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100세 축하금 줄이고 근로 장려금 늘리고…기업은 실버 소비 겨냥해 파격 가격 할인
日 지자체 ‘실버 정책 새 틀 짜기’
(사진)9월 19일 경로의 날을 맞아 등장한 특집 상품 광고./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제공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일본은 9월 셋째 월요일이 경로의 날이다. 해당 1주일을 노인 주간으로 명명, 사회 전체가 경로사상을 고취한다. 법정 개념처럼 ‘오랜 세월 동안 사회에 힘쓴 노인을 경애하고 장수를 바라는 취지’다.

더욱이 법정 공휴일(15일간) 중 하루다. 동일 시기에 추분 휴일까지 겹쳐 봄의 골든 위크에 빗대 ‘실버 위크’로 부른다.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경로 축하 연휴 시즌인 셈이다.

다만 앞으로는 꽤 달라질 전망이다. 장수 인구가 급증하면서 재정 악화와 세대 갈등이 본격화돼서다. 이미 노인 인구는 27.3%(3461만 명)로 사상 최고치다(2016년 9월). 여성(1962만 명)은 최초로 30%를 돌파, 10명 중 3명이 할머니다. 백수를 넘긴 인구도 과거 최고치다. 6만5692명(2016년 9월 15일)으로 46년 연속 최고 기록이다.

◆ 운전면허 반납하면 다양한 특전 부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 수준은 심각하다. 지자체는 고령자에게 주는 경로 기념품과 장수 축하금도 몸집 경량화에 나섰다. 각지에서 대상 연령대를 높이거나 감액·폐지하는 사태까지 속출한다. 재정난과 함께 청년 세대와의 역차별 문제도 고려된다.

2010년 평균수명 1위였던 나가노현은 2011년부터 현금 축하금을 없애고 축하장으로 대체했다. 야마나시현은 2012년 백세 축하금 5만 엔 지급 제도를 폐지했다. 그 대신 축하 상장과 지역 특산물인 히노키 나무로 만든 편액 증정으로 바꿨다. 완전히 없애긴 섭섭하니 성의 표시로 합의를 본 셈이다.

행정 우대 중 일부는 독특한 형태로 진화한다. 직접적인 현금 지급은 줄이지만 사회비용 경감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확산 추세다. 면허 반납 특전이 대표적이다. 고령 운전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제공하는 새로운 우대 서비스가 생겨났다. 면허 반납 때 운전 경력증명서를 발급, 이를 제시하면 각종 특전을 부여하는 형태다.

지역 한정이지만 상호 연계가 늘면서 기타 지역에서의 특전도 확대된다. 효고현(노선버스 반액, 택시비 10% 할인, 입욕시설 반액), 가나가와현(이세탄백화점 배송비 무료, 지정 호텔 반액), 오키나와현(버스·모노레일 반액, 택시비 10% 할인) 등이 유명하다.

고립·질병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하는 고령 인구를 위한 행정 수혜도 있다. 행사보조·배식·청소 등 지정 봉사를 하면 포인트를 적립, 다양한 곳에 쓸 수 있다.

요코하마시(협찬 기업의 상품 교환, 동물원·스파 입장권과 교환), 도쿄 세타가야구(포인트로 연간 6000엔 상한의 간병보험료 경감), 하마마쓰시(포인트의 지정 계좌 입금 가능, 적십자사 기부) 등이 거론된다.

이 밖에 고령 인구 대상의 새로운 특전이 속속 강구된다. 홈페이지를 통한 아이디어 경쟁과 확산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가령 도쿄도는 실버 버스를 운행한다. 70세 이상 희망자에게 도영 교통 및 도내 민영 버스를 무료로 타는 패스포트를 발행한다. 본인이 지자체 몫 주민세를 내면 2만510엔, 비과세자는 1000엔을 부담하면 끝이다.

가나가와현 지카사키시는 입욕권·마사지권 서비스를 시행한다. 신청자에 한해 65세 이상이면 1개월 4장의 무료 입욕권, 75세 이상이면 연간 4장까지 지정 치료원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오이타현 벳푸시는 70세 이상에게 시영 온천 이용권을 연간 180장을 제공하는 고령자 우대 입욕권을 발행한다.

◆ 기업 70%가 65세 이상 근로자 고용

반면 민간은 경로 축하에 훨씬 적극적이다. 유력한 잠재 고객이라 가격 할인 등을 통한 선점 효과를 기대해서다. 실제 다양한 ‘시니어 할인’이 부여된다. 할인 제도를 통해 여가 등 소비 활동을 즐기는 실버 회원도 적지 않다. 영화관·미술관 등에서는 시니어 할인이 상식이다.

지금은 영역 확대 중이다. 시니어 고객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인터넷카페·비즈니스호텔·항공사 등에서도 할인 서비스를 도입한다. 장난감을 만드는 완구회사(일본토이저러스)도 60세 이상 회원에게 가격 할인을 제공, 손자와의 쇼핑 기회를 포착한다. 시니어 프리미엄 행사로 아직은 기간 한정이지만 확대될 전망이다.

민간 영역에서의 실버 세대 우대 정책은 나날이 확대된다. 일단 유통업체의 대응이 발 빠르다. 이온그룹은 5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2개의 카드를 만들어 특정일에 5%씩 할인해 준다.

이토요카도는 60세 이상에게 전자머니(시니어나나코)를 통한 할인 정책을 매월 8일, 18일, 28일에 시행하며 5%를 깎아 준다. 최근 15일과 25일까지 확대됐다. 이삿짐센터에도 시니어 우대 정책이 있다. 장수에 따른 필요 물품의 증가세에 맞춰 이사할 때 가족 중에 60세 이상이 있으면 도움을 받는 패키지다.

고령 근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일본 기업의 70% 이상이 65세 이상 근로자를 고용 중이다. 아직은 60세 정년제 속에서 실질적인 65세까지의 계속 고용이 많지만 아예 정년 자체를 65세로 올리려는 기업도 증가세다. 메이지야스다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2019년부터 65세 정년 연장을 결정했고 3대 시중은행인 미즈호은행도 2018년 65세 정년제를 시행한다.

비록 현재는 고용 여력이 있는 기업 위주지만 트렌드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 덕분에 근로소득이 있는 65세 이상 인구(730만 명)는 역대 최고치다. 65~69세의 남성(52.2%)·여성(31.6%) 중 상당 비중이 현직 명함을 보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