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111호 (2017년 03월 15일)

혁신 사업의 성공 법칙 ‘뺄셈을 덧셈으로’

[글로벌현장]
일본의 고깃집과 어둠 체험 공간에서 배우는 상식 파괴의 힘



(사진) 일본 오키나와의 고깃집 '킹콩'은 장애인을 고용해 조직을 부활시켰다. /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혁신은 필수다. 1%의 영향력에 불과한 혁신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미래에는 상당한 연결 가치(impact)를 제공해 준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그렇다.

상식을 의심하고 본질을 꿰뚫는 과감함이 혁신 기업에 필요하다. 상식은 ‘18세까지 몸에 붙은 편견의 집합체(알버트 아인슈타인)’란 말처럼 시대가 바뀌면 상식도 바뀐다.

미래 사회는 전인미답일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성장·인구·재정의 삼각 파고가 예고된 국가에선 더 그렇다. 혁신이 아니면 버텨내기 어렵다. 사업 현장도 매한가지다. 상식을 버리고 마이너스로 눈을 돌릴 때 혁신적인 사업 기회가 만들어진다.

‘장애인’ 직원이 가져온 변화

노무라경제연구소는 최근 100명의 혁신 기업가의 핵심 스킬을 분석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경제활동을 갉아먹는다고 여겨진 잉여 인구의 재조명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사례다. 대표적인 게 장애인이다. 

오키나와의 고깃집 ‘킹콩’은 장애인을 고용해 침체 위기를 극복했다. 4개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소기업(NSP)으로,  2017년 1월 기준 80명 직원 중 10여 명이 장애인이다.

회사는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10억 엔의 연매출을 기록한 이후 급전직하(3억 엔)의 추락 절벽에 직면했다. 인건비·재료비 등을 삭감, 생존을 모색했지만 상황은 한층 나빠졌다. 임직원이 서로 힐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문화가 급속도로 퍼졌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였다. 이후 자연스레 학습 모임을 만들며 장애인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장애인 취업 지원 시스템도 구축했다. 변화는 곧 발생했다. 힐책 관성이 줄었고 귀속감이 높아졌다. 장애인 고용이 조직 부활의 열쇠가 된 것이다.

회사는 장애인을 BI 멤버라고 부른다. ‘쓸모없지만(不器用) 열심히 한다(一生懸命)’는 일본어 발음 머리글자를 딴 약자다. 정신분열증·자폐증 등 취업이 힘든 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직장을 지향한다. 이 때문에 주방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지 않고 접객 파트에 배치한다.

일본 유일의 자폐증 스시 장인도 이곳 소속이다. 이후 밝은 점염이 시작됐다. 다른 BI 멤버도 스스로 고정관념을 깨고 경쟁하듯이 활기와 의욕을 분출했다. 표리부동이 없는 장애인의 근무 모습에 정상 직원의 편견도 깨져 나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I 멤버로부터 배우는 인간적 성장과 밝아진 직장 공간은 기대 이상이었다. BI 멤버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당연한 것을 지속하는 힘과 솔직한 감정 표현은 놀라운 회복의 근원이 됐다.

신선하되 위험한 도전은 계속된다. 이 회사는 낚싯배를 갖고 있다. 이곳에 BI 멤버와 정상인을 함께 태워 내보낸다. 상식적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이와 배를 탄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낚시를 하면서 성취감을 갖고 BI 멤버에게서 위로를 얻어냈다. 특히 우울증을 겪던 한 고객은 승선 경험 후 삶의 질이 개선됐다. 심리적 회복 능력의 강화다. 요컨대 BI 멤버를 위험한 배에 태운다는 비상식이 만들어 낸 새로운 부가가치다.

회사의 위험한 실험은 입소문을 탔다. 개별 회사는 물론 사회 전체로도 출산 감소에 따른 인력 확보 및 성장 정체라는 과제를 푸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향후 포괄적인 의미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고령 인구 등 생산 현장에서 소외될 잠재적인 잉여 그룹이 급증한다는 점도 위기감을 높인다.

실제 일본은 장애인 700만 명에, 고령 인구도 벌써 3000만 명을 넘겼다. 이들을 계속해 분리하거나 제외할 상황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근거도 없다. 복지 대상으로 지원만 해서는 재정이 버텨낼 턱이 없다. 이 때문에 이 실험은 사회 과제의 도전 모델이자 혁신 사례로 손꼽힌다. 분리 경영이 아닌 혼재 경영의 제안인 셈이다.

어둠 속에서 얻는 ‘쉼표의 위력’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역전시킨 사례는 또 있다. ‘다이얼로그 인 더 다크(Dialogue in the dark)’라는 체험 공간을 운영하는 시무라 부부 얘기다. 부부는 도쿄 도심 시부야 지하 공간에 조도 0%, 순도 100%의 칠흑 같은 어둠 공간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시각장애인을 안내인으로 채용해 일반인에게 어둠의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안내인 1명과 8명의 일반인이 1시간 30분 정도를 어두운 곳에서 와인을 마시며 대화하는 구조다.

입장료가 5000엔이나 되지만 재방문 희망이 95%가 넘는 인기 스폿이다. 친구들에게 권한다는 고객이 98%에 이른다. 어둡고 불편한 공간의 재발견인 셈이다.

이곳의 마케팅 포인트는 뭘까. 요컨대 욕망대로 갖지 못하는 현대인의 상실감과 자괴감의 치유 대가다. 입장과 함께 시각을 완전히 박탈당하는 상태가 그 출발점이다. 오직 목소리만 남는다. 자연스러운 무력함 속에 스스로를 찾는 과정의 시작이다.

사방은 완전한 암흑이다. 빛이 없는 곳에서 시각은 작동 불능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도 없다. 되레 장애인이 더 자유롭다. 허우적대는 이는 일반인이고 붙잡아 주는 이는 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의 익숙한 어둠이 이곳에선 친숙한 무기가 된 셈이다. 목소리만으로 길을 안내한다.

결국 참가자는 어둠 속에서 쉼표의 힘을 얻는다. 무력한 암전 공간에서 강렬한 치유와 잊힌 관계를 떠올린다. 완벽한 어둠이 편견을 없애버린 결과다. 동반 입장객은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 덕분에 동창회가 만들어지고 일부는 결혼까지 연결된다.

담당 안내자인 시각장애인은 더 많은 것을 얻는다. 고용 기회와 함께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경험한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상황 역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사업을 구상할 때 덧셈만 떠올리면 곤란하다. 철저한 뺄셈으로 고객·직원 모두를 만족시킨다면 결과적으로 훌륭한 덧셈이 된다. 마이너스로 여겨진 사람을 플러스 존재로 변신시킨 발상 전환의 힘이다.

유사한 체험 전시 프로젝트는 한국에서도 개최됐고 최근엔 전용관도 마련됐다. 유사한 접점 기회는 고령 인구의 재활용에서 확인될 수 있다. 장애인을 근로 현장에 고용할 정도라면 고령자를 소외시키는 것은 전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즉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는 것은 앞으로 펼쳐질 인구 감소기의 시대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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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3-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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