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일본에선 남자 50세, 여자 80세에 독신 생활…상속 대행 서비스 등 유망
일본, 홀몸노인 겨냥한 ‘불안 해소 신탁 상품’ 인기
(사진) 연합뉴스 제공.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인구변화는 위협으로 인식된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년의 감소로 지속 가능성이 훼손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령 대국 일본이 던져주는 현실은 간단하다. 고령 인구의 세분화를 통한 틈새시장의 공략이다. 대표적인 게 홀몸노인의 존재감이다. 과거에는 드물었던 홀몸노인이 앞으로는 유력한 공략 대상일 수 있다.

실제로 남성 독신은 5060세대가 많지만 여성 독신은 80대부터 본격적이다. 2030년 80세 이상 단신 여성은 2010년의 2배(256만 명)다. 미혼의 독신 고령도 증가세다.

◆ 고령층 단신 가구의 증가

실제로 단신 가구는 많이 늘었다. 2010년 일본의 단신 가구(1678만 가구)는 전체의 32.4%다. 표준 가구로 불리던 부부·자녀 가구(27.9%)보다 많다. 구성비로는 최다 유형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단신 가구는 2030년 1872만 가구로 치솟는다. 가구 기준 36.5%다. 연령 계급별로 살펴보면 2010년과 2030년은 다르다. 남성 독신은 2010년 연령이 어릴수록 많지만(20~29세, 200만 명) 2030년 최다 그룹은 5060세대(50~59세, 181만 명)로 무게중심이 옮겨 간다.

여성 독신은 최다 비율이 2010년 70대(160만 명)에서 2030년 80대(256만 명)로 연령 전환이 발생한다. 즉 미래 사회의 단신 가구를 대표하는 상징 그룹은 ‘남성=50대 전후’, ‘여성=80대 전후’로 요약된다.

중년 남성의 독거 현상은 미혼 추세 때문이다. 50세 시점에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생애미혼율)을 보면 남성은 1985년 1~3%대였지만 1990년대부터 급증해 2010년 20.1%까지 올랐다. 추계대로라면 2030년 27.6%에 달한다. 여성도 생애미혼율이 뛰지만 남성만큼 높지는 않다(2010년 10.6%→2030년 18.8%).

80세 무렵에 정점을 찍는 고령 여성의 단신 추세는 장수 때문이다. 2030년 베이비부머(단카이세대)가 모두 80세 이상으로 진입한다. 배우자 사별 이후에도 고령 여성이 자녀와의 동거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남편과 사별한 80세 이상 여성 중 자녀와의 동거 비율은 1995년 69.7%에서 2010년 52.4%로 줄었다.

단신 노인의 다양화된 불편·욕구 등 수요 지점은 새로운 상품 고안의 출발점이다. 먼저 고령 빈곤의 문제다. 고령 빈곤은 유효한 가설이다. 2012년 기준 일본 노인(단신 가구)의 상대적 빈곤 비율은 남녀 각각 29.3%, 44.6%로 부자 노인의 이미지를 훼손할 정도로 노노(老老) 격차가 크다.

고령 인구 전체 평균(남자 15.1%, 여자 22.2%)보다 높다. 혼자 살수록 가난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현역 시절 가족을 꾸리지 못했거나 비정규직 등 열악한 직업을 가져 공적연금의 1층(기초연금)만 받거나 아예 공적연금의 수급 조건인 25년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한 무연금자도 많기 때문이다.

◆ 독신자 증가로 새로운 금융 상품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병 수요는 커진다. 돌봐줄 가족이 없기 때문이다. 간병이 필요한 단신 가구 중 40%는 사업자가 간병을 도맡는다. 부부 가구라면 배우자·자녀 등이 많고 사업자는 10% 미만이다. 그런데 갈수록 간병 종사자는 부족해진다. 손은 필요한데 사람이 적으면 값이 뛰기 마련이다. 간병 직원의 품귀 현상이다.

2012년 치매 유병률(462만 명, 15%)은 2030년 20.2%(744만 명)까지 급증한다. 이중 홀몸노인은 88만 명에서 159만 명으로 1.8배 늘어난다. 성년 후견인 제도가 생겨난 배경이다.

가족 없이 판단 능력 부재 상황에 빠지면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대리 신청만 가능한데, 이런 신청 건수가 2015년 5993건이다. 자녀 신청(1만445건)에 이은 2위다. 그만큼 잠재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단신 노인의 증가는 금융회사에도 기회다. 먼저 가계·자산의 컨설팅 기회다. 이들의 금전 상황은 노인 부부보다 열악하지만 현역 시절까지 아우르면 상황은 정반대다. 현역 단신은 현역 부부보다 금전 여유가 많다. 즉 미리 단신 노인 잠재 그룹을 포착, 생애 전체에 걸쳐 소비를 평준화하면 이들의 빈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단신 남성은 50대까지는 동년 부부보다 소득이 많지만 60대 이후 역전된다. 단신 여성은 50세 전후가 분기점이다. 금융 자산은 부부 가구가 단신 가구보다 자산과 부채가 모두 많지만 순자산은 단신 남녀가 40대까지 동년 부부를 앞선다. 역전 시점은 단신 남성 50대, 단신 여성 60대다.

현역 부부의 부채는 자가(自家) 보유에 따른 담보대출 때문이다. 역으로 단신 남녀는 집이 없어 부채도 적다. 부부 가구는 갈수록 대출을 갚아나가 부채를 줄이지만 단신 가구는 집이 없어 은퇴 이후에도 집세를 낼 수밖에 없다. 생애 전체에 걸쳐 집을 마련할지, 또 자녀 교육비조차 안 드니 그만큼 저축 여유가 있어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등에 대한 컨설팅이 필요하다.

단신 노인을 위한 간병·생활 위기에 대응하는 금융 상품도 절실하다. 현재 관련 수요는 상품 개발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것은 ▷치매에 대응해 사전에 금융회사에 맡긴 자금을 금전 신탁으로 운용, 정기적인 생활비를 지급하는 서비스 ▷치매 발생 때 성년 후견인 제도로 연결하는 서비스 ▷유언서 작성 및 사망 후 상속 수속의 대행 서비스 등이다.

이와 함께 단신 노인 특유의 노후 불안을 경감해 줄 기획력이 더 필요하다. 가령 성년 후견인 제도는 사망 이후 사후 장례 등은 커버하지 않는다. 즉 사후 사무 지원을 포함한 장의·납골 지원, 유산 정리 등까지 아우른 상품은 드물다. 지금처럼 알음알음 제삼자에게 맡기는 것보다 금융회사가 제안하면 건전·투명한 운영과 신뢰성이 담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