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슈퍼체인 에코플라자, 매장 내 폐기물 아예 없앤 ‘플라스틱 프리 통로’ 선보여
‘플라스틱 다이어트’ 시작한 유럽의 슈퍼마켓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유럽의 슈퍼마켓들이 발 벗고 나섰다.


최근 화제가 된 곳은 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체인 에코플라자다. 에코플라자는 유기농 상품군을 주로 취급해 네덜란드에서 인기가 상당한 곳이다.


이 슈퍼마켓은 올해 2월 암스테르담 지점 매장 내에 플라스틱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플라스틱 프리 통로(Plastic Free Aisle)’를 세계 최초로 선보여 유럽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통로에는 육류·쌀·차·시리얼·유제품·초콜릿·각종 소스 등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지 않은 680여 개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 이곳에 놓인 모든 제품들은 유리·금속·식물섬유·골판지·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필름 소재의 포장지에 담겨 있다.


이 포장지들은 모두 12주 내에 퇴비화가 가능한 것들이어서 추가적인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업체 측은 자신했다.


이번 플라스틱 프리 통로 프로젝트는 에코플라자와 영국 출신의 사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플라스틱플래닛의 공동창업자 시안 서덜랜드가 추진했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2016년부터 환경 캠페인에 뛰어든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슈퍼마켓이야말로 플라스틱의 바다이며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없는 제품을 살 기회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플라스틱 다이어트’ 시작한 유럽의 슈퍼마켓
◆“슈퍼마켓은 플라스틱의 바다다”


그는 우리의 쇼핑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플라스틱플래닛을 설립했다.


마침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올해 1월 환경 계획에 관한 연설에서 슈퍼마켓에 플라스틱 없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테이크아웃 용기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정책을 제안하기도 해 해당 단체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플라스틱플래닛의 첫 결실은 네덜란드에서 맺었다. 에릭 두스 에코플라자 최고경영자(CEO)는 플라스틱 프리 통로에 대해 “이것은 마케팅 수단이 아니고 지난 수년 동안 작업해 온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코플라자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플라스틱은 환경과 건강에 좋지 않지만 동시에 훌륭한 기능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플라스틱 사용을 무조건 반대한다기보다 식품과 관련된 플라스틱 사용 감량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에코플라자는 음식 한 분야에서만큼이라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현재보다 줄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을 통해 소비자뿐만 아니라 도매업체와 생산자들의 태도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에코플라자는 올해 연말까지 네덜란드 내 74개 매장에 플라스틱 프리 통로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다이어트’ 시작한 유럽의 슈퍼마켓
◆66원짜리 봉지를 ‘두 배’에 되사


에코플라자의 플라스틱 프리 통로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매장을 직접 찾은 고객들은 플라스틱 포장지가 없는 제품군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고 에코플라자의 소셜 미디어에는 유럽의 여러 슈퍼마켓들도 이 캠페인에 어서 동참해야 한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유럽 전역에서 1300여 매장을 운영하는 덴마크의 슈퍼마켓 체인 네토는 최근 비닐봉지 보증금 제도를 덴마크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독일·네덜란드·북유럽에선 보편화된 공병 환급 제도와 유사한 형태다. 빈병을 모아 슈퍼마켓에 설치된 환급 기계에 넣으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네토는 4월 16일부터 덴마크 퓐 섬 지역 내 56개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비닐봉지 요금(66원)을 추가로 받고 있다. 만약 고객이 이를 매장에 다시 가져오면 1크로네(134원)를 반환해 준다. 이렇게 수거된 비닐봉지는 폐기 처리 대신 재활용될 예정이며 비닐봉지에 부과된 요금은 세계자연기금(WWF)에 전달된다.


네토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로브 디렉터는 “소매업에서 플라스틱은 필요한 아이템이긴 하지만 플라스틱은 결국 환경과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준다”며 “일회용 비닐봉지 환급 제도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네토는 일회용 비닐봉지 보증금 제도를 시작으로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플라스틱 포장 줄
이기, 플라스틱 프리 통로 운영,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 도입, 폐기 플라스틱 수거를 통한 야생동물 보호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 네토는 시범 운영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향후 덴마크 내 500개 매장을 비롯해 독일·폴란드 등 타 유럽 국가의 800개 매장에도 이 제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