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대박 행진…고급 로컬 레스토랑의 음식도 자전거로 집까지 배달

자전거 스타트업 나갑니다 '길을 비켜요~'
최근 자전거를 활용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유럽 내에서 각광받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할 때 사업에 필요한 초기 자본금을 줄일 수 있고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창업가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자전거를 활용한 배달 스타트업 기업들이 배달 서비스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벨기에의 도로 사정과 관련이 깊다. 벨기에의 대도시에서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보다 자전거를 이용할 때 배달 시간이 더 빠르다.

KOTRA가 최근 보고서에서 인용한 벨기에 자전거 비영리단체 프로벨로의 자료에 따르면 브뤼셀에서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1.5~2배 정도 빠르게 운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자전거 배달 ‘인기몰이’

음식 배달 업계에서 인상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테이크잇이지(Take Eat Easy)로, 2013년 브뤼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이크잇이지는 ‘배달’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저가형 패스트푸드에서 탈피해 평소 배달을 제공하지 않는 고급 로컬 레스토랑의 음식을 고객의 집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종의 주문 중개 서비스다. 이 기업은 이미 영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온라인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루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테이크잇이지는 딜리버루와 마찬가지로 배달원들이 배달 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친환경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으며 출발했다.

이 업체는 고객이 있는 곳에서 반경 4km 안에 있는 레스토랑 음식만 주문하도록 해 식기 전에 음식을 배달한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업체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데 18분, 배달원 지정과 배달에 10분이 소요된다.

또한 자전거에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돼 있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주문한 음식의 배달 경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배달비로 건당 3.5유로(4500원)를 지불하고 테이크잇이지는 음식 가격의 30%를 레스토랑으로부터 받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배달원이 되면 직원이 자가 소유의 자전거를 업무에 사용하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투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1시간 내 맞춤 배송 가능

어린 시절 친구 네 명이 2013년 공동 설립한 이 스타트업 기업은 현재 직원 150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올해 초까지 1600만 유로(206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600만 유로(77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스페인·영국 등 유럽 시장 전역으로 빠르게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영국에서는 도로 사정을 고려해 자전거와 함께 오토바이도 배달에 사용된다.

또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기반을 두고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 기업 글로보(Glovo)는 자전거를 이용한 로컬 온디맨드(소비자 수요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보 직원들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을 사서 고객의 집에 가져다주며 일반 슈퍼마켓에서 찾을 수 없는 유기농 제품이나 이국적인 식재료를 구해 주기도 한다.

또한 심야 시간에 문을 연 약국에서 약을 사주는 일도 하는 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수된 고객들의 소소한 심부름을 해결해 주고 있다. 모든 배달은 1시간 내에 이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글로보의 공동 창업자인 샤샤 미초우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버튼만 누르면 자신의 도시에서 필요한 것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며 “고객의 주문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배달원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통해 시간과 거리를 최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보는 현재 건당 5.5유로(7100원)의 배달료를 받고 있고 향후 프리미엄 협력사들에 별도의 수수료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글로보는 최근 이탈리아의 한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조만간 프랑스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한편 스웨덴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자전거 카페 스타트업 기업 휠리스(Wheelys)는 설립 2년 만에 유럽 전역과 북미·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영업 중이다.

휠리스의 최고경영자인 마리아 드 라 크로 씨는 스톡홀름의 한 스타벅스에 바리스타로 취업하려다 파란색으로 염색한 머리 색 때문에 거절당했다. 그래서 자신이 카페를 차리기로 결심, 태양열을 이용한 야외 자전거 카페를 창업하게 됐다.

아직 20대인 그녀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금과 카페의 팬을 확보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휠리스는 자전거 카페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크라우드 펀딩으로 35만 유로(4억원)를 모았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카페 운영에 관심이 많은 젊은 예비 창업자들이 주요 투자자로 나섰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한경비즈니스 객원기자 vitam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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