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착한 가격’으로 고객 파고들어…높은 회전율·참신한 서비스로 약점 극복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탄수화물 다이어트가 화제다. 고기 등을 충분히 먹되 탄수화물인 밥을 줄여 체중 조절에 나서는 형태다.

덩달아 고기 소비가 주목된다. 가격이 부담되지만 다이어트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니 당연지사다. 수요는 시장을 낳는 법이다. 고기 소비가 늘 수 있는 분위기에 올라타 지출 장벽을 낮춘 새로운 아이디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요즘 일본에서는 스테이크 전문 식당 한 곳이 눈길을 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요 언론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상식 파괴적인 행보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키나리 스테이크’다. 스테이크를 내세운 패스트푸드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다. 이 회사가 내놓은 스테이크 제품은 기존의 주력 메뉴였던 ‘페퍼런치’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커졌다.

2016년 1~9월 결산을 보면 스테이크는 5억3200만 엔으로 효자 메뉴였던 페퍼런치(7억8600만 엔)를 뛰어넘을 기세다. 스테이크의 성공으로 점포 수도 급증하고 있다. 2013년 12월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016년 9월 100개 점포까지 늘어났다.

주가도 급등했다. 2014년 주당 300엔대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현재(2016년 12월 5일) 1224엔까지 뛰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가 성장한 핵심 포인트는 ‘합리적인 가격에 큼직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점포 메뉴는 독특하다. 스테이크를 그램(g) 단위로 판매한다. 고기 종류별로 1g에 6~13엔의 가격대다.

승부 지점은 싼값이다. 1500엔의 런치 메뉴를 대표 주자로 400g(3000엔), 300g(2000엔) 등 무게 단위로 판매한다.
2년 새 주가 400% 폭등한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비밀
(사진) 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에 급성장한 이키나리 스테이크. /전영수 교수


◆ 원가율은 일반 음식점의 두 배에 달해

고기 품질에 따라 g당 설정 가격은 다르다. 같은 100g이더라도 600엔, 700엔, 900엔 등으로 차별적이다. 주문 때 전자저울로 무게를 재 g당 가격을 받는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고기 품질은 좋다. 맛있는 스테이크를 기존 경쟁 점포보다 절반가량 값에 먹는 셈이다. 내국인은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져 외국인에게조차 꼭 들러봐야 할 여행 스폿으로 각광이다.

좋은 걸 싸게 판다면 반드시 뭔가 있다. 답은 높은 회전율에 있다. 점포엔 의자가 없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서서 먹는 게 기본이다. 일부 점포에 의자가 있지만 드물다. 의자 좌석이면 200엔을 추가로 받는다.

이 회사의 원가율은 쇠고기만 보면 70~80%다. 샐러드·음료 등을 더해 60% 정도를 유지한다. 통상 음식점 원가율이 30% 전후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상식 파괴, 고정관념의 거부다. 스테이크 식당에서는 전례가 없는 서서 먹는 방식(다치쿠이)을 채택한 배경이다. 평균 체재 시간은 점심 20분, 저녁 30분으로 저가 판매의 반복 실현(spiral system)을 노렸다.

앉아서 먹는 곳보다 더 많은 고객을 수용한다는 점에서 공간비용이 절약된다. 한계는 있다. 수입 쇠고기 값이 뛰면 저가 실현이 힘들어진다. 2015년 5월에도 이 때문에 값을 올린 전례가 있다. 애초부터 원가율이 높아 박리다매가 아니면 힘든 사업 모델이라는 점은 악재다.

공간 절약도 기대보다 낮다. 보통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나이프와 포크, 즉 양손이 필요해 의외로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1인당 대략 80cm의 공간 배치가 필요해진다. 이 때문에 1호점은 66㎡(20평)에 40명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0명이 최대 인원으로 확인됐다.

기대하지 않은 의외의 성과도 있었다. 애초 1인당 식사 시간을 1시간으로 예상했는데 조사해 보니 20~30분으로 줄어든 것이다. 높은 회전율이 공간 한계를 극복해 준 셈이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요리사가 고기를 1차로 성글게 잘라 주는 전략도 먹혀들었다. 대량 발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도 저가의 근거다. 이를 고객 이득으로 환원해 준 것이다.

◆ ‘심야 영업’ 같은 새로운 시도 계속 중

고객 만족은 높다. 굳이 스테이크를 먹으러 고급 점포를 찾아 코스대로 기다리는 구태의연을 생략, 그 대신 지갑 걱정을 덜어줬다. 바쁜 이들에겐 시간 부담도 줄여 줬다. 점포 앞은 문전성시다. 빈자리가 나기 무섭게 대기 고객이 차지한다.

고객은 대부분이 남성 회사원 중심이지만 최근 여성을 포함한 가족 동반도 눈에 띈다. 점포별로 다르지만 1일 200~300명의 고객이 찾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평균 50만~60만 엔의 매출이 대부분이다. 도심의 인기 점포는 100만 엔 이상을 찍는 곳도 있다.

실험은 반복된다. 2015년 봄에는 롯본기점에 심야 영업을 시작했다. 오후 11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새벽 4시까지 연장한 조치다. 심야에도 사람이 많은 점포 입지를 감안했지만 밤에 스테이크가 팔릴지는 미지수였다.

일부 손님의 요청이 있었지만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고심한 끝에 결국 개업을 단행했다. 도전은 먹혀들었다. 예술인·외국인 등 지역 특징 때문인지 심야 시간대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는 다른 점포보다 높다. 다른 점포가 g당 6엔 상품이 주력인데 비해 이곳은 g당 13엔 등 일본산 고가 제품이 더 잘 팔린다.

단시간의 급성장은 과속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16년 한 해에만 50여 개 가까운 점포를 개업한 게 대표적이다. 그래서 공을 들이는 게 인재 교육이다. 점포 확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인재 확보 및 상시 교육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려는 방침이다.

스테이크는 고기를 잘라 굽는 단순 작업으로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요리사의 자질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접객 품질도 마찬가지다. g 단위로 커트·안배하고 또 이를 고객 요구에 맞춰 굽는 정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회사는 호텔 주방장 등 은퇴한 베테랑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 기술 유지 및 품질 향상에 사활을 건다. 그래야 가격만이 아닌 가치 제공을 통한 내점 정착 및 전국 전개에 힘을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