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지자체…일본 '인구 쟁탈' 총력전
인구 쟁탈전의 총성이 울렸다. 진원지는 인구 감소 위기국 일본이다. 전체 인구의 축소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얘기다. 쟁탈 양상은 다각적이다. 인구 블랙홀 수도권의 일방적인 인구 유입 흐름 속에 ‘지방↔도시’는 물론 ‘지방↔지방’의 각개전투까지 치열하다. 주도권은 지방 권역이 움켜쥐었다. 덜 뺏기거나 더 빼앗아 오자는 간절함이 목에 찬 결과다. 이대로라면 지방 소멸은 불가피해서다. ‘인구 격차=지역 격차’의 경고에 힘입어 이미 이주 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2013년 114개소에서 2015년 588개소로 5배 이상 늘었다.

시장이 대도시 나가 청년 유치 홍보

언론은 이를 ‘지방 생존을 위한 인구 쟁탈전’이라고 명명했다. 어떤 지자체든 러브콜을 보내는 우선 대상은 젊은 가족 세대다. 주민세를 거둘 수 있다는 직접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현행 지방 재정 제도라면 유보 재원을 빼면 지방세 증가가 재정수입과 직접적으로 크게 연결되지 않지만 향후 지방으로의 본격적인 세원 이양과 지방교부세 삭감 추세를 염두에 두면 경제활동인구의 안정적인 확보는 꽤 중요해진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총동원된다. 이사만 해온다면 뭐든지 해주겠다는 분위기다. 지역 부활의 중앙 정책(아베노믹스 2.0)과 맞물려 지역 단위에서는 지방 자원의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당장 인재 유치를 노린 지자체장의 직접 도전이 일상적이다. 후쿠오카시는 지자체장이 도쿄 등 대도시에 나가 청년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인다. ‘청년캠프’ 등을 매년 개최, 독특한 이벤트와 정책 지원을 소개한다. 정보기술(IT) 등 정보 감도가 높은 인재·기업을 위한 지역 정보도 꾸준히 제공한다. 구 덕분에 후쿠오카는 인구 증가율, 청년 비율, 청년 여성 비율 1위의 3관왕을 달성했다. 최근 3년간(2011~2013년) 128개사의 기업 유치로 고용 비율을 2배로 늘린 덕분이다. 21개 대도시 중 개업률(7.1%) 1위다.

나가노현의 작은 시골마을 신코마치도 주목된다. 인구 2200명의 과소 농촌답게 인구 유입에 사활을 걸었다. 전위부대는 2014년 설치한 ‘인구감소대책과’다. 기발하고 효과적인 기획으로 외부 인구를 흡수하기 위해 애쓴다. 정기 개최의 시골 생활 체험회가 관심권에 든다. 이주 결심 후 곧장 농촌 생활은 물론 소득 활동이 가능하도록 사과밭과 논 등을 준비해 줘서다. 전담 조직으로 주민자치협의회에 ‘시골생활지원위원회’라는 별도 조직까지 뒀다. 견학 참석자는 꾸준히 증가세다. 200만~300만 엔대의 저가 주택 소개는 필수다. 농가를 수리하기 위한 업자 소개와 흥정 주선에도 개입한다.

후쿠이현 사바에시는 주거 제공에 특화된 인구 유입 프로젝트를 펼친다. 청년 이주를 촉진하기 위해 시골 생활을 체험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자는 해당 지역 출신자를 뺀 20~35세의 청년 인구다. 2015년 10월부터 최장 6개월간 체험 이주 기회를 제공한 덕분에 광역 단위에서 유일하게 인구 증가를 기록했다.

수도권도 비상…행정조직 총동원

지자체는 주거비용이 무료인 집을 마련해 준다. 의무 사항은 없다. 창업·농업 등 특정 목적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놀아도 좋다는 투다. 가볍게 분위기를 느껴 보라는 배려다. 체험 기간에는 월 1회 특정 워크숍은 물론 지역 기업·단체와의 교류회를 개최해 준다. 여기서 단기 아르바이트나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다. 거주 공간은 지자체 관리 주택이다. 248㎡(75평) 정도의 주택 2채(방 3개)에 최대 10명이 거주한다. 가전·가구 조달부터 인원 배치, 식사 문제 등은 협의하면서 해결한다. 이주 목적을 특정하지 않은 것은 다양한 사람을 원하는 개방적인 지역 특색이 한몫했다.

미야자키현의 니치난시는 지자체가 지방 거주를 전제로 한 재택근무 기회 제공에 적극적이다. 인구 5만4000명이 살지만 최근 10년에 10%가 줄고 폐교가 잇따르는 등 상황 전환을 위한 인구 쟁탈전에 가세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재택근무에 밝은 전문가를 초빙,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인터넷을 활용한 지역 부활 과제에 나섰다. 지역 농산물을 인터넷으로 내다 파는 상거래 컨설팅도 활발하다. 이 밖에 수작업 상품의 통판 사이트를 만들어 지역주민의 소득 증진에 기여한다.
인구를 빼앗아 온다는 것은 손쉽게 달성되기 어렵다. 순서로 더 급한 것은 나가는 인구를 붙잡아 두는 정책이다

인구 유출을 막을 고민은 편리해진 교통망으로 해결됐다. 당장 양질의 고용 제공은 힘들어도 고향에서 출퇴근이 가능하게끔 보조금 정책을 편 것이다. 즉 사가 공무원들은 출퇴근 통근비용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값비싼 특급열차의 통근비다. 1인당 월 1만5000엔의 교통비를 줘 일자리만으로 짐을 싸지는 않도록 했다. 2015년부터 회사 보조가 되지 않는 신칸센 이용 비용을 지자체가 대신 주고 있다. 신입 사원 및 전입자로 40세 미만이면 최장 3년에 걸쳐 수급권이 주어진다.

수도권이라고 마음 놓을 일은 아니다. 지바현 나가레야마시는 인구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담 부서를 설치했다. 지역 홍보와 인구 흡수를 위해 행정조직이 마케팅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성과는 적지 않다. 최근 10년, 2만2000명이 유입됐다. 다양한 정책 속에 호평을 얻은 것은 맞벌이 양육 세대를 위한 감동 서비스다. ‘듀크(DEWKs : Double Employed With Kids)족’의 양육 환경을 응원하겠다는 정책이 그렇다. 맞벌이라 세금은 덩달아 늘어난다. 수도권 위성도시의 장점을 내세워 도쿄 인구를 노린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송영보육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번화가인 역전 건물에 보육 원아를 한곳에 모아 시내 곳곳의 개별 보육원까지 버스로 바래다주는 서비스다. 이용료는 월 2000엔, 1회 100엔이다. 매월 100여 명이 이용한다. 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형제라도 연령에 맞춰 다른 보육원에 맡기는데, 이때 부드럽게 바래다줄 수 있다. 역세권이어서 바래다준 후 출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설득적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답답한 곳을 긁어준 눈높이 마케팅이 주효한 결과다. 입소문 결과 다른 지역 공무원의 시찰도 급증했다.

2014년 전입이 전출을 약 2400명 초과, 전국 10위의 전입 초과 기록을 달성했다. 이 밖에 도시 녹화에 신경을 써 현재의 아동 인구가 어른이 됐을 때에도 계속해 살기 좋은 양육 환경이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