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는 두산과 손잡고 무인 건설기계 개발…2030년 5G B2B 시장 42조원 전망
조선소로 간 이통사들... 산업현장 '5G 경쟁' 막 올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19년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을 상용화한 통신 3사는 2020년 5G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보조금을 통해 가입자를 끌어오던 때와 달리 최근 들어 통신 3사의 경쟁 영역은 B2B에 집중된 상황이다.

이는 5G가 기업의 비즈니스에 가져올 변화 때문이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을 앞세운 5G는 산업 현장에서 현장 사고를 절반가량 방지하고 생산성의 40%를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5G 상용화 이후 B2B 시장은 2030년까지 4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5G가 적용될 수 있는 잠재적 수요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선박 원격 운항 가능하게 하는 5G의 힘

2019년 12월 10일, 거제조선소 인근 해역에 특별한 선박이 모습을 보였다. 이 선박은 5G를 기반으로 원격 관제가 가능한 모형 선박 ‘이지고(Easy go)’로,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3.3m 크기의 자율 운항 테스트 선박이다. 이 선박에는 5G 기반의 라이다(LiDAR)와 SK텔레콤 영상 관제 솔루션 ‘T라이브 캐스터’,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솔루션 등이 탑재됐다.

이번 운항 테스트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구축한 5G망을 이용해 조선소 인근 해상에서 250km 떨어진 대전 원격제어센터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양 사는 원거리에서 목적지 정보만 입력하면 모형 선박이 주변 장애물을 인지하고 이를 피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자율 운항 기술과 직접 제어가 필요한 경우 5G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선박을 원격 운항하는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시험 운항은 5G 통신 기술을 활용해 선박의 자율·원격 운항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필요한 연구 환경을 확보했다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 밖에 SK텔레콤과 삼성중공업은 2019년 3월 5G 기반의 ‘스마트 야드’ 구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5G 기반의 의장품 검사용 증강현실(AR), 모바일 솔루션, 중장비 관제 솔루션 등 스마트 야드 구축을 위한 협력도 지속 중이다. 만약 야드에 5G가 적용된다면 조선소 노동자들이 대용량 정보를 초고속으로 끊김없이 이용할 수 있어 작업 안정성과 생산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와 LG유플러스도 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야드, 무인 운전 등 다양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KT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손잡았다. 양 사는 2019년 12월 16일 ‘5G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장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현대중공업 통합관제센터에서 안전 요원들이 360도 웨어러블 넥밴드를 착용하고 작업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했다. 통합관제센터 담당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응급 상황을 신속하게 조치하고 병원까지 안전하게 이송시킨 구조 사례를 설명했다.

양 사는 2020년 5G 레퍼런스 성과를 기반으로 ‘디지털로 최적화 운영되는 초일류 조선소’라는 목표 아래 육상에서 5G IoT 확대 적용을 통한 제조업 혁신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해상에서는 5G 기반의 조선해양 스마트 통신 플랫폼과 자율 운항이 가능한 스마트 선박을 개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실시간 원격 제어를 활용해 5G 기반의 무인 자율 작업이 가능한 건설 기계 기술 개발 등 스마트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시간 원격 제어는 원격지에 있는 기기에 초저지연 영상 송신기를 설치해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수백 km 떨어진 관제센터에서도 모니터링 중인 작업자가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또 드론으로 건설 현장을 촬영한 대용량의 3D 데이터를 5G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하고 이를 토목공사 3D 설계도에 비교해 작업량과 시공 계획을 산출한다.

◆맞춤형 요금제 출시로 ‘기업 고객’ 모시기

2019년 4월 5G 시대가 본격 개막된 후 이제 5G는 질적 성장기에 진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5G 가입자 수가 2019년 말 491만 명(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수 8.4%)에서 2020년 말 1663만 명(27.9%)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5G 가입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통사의 가입자 1인당 매출액(ARPU)도 2019년 2분기에 비해 2020년, 2021년 각각 3.5%,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중·장기 동력은 ‘B2B’에 집중돼 있다.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해 자율주행차·AI·원격의료 등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방대하기 때문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G 비즈니스는 휴대전화를 보급하는 개인 대상 B2C에서 기업 대상 B2B 사업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B2C에서는 ARPU가 늘어나고 B2B에서는 제휴 업체 간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막대한 성장성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기술적 진화를 기반으로 B2C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통신 사업자와 관련 장비 사업자의 주요 수익원은 B2B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은 기존 B2C 성장이 정체되고 부가가치 대부분이 B2B 시장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는 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B2B 영역을 넓히는 한편 기업 전용 5G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 5G망을 B2B에 적용하려면 데이터 보안성과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전용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T는 2019년 4월 ‘기업 전용 5G’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네트워크 장비를 통해 일반 네트워크와 기업 내부망을 분리해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전용 5G 게이트웨이를 통해 개인 가입자를 위한 일반 통신망과 임직원을 위한 기업 내부망 접속 데이터를 분리했다.

KT 관계자는 “2016년 출시된 ‘기업 전용 롱텀에볼루션(LTE)’과 비교할 때 초고속·초저지연의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업별 니즈에 맞게 회선별로 3~20Mbps(초당 메가비트)로 속도 제어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300GB(기가바이트)에서 200TB(테라바이트)까지 10종으로 구성됐고 기업 전용 LTE 서비스에 없던 100TB, 200TB 요금제가 추가 신설됐다. SK텔레콤은 5G 상용화와 함께 기업 고객에 맞는 패키지 요금제 ‘머신 비전 솔루션 부가 요금제’를 출시했다. 전용 회선과 솔루션 이용료, 초대용량의 데이터를 패키지로 적용한다. 특히 이 서비스는 5G·AI 솔루션을 원하는 스마트 팩토리에 적합하다.

2019년 10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스마트 공장용 5G 솔루션 요금제를 이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요금제는 신고제로 운영되지만 기업마다 다른 수요를 감안해 자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2019년 10월 이후 확정된 사안은 없지만 향후 자율적인 요금 책정이 가능해진다면 이통사의 5G B2B 서비스는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