트리밍을 토대로 개인 제작 콘텐츠를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는 유튜브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서비스로 부상했다.

또한 스트리밍은 영상 촬영과 동시에 네트워크에 접속돼 있는 다른 기기로 영상 데이터를 전송해 재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실시간 생방송을 구현할 수 있다. 인터넷 보급 초기에는 인터넷 생방송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지만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의 등장으로 개인 방송 등 생방송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스트리밍은 고화질 생방송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큰 인기를 모으게 됐다.

게다가 스트리밍은 최근 주목받는 구독 경제 트렌드에 적합한 기술로 각광 받고 있다.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콘텐츠를 소유하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기반의 서비스가 더욱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더욱 많은 미디어가 스트리밍으로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리밍의 발전과 전망
스트리밍의 등장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시장은 바로 음악 산업이다. 디지털 음악 시장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급성장했지만 냅스터 등 P2P(Peer to Peer) 서비스를 활용한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해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하지만 스트리밍의 등장으로 음악 유통 구조가 투명해지면서 유료 구매 문화가 정착됐고 대중도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즐겨 듣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스트리밍은 스포티파이 등 신생 음악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스트리밍을 통한 실시간 음악 서비스 제공에 집중한 스포티파이는 거대 음악 미디어 기업을 제치고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제는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스포티파이를 견제하고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는 상황이다.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산업도 스트리밍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스트리밍으로 고용량 데이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영상 콘텐츠 역시 다운로드를 받는 번거로움 대신 여러 콘텐츠를 간편하게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졌다. 또한 여러 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신세대의 기호에 맞게 스마트폰·TV·태블릿 등 다수 기기에서 끊김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도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스포티파이와 마찬가지로 영상 산업에서는 넷플릭스가 스트리밍을 앞세워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스트리밍의 잠재력에 주목한 넷플릭스는 풍부한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빠르게 가입자를 늘렸다. 이에 주목한 디즈니 등 전통 미디어 기업들 역시 서둘러 자사 콘텐츠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제공하는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처럼 단말이나 콘솔에 게임 콘텐츠를 저장해 사용하는 대신 클라우드에서 게임을 재생하고 이를 스트리밍으로 단말에 전송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이 등장하면 기기의 종류나 성능에 구애 받지 않고 게임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물론 게임은 다른 미디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스트리밍이 필요하다. 게임 사용자와 클라우드의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지연도 체감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와 클라우드 컴퓨팅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게임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구글은 스타디아라는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을 발표하면서 게임 시장의 판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 다른 IT 기업들도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언하고 역량 축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더욱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많다. 5G 등 인터넷 네트워크가 빠르게 고도화되는 가운데 클라우드·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 IT 인프라는 물론 영상 처리 기술 역시 한층 진일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차세대 미디어 시장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은 콘텐츠는 물론 주변 하드웨어 기기·플랫폼 등 연관 시장의 성장도 이끌 것으로 보인다.

AR·VR, 3차원 영상과 같은 고용량 콘텐츠는 지금보다 뛰어난 스트리밍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스트리밍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업의 연구·개발(R&D) 노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역시 스트리밍이 몰고 올 새로운 판도 변화에 주목하고 콘텐츠 개발, 기술 고도화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스트리밍을 둘러싼 많은 기업들의 다양한 전략은 미래 미디어 산업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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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9-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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