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격차·승진 제한으로 독립 어려워…70대도 덩달아 위기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일본의 고용시장은 오랜만에 공급자가 우위를 차지했다. 노동력을 파는 쪽이 주도권을 쥐고 고용 현장을 지배한다. 기대하는 만큼 늘지 않아 신중론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통계로는 소폭 올랐다.

다만 평균의 함정이 문제다. 전체적인 평균은 늘었지만 일부 세대는 줄었다. 일본의 40대 초반은 5년 전보다 월급이 약 2만 엔 줄었다.

소득 격차는 신규 취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40세 전후는 사회 데뷔 때 불황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고용 불안은 물론 결혼마저 힘들다. 이들이 중년이 된 지금 부모 세대가 70세로 진입하며 동반 붕괴 위험에 노출된 형태다.

일본에선 40세 전후의 위험을 심상치 않게 본다. 언론은 ‘7040문제’라고 부르며 70대 부모와 40대 자녀의 생활 갈등에 주목한다.

◆경제 빙하기가 낳은 임금 격차

40세 전후 세대의 소득은 왜 줄었을까. 연령별 임금 격차는 조사 주체조차 계산 착오가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로 의외의 충격적인 결과였다.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취업 당시 이들은 ‘빙하기 세대’였다는 점이다.

직전의 버블 경기와 확연하게 벌어지는 취업 전선의 악화가 20년이 흐른 후 임금 열위에 반영됐다는 가설이다. 실제 버블 세대는 대졸자의 유효구인배율이 평균 2배를 넘겼지만 1990년대부터 급락해 빙하기 세대는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 시기 기업의 채용 의욕이 극도로 낮았고 빙하기 세대는 40세 전후가 된 현재 그 후폭풍에 놓이게 됐다는 시나리오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기엔 일본 특유의 채용 시스템이 한몫했다. 이른바 ‘신졸 일괄 채용’이다. 새롭게 졸업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특정 시기 집중 채용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 기회를 놓치면 이후의 채용 과정은 가시밭길이다.

취업 재수생이 일괄 채용 기회를 놓치면 평생 비정규직 등으로 곤란한 경제 상황에 봉착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규직조차 급여 상승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빙하기 세대 중 운 좋게 정규직으로 취업했어도 인적자원으로 경쟁력을 기를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장 생활 초기 때 회사 업무와 관련된 스킬·능력의 개발 기회가 제한적으로 주어졌다. 불황 때문에 정규직인데도 다른 세대보다 사내 연수 등이 줄어들어 역량 개발이 힘들었다는 의미다. 사내 연수를 충분히 혹은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40세 전후는 평균 44%에 달한다. 30~34세(36%)와 45~49세(29%)보다 뚜렷하게 낮다.

40세 전후는 전직 의향도 높다. 졸업 이후 희망하는 회사에 취업하지 못한 이가 많아 이후 전직을 결심하는 사람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조사 결과는 근속 연수다. 15년 이상 근무 경력을 가진 40세 전후의 비율이 여타 세대보다 적다.

렌고종합연구소에 따르면 40~44세를 대상으로 동일 기업 근무 경력이 15년 이상인 비율은 2005년 45.3%에서 2015년 36.4%까지 떨어진다. 더욱이 전직 회사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란 점에서 근무 연수는 인정받아도 전직 이후의 근속 연수가 짧아 임금 인상에 제한을 받는다.

승진이나 승급 등 통상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부분도 40세 전후는 장벽에 봉착한다. 생존해도 선배 세대의 덩치가 워낙 커 좀체 위로 올라가기 힘들어서다.

40~44세 중 과장 직급은 버블 세대가 2005년 기준으로는 26.2%였는데 이에 비해 빙하기 세대는 2015년 21.6%로 낮아진다. 대량 채용이 일상이던 버블 세대가 위에 버티고 있으니 이들의 승진·승급 속도는 떨어진다.

◆‘살아있되 죽어가는’ 경제의 허리

40세 전후는 일본 경제의 허리다. 세대별 노동인구를 보면 35~44세가 가장 두텁다. 사실상 일본 경제의 노동 중핵이다. 약 1500만 40세 전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중 383만 명은 비정규직이다. 가장 거대한 노동 집단인데 정작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비정상이다.

상황은 심각하다. 게으르지도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행복에서 멀어진 것은 고용을 포함한 사회구조적인 결과 때문이다. 이들의 불행에 사회구조의 급변화가 똬리를 틀고 들어앉은 셈이다.

이 결과 40세 전후는 선배 세대가 향유했던 이른바 ‘사회인 모델’에서 제외됐다. 남성은 취업 이후 자연스레 연결되는 ‘경험 축적→경력 개발→결혼 출산→내 집 마련’의 일본형 고용 시스템이 최초로 흔들린 세대다.

기생(寄生) 싱글도 증가세다. 일이 변변치 않고 돈까지 없는 40세 전후의 선택지는 거의 없다. 외출 의지조차 낮다는 점에서 자립 의욕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혼 여유는 더더욱 없다. 이 와중에 부모는 정년퇴직·유병생활에 직면해 과거의 화수분 역할이 제한된다.

이들 2세대의 버팀목은 부모의 연금 수입뿐이다. 결국 40세 전후는 ‘살아있으되 죽어간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40세 전후를 괴롭히는 일련의 증후군을 7040문제라고 부르는 이유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부모와 동거하는 4050세대 미혼 여성의 67%가 부모에게 생계를 지원받고 있다. 연금 생활의 70대 부모와 장기 실업의 40대 자녀가 결합돼 발생하는 부작용이 바로 7040문제의 핵심이다. 부모에게 간병 이슈가 발생하면 동반 몰락은 사실상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부모 사후 그들의 연금은 정지되고 40세 전후는 절대 빈곤으로 들어간다.

◆7040문제의 대책은

취업 지원 나섰지만 뾰족한 해결책 없어

아쉽게도 40세 전후는 최근 완연해진 경기 회복의 온기에서도 멀다. 적어도 통계만 놓고 볼 때 최근 일본의 고용시장은 확실한 매도 우위다. 공전의 인력 부족이란 말처럼 유효구인배율은 버블 당시를 뛰어넘는 평균 1.5배 이상이다.

중·고령 인구의 전직 시장도 활황이긴 하되 비정규직이면 이런 과열 상황에서 제외된다. 즉 중년의 전직 시장에서 요구하는 경력은 정규직에 한정된다. 경영관리나 부하의 육성 경험이 잘 팔리는 분야다.

정부도 빙하기 세대인 40세 전후의 고용·급여 등 핍박 상황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40세 전후의 비정규직에 대한 본격적인 취업 지원 등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수는 거의 없다. 재정 투입의 한계는 물론 고용 결정은 어쨌든 기업 관할이다.

미약하나마 일본 중앙 정부는 2017년부터 보조금을 신설했다. 5회 이상 이직·전직을 반복한 35세 이상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최대 60만 엔을 지급한다. 요코하마시는 2016년부터 35세 이상의 비정규직 독신 여성을 위한 강좌를 개설했다.

도쿄도는 30대부터 40세 전후에 특화된 취업 지원에 나섰다. 전액 무료인데다 강의에 전념하자는 차원에서 1일 5000엔의 수당까지 지급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며칠에 걸친 면접 훈련, 서류 작성 등이 중심이던 과거의 틀을 벗어났다는 평가다.

반면 이 프로그램은 3개월간 매일 이뤄진다. 기업 방문 등 실질적인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약 500명이 수강했고 과반이 정규직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