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232호 (2019년 07월 10일)

유럽 뒤덮은 ‘폭염 대참사’

-때 이른 이상 고온으로 사건 사고 속출, 자연발화로 대형 산불 발생도



(사진)독일은 6월 26일 기온이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무더위를 피해 독일 베를린의 호수 수영장에 모인 인파들.

[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 통신원] 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일대가 기록적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여름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온갖 이슈가 끊이지 않았지만 올해는 보다 이른 시기인 6월부터 폭염이 덮치면서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무더위로 인한 사망자 발생, 산불 확산 등 관련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학교에도 휴교령이 내려졌다.

◆독일, 선풍기조차 없는 교실에 휴교령도

지난여름 독일인들은 좀처럼 경험해 보지 않았던 무더위로 놀라는 한편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늘한 여름 날씨로 유명한 독일의 여름이지만 지난해에는 7, 8월 들어 섭씨 영상 35도 이상을 오르내리며 물고기 떼가 죽고 강물이 말라붙는 등 이상 현상이 속출했다.

집마다 선풍기 없이 지내는 집이 흔했던 터라 가전제품 매장에 선풍기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무더위에 맥주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맥주병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이른 6월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독일은 6월 26일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폴란드 국경 인근 코스첸에서 기온이 섭씨 영상 38.6도를 기록, 독일 중부를 강타하며 6월 최고기온으로 기록됐다.

바로 전날에는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라티네이트, 헤세의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상부 라인 지역에서 수은주가 섭씨 영상 36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금까지 때 이른 6월 폭염의 최고 기록은 1947년 6월 1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 내 뷜러탈의 기온인 섭씨 영상 38.5도였다. 7월과 8월을 포함한 여름 최고 기록은 이보다 높다. 남부 바이에른 주의 키친겐에서는 2015년 7월 5일과 8월 7일 모두 섭씨 영상 40.3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독일의 역대 최고치였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기온이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독일 당국은 섭씨 영상 37도 이상의 기온이 탈진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며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무더위로 노인이나 아기 그리고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 특히 더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여름 평균 최고기온이 섭씨 영상 25도를 넘지 않았던 독일은 학교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필요 없는 경우가 많아 폭염에 대비한 선풍기 등이 아예 없거나 최소한만 있는 교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몇몇 아우토반에는 고온 현상 때문에 일시적으로 속도를 제한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고온과 열로 인해 아스팔트가 뒤틀리거나 부서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례로 작센안할트 주를 관통하는 아우토반은 최고 속도가 시속 120km로 제한됐다. 독일 북부 로스토크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철로의 선로가 휘기까지 했다.

지하철 등에 냉방장치가 거의 안 돼 있어 무더위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불만이 솟구치기도 했고 수영장에도 방문객이 폭증해 입장을 위한 대기 줄이 늘어서기까지 했다. 독일 서부의 한 수영장에서는 염소 농도 실수로 적어도 38명이 방문객이 호흡기 질환과 피부 염증을 일으키는 등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브란덴부르크 동부 지역에서는 한 남자가 나체로 오토바이를 타다 경찰에 적발되는가 하면 뮌헨에서는 비키니 상의를 벗은 채 수영하는 여성들 때문에 상반신 노출 수영 금지 조례 개정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올해는 작년보다 이른 6월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수영장에도 방문객이 폭증했다.

◆원인은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기온 더 오를 것

프랑스도 6월 역대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다. 프랑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6월 28일 프랑스 동부 카르팡트라 지역의 기온이 현지 시간 오후 1시 48분께 섭씨 영상 44.3도를 기록했다. 이전 프랑스 역대 최고 기록은 섭씨 영상 44.1도로 프랑스에서만 1만5000명이 숨지며 유럽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03년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측정된 수치다.

위협적인 폭염 사태로 프랑스 기상국은 남부 4개의 행정구역에 대해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야외 스포츠와 축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적색경보는 프랑스 당국이 폭염을 이유로 처음 발령한 것으로 마르세유·나임·몽펠리에·아비뇽 등의 도시가 해당한다. 아그네스 부진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이번 폭염은 전례가 없는 것이고 강도 또한 예외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의 학교는 휴교 조치가 이뤄졌다.

또한 무더위 속 대기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낡은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는 규제를 이미 시행 중이던 파리와 리옹 외에 스트라스부르·마르세유까지 확대했다. 프랑스 전력망 사업자인 RTE는 더위 때문에 사람들이 에어컨을 최고 속도로 작동하고 있다며 전력 수요 또한 기록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섭씨 영상 40도가 넘는 폭염이 닥친 스페인에서는 최근 고온에 따른 자연발화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스페인 북동부, 에브로강 인근의 구릉 지대에서 발생한 이 산불은 20년 내 최악으로 무려 60㎢가 넘는 산림을 불태웠다. 산불이 발생한 카탈루냐 주의 미구엘 부흐 내무장관은 토레 데 레스파뇰의 한 농장에서 거름으로 쓰기 위해 쌓아둔 닭똥 더미에 고온으로 불이 붙으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불이 발화한 농장에서 사육하던 말과 양들의 불에 탄 사체가 현지 TV에 방영되는 등 끔찍한 피해가 이어졌다. 산불로 인해 바르셀로나에서 서쪽으로 약 120km 정도 떨어진 이곳에 이르는 5개 도로가 모두 폐쇄되기도 했다.

이 밖에 이탈리아·폴란드 심지어 알프스에 면한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에서도 폭염이 기록되고 있는 가운데 기상학자들은 북부 사하라사막의 뜨거운 공기가 제트기류를 타고 열선을 형성하며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지구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말한다. 독일 포츠담에 있는 기후영향연구소는 1500년 이후 유럽 역대 최고 여름 무더위 기록이 모두 21세기에 일어난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연구소의 스테판 람스토프 박사는 “이러한 극단적인 열의 증가는 석탄·석유·가스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로 발생하는 지구온난화의 결과이며 기후 과학이 예견한 그대로”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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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7-0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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