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인프라에서 인터페이스까지 ICT 적용 필요해…AR로 정보 주고받아

CPS 집중하면 스마트 팩토리가 보인다
[유성민 동국대 국제정보호대학원 외래교수] 인터랙트 애널리시스(Interact Analysis)는 제조 산업 시장 규모가 2017년 기준으로 35조 달러(약 4경3000조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미국·중국·영국의 국내총생산량(GDP)을 합한 규모와 같은 수준이다.

이처럼 제조 산업 시장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개별 국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특히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제조 산업의 비율이 제일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엔의 2016년 통계자료를 인용해 국가별 제조 산업 비율을 조사했다.

한국은 비율이 29.3%로 가장 높았다. 중국(27.5%)·독일(26.9%)·일본(20.0%)·미국(11.7%) 등이 뒤를 이었다. 참고로 세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6.9%인데 세계 평균보다 12.4% 정도 높다.

또한 삼정KPMG는 유엔 통계자료를 인용해 1970년대부터 2015년까지의 제조업 GDP 비율 변화를 산출했다. 한국과 중국 등은 상승 추세에 있었던 반면 독일·일본·미국 등은 감소 추세에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가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경쟁 추이를 살펴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딜로이트는 2016년 국가별 제조업 경쟁 지표(Global Manufacturing Competitiveness Index)를 발표했다. 2010년, 2013년, 2016년, 2020년(전망치)으로 나눠 분석했다. 2010년 한국은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순위가 계속 하락했는데 2013년 5위에서 2020년 6위로 떨어진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업 강국이라는 얘기가 무색해지고 있다.
◆ 독일, 스마트 팩토리로 제조 산업 경쟁력 강화해

해답은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은 딜로이트 경쟁 지표에서 상승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2010년 독일은 8위였다. 하지만 2013년 2위로 뛰어올랐고 2016년과 2020년에는 중국과 미국의 뒤를 이어 3위를 유지했다. 제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독일의 경쟁력이 높아진 원인이 궁금할 것이다.

2012년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큰 결심을 한다. 바로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는 계획이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공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참고로 인더스트리 4.0은 2012년 갑자기 제안된 것은 아니다. 그전부터 이미 제안돼 왔다. 2011년 독일공학협회(VDI)는 처음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언급했는데 2011년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가 이를 독일 국가 미래 전략으로 제안했다.

그리고 2012년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을 ‘하이테크 전략 2020’에 편입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스마트 팩토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셈이다.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 정책 추진은 제조업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사실 독일의 추진 배경도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신흥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을 추진했다. 스마트 팩토리 추진 목적은 단순하다.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공정 개선을 통한 생산량 증대, 품질 강화 등이 목적이다.

그래서 독일의 성공 핵심은 스마트 팩토리 추진에 있다. 사실 제조업에서 스마트 팩토리 추진은 독일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가 인지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9년 ‘국가 혁신 전략(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을 추진했고 2014년 ‘첨단제조파트너십(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을 추진했다. 일본은 2013년 ‘산업 재흥 플랜’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국내 또한 스마트 팩토리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7년 11월 ‘스마트 공장 보급 및 확산’을 8대 혁신 성장 사업으로 선정했을 뿐만 아니라 2018년 4월 대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할 수 있도록 ‘정부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전체 중소기업 공장 중 50%가량을 2022년까지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려 3만 개의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는 셈이다.

이처럼 스마트 팩토리는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마켓스앤드마켓스(Markets&Markets)는 2019년 스마트 팩토리 시장 규모가 약 1537억 달러(약 18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은 연평균 9.76%로 성장해 2024년 약 2448억 달러(약 29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제조업 경쟁력은 앞으로 스마트 팩토리 수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스마트 팩토리의 지향점을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어떤 전략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해야 할까.

우선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기술부터 알아보자.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에 ICT를 적용해 첨단화하자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장을 ICT 영역인 시스템 가상세계와 연결돼야 한다. 다시 말해 현실세계(공장)와 가상세계의 연결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ICT 영역의 첨단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PS 집중하면 스마트 팩토리가 보인다

◆ CPS는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가상 물리 시스템(CPS)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주는 기술이다. CPS가 스마트 팩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언급하면서 CP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고로 현실에서 가상으로의 전환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 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부른다.

CPS는 단독형 기술이 아니다. 여러 개로 묶여 있는 패키지 기술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5세대 무선통신망(5G), 블록체인,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 등이 엮여 있다.

CPS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무작정 공장에 적용하면 안 된다.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인프라·플랫폼·인터페이스 순으로 구현해야 한다.

인프라는 현실(공장)과 가상(시스템) 간을 연결하기 위해 구축되는 기반 시설을 말한다. 이러한 기반 시설을 통해 서로가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 IoT가 이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IoT는 네트워크 센서로 볼 수 있는데 공장의 정보를 가상 데이터로 전환해 시스템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시스템에서 오는 결과 값을 공장 기기로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참고로 최근 5G도 인프라에서 강조되고 있다.

5G는 네트워크 인프라로 속도를 빠르게 한다. 이는 공장과 시스템을 더욱더 원활하게 통신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시스템에서 오는 대용량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게 한다.

플랫폼은 시스템이 인프라를 통해 공장에 첨단 IC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공장과 시스템이 인프라를 통해 연결됐다면 당연히 시스템에서는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위한 ICT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플랫폼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플랫폼으로는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 블록체인, AI 등이 있다. 클라우드는 중앙 서버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서비스 패키지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해 클라우드에서도 블록체인과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혹은 서비스형 인공지능(AIaaS)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AI가 반드시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될 필요는 없다. 또한 에지 컴퓨팅도 클라우드처럼 서비스 패키지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에지 컴퓨팅은 클라우드의 처리량을 줄여주기 위해 고안됐는데 중앙 서버가 아니라 사용자와 근접한 기기에서 대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페이스는 공장 운영자에게 제공되는 화면 정보다. 스마트 팩토리의 인터페이스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최종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의 쌍둥이라는 뜻이다. 풀어 말하면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에 똑같이 3차원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운영자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서 공장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통해 운영을 개선할 수 있다. 작업자에게도 증강현실(AR)을 통해 제공할 수 있다. AR은 헤드셋을 통해 증강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AR은 작업자가 쉽게 작업을 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작업자는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자동차 제조 회사인 포드는 자동차 설계 단계에 AR을 적용함으로써 작업 시간을 7분의 1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설계에 필요한 정보를 AR을 통해 지원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찌 보면 스마트 팩토리는 첨단 ICT의 집합체로 볼 수 있다. CPS를 구현하기 위해 각종 ICT가 접목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ICT 산업 육성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된 ICT 수준 또한 경쟁 지표 강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