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154호 (2018년 01월 10일)

영국, '설탕과의 전쟁' 선포하다

[글로벌 현장]
아동 비만·성인병 예방 위해 ‘설탕세’ 도입…1조원대 세수는 건강 증진에 투입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새해부터 영국이 ‘설탕 소비 다이어트’에 나섰다. 아동 비만과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영국의 과체중 아동 수는 매우 높은 편으로, 특히 4~5세 아동 5명 가운데 1명은 과체중이거나 비만 상태(2015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공중보건기구(PHE)는 어린이들의 설탕 섭취를 억제하기 위한 운동인 체인지포라이프(Change4Life) 캠페인을 펼친다고 1월 1일 발표했다.

체인지포라이프는 PHE가 매년 해오는 운동의 일환이지만 이들이 간식에 주력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구는 8주 동안 건강에 좋은 간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英 어린이 하루 권장량 3배 섭취

PHE는 영국의 어린이들이 하루 평균 적어도 3개 이상의 건강에 해로운 과자와 단 음료를 섭취하고 있고 이는 하루 설탕 권장량의 3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경고했다.

PHE는 4~10세 아이들이 섭취한 설탕의 절반(51.2%) 정도가 비스킷·케이크·탄산음료 등 건강에 해로운 간식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아이들은 1년 동안 비스킷 400개, 케이크·빵·파이류 120개, 사탕류 100개, 초콜릿 바와 아이스크림 70개, 주스와 탄산음료 150개 등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PHE는 너무 많은 설탕 섭취는 충치와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며 설탕 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부모들에게 요청했다.

체인지포라이프 캠페인의 핵심은 ‘자녀들의 간식을 100칼로리 이하, 하루 두 번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PHE는 과일·채소·맥아빵·무설탕젤리·쌀크래커 등이 건강에 좋다며 추천 간식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또 캠페인의 홈페이지를 통해 할인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테스코·코업 등 캠페인에 참여하는 일부 대형 슈퍼마켓들은 맥아빵, 저설탕 요구르트, 무설탕 음료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PHE는 음식이나 음료수의 설탕·소금·지방 함유량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사용자들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PHE는 캠페인 내용을 담은 광고를 제작해 TV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 광고는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런’ 등을 만든 영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아드먼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PHE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9가지의 설탕 함유량을 2020년까지 20% 정도 감소시키자는 운동도 전개해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영국은 청량음료의 설탕 함유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일명 ‘설탕세’를 올해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영국의 많은 음료 제조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설탕세 도입을 통해 아동 비만 문제를 풀 방침이다.

또한 나날이 심각해지는 성인 비만과 당뇨병 등의 합병증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NHS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영국 여성의 58%, 남성의 69%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1993년 15%에서 2015년 27%로 증가했고 보고서는 2015~2016년 동안 52만5000명이 비만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인들에겐 ‘유럽의 뚱뚱한 사람’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애칭이 붙곤 한다.

◆프랑스·헝가리 등도 설탕세 추진

이처럼 심각한 국민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2016년 당시 재무장관인 조지 오스본을 통해 100mL당 5g 이상 설탕이 들어 있는 음료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리터당 0.18파운드(260원)를 과세하고 100mL당 8g 이상의 설탕을 첨가하면 리터당 0.24파운드(347원)를 과세한다고 밝혔다. 다만, 설탕 첨가량이 5g 이하면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고 유제품이나 과일 주스 등도 과세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소비자들이 자주 마시는 코카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에는 100mL에 10~13g의 설탕이 함유돼 있다. 영국 언론들이 ‘설탕세’를 ‘콜라세’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2015년 기준 영국 코카콜라는 영국 음료 시장 전체의 24.5%, 탄산음료 부문에서는 60.3%를 장악(유러모니터 자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설탕세 도입 이후 한동안 청량음료 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오스본 장관은 연설을 통해 설탕세 도입 발표는 위협이나 약속이 아니라 길이 될 것이라며 설탕세가 실제 도입되는 2018년까지 기술을 개발하라고 업체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물론 설탕세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영국 청량음료협회를 비롯한 설탕세 반대론자들은 설탕이 비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섣부른 과세 정책으로 농민·제조업체·술집·레스토랑 등 수천 개의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많은 시민단체들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이기적이라며 정부의 편에 서고 있다. 

설탕세는 현재까지도 실효성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탕세는 예정대로 진행될 분위기다. 영국 정부는 설탕세로 확보될 10억 파운드(1조4487억원)의 조세 수입을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지역 학교의 스포츠 활동 운영에 사용할 계획이다.

사실 영국에서는 법령 시행 전인 2017년부터 브리스톨 지역을 중심으로 설탕세가 실제 징수되고 있다. 영국 내에서도 비만 인구가 많고 비만에 따른 당뇨병 환자와 사지 절단 사례 등이 높기로 유명한 도시이기에 스스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브리스톨 내의 일부 카페들은 탄산음료에 자발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며 설탕 소비를 줄이고 있다. 또한 대형 경기장인 애슈턴 게이트 스타디움은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재단이 운영하는 ‘슈거 스마트 캠페인’에 가입,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청량음료 대신 물을 마시라는 내용이 담긴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다.

한편 현재 유럽에서는 프랑스·헝가리·노르웨이·포르투갈 등이 설탕세를 일부 도입하고 있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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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1-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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