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Fed, “연 3%까지 지속적으로 올릴 것” 예고…트럼프 행정부와 엇박자 우려

[박수진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Fed)이 본격적인 금리 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2년간 매년 한 차례씩 올려 왔던 금리 인상을 올해는 3월부터 시작했다. 중앙은행이 보유 중인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직 경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신흥국과 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은 미국발 긴축의 파고가 어디까지 덮칠지 긴장하고 있다.

Fed는 3월 15일 기준금리를 연 0.75~1.00%로 연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 후 세 달 만이고 2015년 12월 8년 만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선 후 셋째다.

◆옐런 “과열 막기 위한 선제 조치 필요”

Fed는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1%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 경제가 굳건하고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갖췄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표는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노동부가 3월 10일 발표한 2월 실업률은 4.7%, 비농업부문 제조업 신규 일자리 수는 23만5000개였다.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가깝고 신규 일자리 수는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금리 조정의 또 다른 기준인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근원 물가상승률도 1월 1.7%로 Fed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2.1%를 예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예상치인 2.3%보다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평균치(3.4%)보다 낮지만 주요 선진국인 독일(1.6%)·일본(0.8%)·영국(1.5%)보다 좋다.

Fed는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을 1.8%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월 현재 미국의 경기 확장 국면이 92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경기과열에 대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새 정부와의 엇박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미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감세와 규제 완화, 대대적 인프라 투자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 증시에선 ‘트럼프 랠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연초부터 상승 곡선이 이어졌다.

하지만 Fed는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막 긴축을 시작하고 있다. 정책 엇박자다. 옐런 의장은 일단 신중한 자세다. 그는 “새 정부의 재정정책 변화는 (경제) 전망을 바꿀 수 있다”면서도 “의회와 백악관이 세금과 지출, 규제 정책을 어떻게 바꿀지, 혹은 그 변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이 어떤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Fed로서는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경기 전망과 통화정책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Fed 이사회 멤버 교체도 큰 변수다. 미 기준금리는 19명으로 구성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된다. 이 중 12명이 의결권을 갖고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한다. 의결권을 가진 위원은 Fed 이사회 멤버 7명과 지역 Fed 총재 5명이다.

따라서 Fed 이사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Fed 이사회 멤버 7명 중 현재 2명이 2014년 이후부터 임명되지 않고 있다. Fed 이사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를 트럼프노믹스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울 수 있다. 게다가 대니얼 타룰로 이사가 4월 15일 사임한다. 연내에 친(親)트럼프노믹스 인사 3명이 Fed 이사회 멤버로 채워질 수 있다.

옐런 의장도 내년 2월로 의장 임기를 마친다. 의장 재임명 권한은 대통령이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옐런 의장을 교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Fed 내 의장의 역할과 위상은 막강하다. 금리 결정 과정에서 위원들을 설득하고 방향을 정한다. 의장을 교체하고 3명의 인사를 임명하면 사실상 미 기준금리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돌아갈 수 있다.

◆한국, 미국과의 금리 역전 부작용 우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를 정상화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한국에서는 정책 금리 역전 가능성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월 15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연 0.75~1.00%)과 한국(연 1.25%) 간 금리 격차는 불과 0.25%포인트로 줄어들었다. Fed가 예정대로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를 올리면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 한국은 가계 부채 문제 때문에 기준금리를 계속 묶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 금리 역전 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투자 자금의 이탈이다. 과거에도 금리 역전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2년에 걸쳐 정책 금리를 4.25% 포인트(연 1.0%→5.25%) 급격하게 올렸다. 이 과정에서 2005년 8월~2007년 8월 Fed 정책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0.25~1.00%포인트 높아졌다. 1999년 6월~2001년 2월 미국 정책 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다.

1999년 5월부터 9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5개월 연속 ‘팔자’ 행진이 이어졌다. 순매도 규모는 약 5조5000억원에 달했다. 2004년 하반기부터 2년 동안에도 외국인들은 대체로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옐런 의장은 3월 15일 기자회견에서 자산 매각 문제도 거론했다.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해 보유 중인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거론했다. 시기적으로 먼 얘기이긴 하지만 그 영향은 핵폭탄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6월 벤 버냉키 Fed 전 의장이 국채 매입 등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신흥국 금융시장은 자금이 급속히 유출되는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현상을 겪었다. 한국에서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자금이 2013년 8월부터 12월까지 8조3800억원어치가 빠져나갔다.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