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대선 2017]

문·안, 사드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우클릭’ 이어지는 대선판
‘위기설’한반도, 불꽃 튀는‘안보 공방전’


(사진)한반도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문재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사드 반대에서 찬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초강경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안보’가 한국 19대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이슈가 됐다.

꺼져가는 한국 경제의 불씨를 살리는 방법을 강구해 오던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도 이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이 한창이다.

매번 대선 때마다 안보 이슈는 판세를 흔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해 왔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 중요성이 배가되면서 향후 표심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북풍’, 과거와 차원 달라



2000년대 이전까지 ‘북풍’은 대선 판도를 뒤흔드는 중대한 요소였다. 보수층의 결집을 야기하며 보수 후보들이 당선되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이 같은 효과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예컨대 2002년 16대 대선 전 제2연평해전과 2차 북핵 위기가 터졌지만 당시 야당인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대선에서도 북풍 자체가 이슈는 됐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이 이어지면서 북풍은 표심을 가를 정도의 힘이 사라졌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북풍은 ‘도발설’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전쟁설’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안보 이슈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과거 대선에서 북한과 관련한 안보 이슈는 색깔론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발상으로 자가 발생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며 “최근의 안보 이슈는 미국 등 외부로부터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민감한 보수층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대선의 양강 구도가 과거와 다르게 보수 대 진보 대결이 아니라는 점이 이런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안보 이슈’ 선점 시 ‘후광효과’ 클 듯


또한 이번 대선에서 안보 이슈는 경제와도 연결돼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외신을 보면 현재의 한반도 위기는 남북 간의 대결이 아닌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보는 시각이 짙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두 거함인 양국의 대립 격화로 아시아 전체의 위기설도 나돈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추세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몹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안보 이슈를 선점하는 후보가 얻게 되는 후광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도 안보 대통령을 부각하는 데 여념이 없다.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기존 방침을 바꾸면서까지 안보 챙기기에 나섰다.

양측 모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반대 방침에서 한 발씩 물러선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일관되게 반대 의견을 고수해 왔던 문 후보는 사드 배치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내놓은 상태다.

문 후보는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을 지속한다면 불가피하게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사드 배치와 철회, 양쪽의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차기 정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는 사드 반대에서 찬성으로 방침을 완전히 돌렸다. 사드가 국가 간 협약이기 때문에 쉽게 뒤집을 수 없다고 발언한 데 이어 국민의당 당론 변경까지 공언했다. 안보 문제가 급부상한 만큼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최적의 대응을 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게 안 후보의 설명이다.


안보 문제를 기회로 활용해 왔던 보수 진영 후보들은 바빠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사드 찬성으로 돌아선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며 안보 이슈 부각에 주력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안보의식을 겨냥한 부정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안 후보가 유권자들을 속이기 위해 사드에 찬성하는 척한다는 것. 유 후보는 안보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서며 표심을 공략 중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에 대한 후보들의 의견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로 안보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대책이 주를 이룬다.

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북한에 대한 일방적 타격은 안 된다고 알리고 선제공격을 보류시키겠다”고 했고 안 후보도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홍 후보도 “미국과 협의해 선제 타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유 후보는 한국과 미국이 충분히 군사적 준비를 한 뒤 선제 타격해야 한다고 밝혀 다른 후보들과 사뭇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