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논의가 또다시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재벌 개혁 부자 감세 철회’라는 명칭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단골 메뉴인 법인세 인상안을 포함했다. 구체적으로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17%에서 18%로 올리는 방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과 각종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면 연간 7조 원의 세수를 확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참여연대도 이 같은 방침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늘어나는 재정 적자와 세수 결손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인세 정상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합당할까. 법인세를 올리면 세수가 늘어날까.

명목세율 국제 비교는 무의미

우선 법인세 국제 비교부터 들여다보자.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3.4%)에 비해 다소 낮다. 과표 200억 원을 초과하면 22% 세율이 적용되며 2억~200억 원은 20%, 2억 원 이하는 10%의 세율이 적용된다. 3단계 누진과세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의 세율은 한국보다 높다. 툭하면 법인세 인상 카드를 들고나오는 사람들이 주로 대는 근거도 이 같은 명목세율 비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이다. 실효세율은 각종 감면 공제 등을 빼고 실제로 ‘과표 대비 세금을 얼마나 내느냐’를 나타내는 것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세율 인하 후 종전 19~20%대에서 16%대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19.5%로 올랐다. 각종 공제 감면이 축소된 데다 과표 1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들의 최저한세율이 2012년 14%에서 16%로, 2013년에는 다시 17%로 올라간 때문이다. 실효세율은 그러나 계산 기준에 따라 다르다.

그럼 국제적으로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어느 수준일까. 유감스럽게도 국제적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하는 통일된 방식이 없어 국가 간 비교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실효세율이 20~25%라고 주장하지만 맞비교는 무리다. 그래서 국가별로 법인들의 세 부담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수치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세수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OECD 34개 회원국의 GDP 대비 법인세 세수 비율(2013년)을 보면 한국은 3.39%로 노르웨이(8.45%)·호주(5.17%, 2012년)·룩셈부르크(4.89%)·뉴질랜드(4.44%)·일본(3.88%)에 이어 6위다. 한국의 순위는 2000년 이후 매년 5~6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명목세율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GDP 대비 법인세 세수 비율이 높은 것은 전체 GDP에서 기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들의 경제 기여도가 크다는 얘기다. 총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을 국제 비교하면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13.96%로 OECD 회원국 중 노르웨이(20.93%)·호주(18.93%, 2012년)에 이어 3위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국내 법인들이 세수에 막대하게 기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대기업이 경제력을 독식한 때문에 법인세의 세수 비율이 높아졌으니 세금을 좀 더 낸들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작은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자 조세정책에 분배 논리를 들이대는 식이다. 하지만 분배 문제는 일단 거둬들인 세수를 토대로 예산을 배정할 때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세금을 많이 그리고 잘 내고 있으니 더 내라는 식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법인세 정상화?…한국만 역주행
현재 세계에는 법인세 인하 열풍이 불고 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2011~2015년 법인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과 영국 등 36개 국가가 법인세를 내렸다.
반면 법인세를 올린 나라는 그리스·키프로스 같이 재정 위기에 처한 국가나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 정도다.
각국이 앞다퉈 법인세 인하에 나서고 있는 것은 모두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다. 법인들의 세 부담이 줄어야 기업들의 세후 순이익도 늘어나고 그만큼 투자 여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고용 확대와 소비지출 확대로 이어지며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런 부분을 애써 외면한 채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만 강조하려고 든다.

법인세 내려도 세수 증가해

법인세를 내리면 언뜻 세수가 줄어들 것 같지만 실증적인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와 반대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려 왔다. 그런데 법인세 세수는 거의 매번 증가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1996년 법인세율은 34%에서 28%로 매년 2% 포인트씩 인하됐다. 법인세 세수는 1993년 5조9000억 원에서 1994년 7조4000억 원, 1995년 8조7000억 원, 1996년 9조4000억 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에는 28%에서 27%로 내렸는데 2002년 19조2000억 원이던 법인세수가 다음해 25조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도 27%에서 25%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렸다. 그 다음해인 2005년에는 29조8000억 원의 법인세가 걷혔다. 전년(24조7000억 원)보다 20% 넘게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법인세 인하(25%→22%) 때는 2009년 법인세 세수는 줄었지만 이후 2년 연속 크게 증가해 세율 인하 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물론 경제 규모가 계속 확대됨에 따라 법인세 세수 역시 점차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도외시한 채 ‘대기업 벌주기’ 식 내지는 징벌적 사고에서 법인세를 올리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김선태 한국경제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Vitamin’ 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