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 어린이와 청소년 넘어 성인 교육 시장까지 장악…배우·예술가·작가 등 유명인들도 강사로
IT 활용한 교육 혁신…급성장하는 ‘에듀테크’ 산업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교육만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도 드물다. 소비와 주거 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 교육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 가계 소비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교육 관련 지출이 나날이 증가하면서 교육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교육 시장의 주류였던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을 넘어 성인 교육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가 시간에 취미 활동이나 자기 계발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업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만들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실리콘밸리 등 스타트업 중심지도 교육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창의적 기술과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수의 벤처캐피털 역시 성장성 높은 교육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교육 스타트업 트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바로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이 글로벌 경제와 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학교나 학원과 같이 지정된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비슷한 강의가 이뤄지는 교육 방식 자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강의가 보급됐지만 오프라인 교육의 보조 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게다가 클라우드 컴퓨팅·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IT 신기술 역시 교육 활동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IT를 적극 활용해 교육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교육과 기술을 합성한 ‘에듀테크’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첨단 기술과 혁신적 사업 모델 등장이 활발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에듀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도 에듀테크가 스타트업의 핵심 사업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2016년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미래 기술 중 하나로 에듀테크가 선정되는 등 긍정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교육 비즈니스 전략 적극 실행
과거의 에듀테크 기업은 인터넷 보급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콘텐츠의 질이나 IT 인프라 환경 등 서비스 제공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입시 교육을 제외하고는 저변을 넓히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는 에듀테크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적극 실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에듀테크 비즈니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마이크로 러닝이다. 마이크로 러닝은 기존과 같은 장시간 강의가 아니라 수십 분 길이의 짧은 강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오랜 시간 동안 강의를 들을 여유가 부족한 데다 온라인 강의 시청 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 러닝을 통해 유명 전문가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편리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주된 인기 요인이다. 코세라와 유다시티 등 마이크로 러닝 기업들은 대학 등 전문 기관의 수준 높은 강의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마스터 클래스’는 배우·예술가·작가 등 저명인사들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스터 클래스는 영화·미술·작문 등 각 분야의 명망 높은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강의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마스터 클래스의 가입자는 소액의 이용료만으로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가입자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마스터 클래스는 지난해 8000만 달러(약 975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개별 사용자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 제공도 에듀테크의 인기 비결이다. 과거엔 게시판을 활용한 간단한 질의응답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과제를 제출하고 결과를 얻는 등 학습자에게 유용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가 늘고 있다. 게임을 접목해 어려운 이론이나 지식을 쉽게 설명하고 학습자들의 성취감을 높이는 교육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사용자의 사전 지식이나 학습량 등 배경 요인을 고려한 교육 서비스 역시 에듀테크 비즈니스의 핵심이 됐다. 이전과 달리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의 활용이 쉬워지면서 교육 서비스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돕는 지식 플랫폼, 학생들의 출결 관리 솔루션 등 에듀테크 서비스는 기존 오프라인 교육 시스템의 효과적 보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뉴턴(Knewton)’은 오프라인에서 맞춤형 교육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턴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해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교사는 이를 활용해 각 학생마다 어떤 콘텐츠를 보충해 주거나 추천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뉴턴 솔루션을 활용해 학생들의 강의 수료율이 17% 상승했고 탈락률은 56%나 감소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뉴턴은 에듀테크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교육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빨라져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노트북·태블릿·화상채팅 등 첨단 IT를 활용한 원격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수업과 출결 관리 등 비대면 교육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면서 교육에 대한 고정 관념도 급속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트렌드 변화가 이어진다면 에듀테크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 IT 발전 역시 에듀테크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미래에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강의 중심 교육 체계를 바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직접 체험이 어려운 실습이나 견학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로 대신한다면 학습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VR·AR을 자사의 실습 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아직은 기술적 한계 등 문제도 적지 않지만 향후 VR·AR의 기술 수준이 더욱 고도화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감나는 교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 맞춰진 교육 체계를 혁신하고 모든 사람들이 양질의 평생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교육 시장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활발히 등장하는 성장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신선한 사업 모델로 무장한 기업들의 에듀테크 도전이 활발히 이뤄질 때 한국의 교육 시장도 한층 발전하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