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이 생활화된 세대로 소유보다 공유에 집중…SNS 통해 정보 수집에도 적극적
저성장 시대의 신소비 계층 ‘MZ세대’ 공략법
[도쿄(일본)=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저성장은 피하기 힘든 시대의 흐름이다. 한국도 잠재 성장률 2%대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성장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감축 성장, 수축 사회의 본격적인 개막이다. 디플레이션 경고까지 울리며 소비 심리는 절약을 향해 치닫는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과 시장은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수다. 그 한 축이 평생 소비를 이어 갈 청년 고객 등 신고객의 발굴이다. M(밀레니얼)-Z세대로 상징되는, 과거와는 결이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고객을 선점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높다. 실제 이들은 까다롭다. 사지 않고 빌리며 광고보다 커뮤니티에 주목하고 물건보다 체험을 중시한다. MZ세대의 신소비법은 일본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편의점을 외면하는 일본 젊은이들

전통적인 청년 고객 중심 사업은 위험해졌다. 편의점이 그렇다. 편의점 중핵 고객은 젊은이였다. 24시간 밤샘 영업 속에 번화가·주택지 곳곳에 포진, 소포장과 인스턴트 제품으로 청년을 공략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현재 30세 미만 고객 비율은 15% 안팎이다.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는 이를 청년 고객의 편의점 이탈로 본다. 왜일까. 편의점이 늘어나던 시절만 해도 경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현재 청년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사회 진입 후까지 불황에 익숙하다. 즉 고용 불안과 소득 정체가 일반적이다. 2009년부터 5년에 걸쳐 30세 미만 나 홀로 가구의 월 소비 지출은 남성 13%, 여성 7%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절약 지향성이 높다. 따라서 정가 판매가 원칙이기 때문에 할인 상품이 많지 않은 편의점은 MZ세대에겐 기피 대상이다. 그들이 대안으로 찾은 점포는 할인이 일상적인 드러그스토어와 슈퍼마켓이다.

2030세대 청년 고객은 달라졌다. 이들의 소비 패턴은 이전 세대와 구분된다. 인터넷·휴대전화·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시대에 자라났다. 정보 취합은 물론 소비 결정도 변했다. MZ세대를 제대로 읽어 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이 그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매스 마케팅만으로는 턱없다. 판매 촉진과 소비 소구를 위한 전략 수정은 물론이다. 일본만이 아닌 대부분 선진국의 숙제다.
◆소유보다 체험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청년 이탈로 속병을 앓고 있는 편의점 로손의 사례를 보자. 2018년 여름 로손은 700엔 이상 사면 음료·과자 등을 경품으로 주는 복권 캠페인을 벌였다. 원래는 전체 연령을 대상으로 한 밋밋하지만 일반적인 경품 이벤트였지만 이때는 좀 달랐다.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케야키자카46과 제휴해 멤버의 사진을 주는 것으로 내용을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점포 앞엔 청년 고객의 대기 행렬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2019년 여름에도 진행했다.

고객 연령별로 반응은 차별적이다. 고객의 60%를 점하는 40대 이상은 관심조차 없다. 그럼에도 로손은 고무됐다. 틈새지만 광팬이 많은 특정 고객에 먹혀들면 주변 청년층을 향한 설득 효과가 충분해서다. 지금은 게임 회사와 손잡고 캐릭터를 내세운 기획까지 확장됐다. 특정 그룹을 노린 판촉 행사로 관련된 잠재적인 고객 소비를 환기시키는 차원이다.

환경 변화는 소비 판단을 결정한다. MZ세대는 확실히 달라진 세상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절대 빈곤과 고도성장을 경험한 기성세대와는 사고방식이나 지향점이 다르다. 그들의 구매 결정도 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적으로 스마트폰의 일상 안착이다. 손안의 인터넷 없이 살아가기 힘들어졌다. 대면 접촉보다 가상 공간에서 쇼핑·관계·업무 욕구를 실현한다.

그들에겐 없어선 안 될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셈이다. SNS에서 화제가 된 것을 구매한 경험은 선배 세대와 비교해 보면 천양지차다. 전통 마케팅은 MZ세대를 포섭하지 못한다. 로손의 접근 시도가 낯설지만 성공한 이유다.

MZ세대는 소유를 거부한다. ‘더 빨리 더 많이’는 옛말이다. 풍족한 시대답게 과시적 물욕과 본인을 덜 일치시킨다. 즉 소유보다 이용이 먼저다. 빌려도 충분한데 굳이 쌓아둘 이유는 없다. 돈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귀찮고 부담스럽다. 이에 따라 공유 서비스가 자연스럽다. 적게 지불해도 빌리면 해당 욕구는 실현된다.

가처분소득이 정체된 MZ세대에게 공유 서비스는 아귀가 들어맞는다. 2017년 자전거 판매 벤처 ‘차리컴퍼니’는 고급 자전거 셰어 서비스를 내놓았다. 흔한 시간당 대여 서비스와는 다르다. 자전거를 집에 가져가 구입 때처럼 이용할 수 있다. 월 3480엔이면 렌털할 수 있다. 초기 비용의 허들을 없애 저가 이용이 실현된다. 90일 후 바꿔 탈 수 있다. 서비스 권역은 확대 예정이다.

공유 사업은 고급품이면 일단 가시권에 들어온다. 비용 때문에 구매가 부담될 때 공유 효용은 빛난다. 재팬네트은행이 실시한 18~25세 대상 설문 조사를 보면 공유 서비스 이용 의지를 밝힌 경우가 60%를 넘는다.

반대로 신중한 소유라는 가치관의 변화와 맞물린다. 고객이 변했으니 사업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청소기 메이커 다이슨은 성능은 좋지만 고가로 형성된 가격이 한계였다. 그래서 청년 고객을 위한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매를 갉아먹는 자충수 염려에도 불구하고 ‘메이커→서비스’로의 사업 확대란 평가가 일반적이다. 월 1080엔이면 이용할 수 있다.

청년층의 이탈이 본격화된 백화점도 나선다. 미쓰코시 긴자점은 결혼식·파티용 등 의복 공유 서비스를 시즌에 맞춰 내놓는다. 입어본 후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면 배달해 준다. 2박 3일간 1만3000엔부터다. 신규 고백 확보에 긍정적이다. 의복 지출은 10년 전보다 30~50% 급감했다.

그렇다고 MZ세대의 소비 감퇴는 전방위적이지 않다. 원하는 곳엔 충분히 쓴다. 콘서트·라이브가 대표적이다. 물건을 사는 데는 인색해도 직접 참여해 희열을 느끼는 공연이나 여행 등의 체험 소비에는 적극적이다. 콘서트프로머터즈협회에 따르면 라이브 이벤트 시장은 2017년 3324억 엔으로 2016년보다 3배나 성장했다. 체험을 파는 사업의 부각이다. 파장은 커진다.

단순한 제조·판매 메이커가 체험 서비스를 확대한다. 가구 회사 니토리는 품목별 진열 정책을 바꿨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1인 가구의 방’ 등을 재현해 관련 상품을 구성한다. 가구가 아닌 생활로 고객 욕구에 접근한다. 체험 소비는 세대 전체로 확대된다. 시니어 특화 통판 업체 저패네트타카타는 크루즈 투어까지 판다. 단순한 물건 판매 전략을 수정했다. 제품 이용에서 얻어지는 편리·체험이 전 산업에서 중시된다는 뜻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