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보수 대통합에 우리공화당 포함 놓고 이견 정리 ‘난관’
-‘與 실정 반사이익’ 아닌 독자적 대안·새 인물 수혈 ‘관건’
취임 6개월 황교안 대표 ‘3가지 딜레마’ 돌파 카드는?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올해 초 대표 경선 과정에서 ‘황 세모’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질문에 찬성(○)도 반대(×)도 아닌 세모(△)로 답한 것을 두고서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 모두로부터 비판을 불렀다.

자신이 총리로 있던 시절에 벌어진 중차대한 일에 대해 마치 ‘나와는 별 상관없다’는 듯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 리더로서 합당한 태도인지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황 대표가 경선에서 책 읽듯 ‘무미건조’하게 연설하는 바람에 당 일각에선 적지 않은 걱정이 나왔다. ‘이런 리더십으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아직 정치인으로 탈바꿈하지 못했다’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지난 2월 27일 대표로 뽑힌 뒤 이런 걱정을 씻어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지정하는 것을 두고 벌인 ‘장외투쟁’을 이끌면서다.

3개월 넘게 이어진 전국 순회 투쟁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 또 정치 초년병에서 대선 주자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선 지지율 1위가 이를 증명했다.
취임 6개월 황교안 대표 ‘3가지 딜레마’ 돌파 카드는?


◆ 장외투쟁 이후의 전략과 대안은?

문제는 ‘장외투쟁 그 이후’였다. 제1야당으로서 비전도, 전략도, 대안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당대회와 장외투쟁 등 정치적 이벤트로 ‘컨벤션 효과’를 누렸지만 그 이후 당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의제 설정보다 정부 여당이 던진 이슈에 따라가기 급급하다 보니 정국을 주도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불만이다.

고질적 계파 갈등도 도졌다. 친박계 위주로 당직 인선이 이뤄지면서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과 ‘아들 저(低)스펙 취업’ 발언, 황 대표가 참석한 여성 당원 행사에서의 엉덩이춤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거센 논란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가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서 자신과 한국당 지지율이 동시에 떨어졌다는 게 비박계의 주장이다.

비박계 복당파(한국당 탈당 후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가 복당) 의원들은 ‘황 대표 리더십 위기’를 부각시켰다. 김용태 의원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해야지 뭔가를 해도 하지 않겠나. 황 대표는 계파를 벗어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실정에 기대는 ‘반사이익’만으로는 내년 총선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황 대표의 생각은 단호하다.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에 대해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 행위’로 규정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황 대표 측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우리 당 일부 불만 그룹들이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비판, 견제하고 힘을 모아야 하는 마당에 조금만 틈새를 보이면 필요 이상으로 논리를 만들어 문제를 증폭시키려는 측면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황 대표가 변화에 대한 이런저런 구상을 하고 있다”며 “단호하고 신뢰받는 리더십을 갖고 당을 추슬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월 27일 취임 6개월을 맞은 황 대표는 조만간 당 운영 방향과 총선 전략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최대 당면 과제는 보수 통합이다. 관건은 그 범위다. 황 대표는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자유 우파는 분열했다. 셋으로 나뉘어 싸우니 어떻게 됐겠느냐”며 “이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우파 세력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탈당파, 우리공화당 등을 포괄하겠다는 것이다. “장외투쟁으로 집토끼는 모았지만 산토끼를 잡는 데는 의문이다.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답이다.

중도 보수를 품는 확장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당내에 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우리공화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당내에선 친박계를 중심으로 보수 빅텐트 차원에서 우리공화당과 연대 또는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선거는 현실”이라며 “우리공화당이 의석 수가 2개밖에 안 되지만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적지 않은 만큼 그들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3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는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한 정의당 후보에게 504표 차이로 석패했다. 당시 838표를 얻은 대한애국당(현재 우리공화당) 후보와 연대했다면 한국당 후보가 당선됐을 것이라는 게 한국당의 판단이다.

그러나 우리공화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를 우선시하다가는 수도권과 중도층을 놓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박계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친박 프레임’에 갇혀 자칫 합리적 보수 개혁 세력을 놓쳐 중도 확장에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태 의원은 “우리공화당과의 총선 연대는 필패지국(必敗之局 : 반드시 패배하는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 “노선 차이·감정의 골 걷어내는 결단 필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도 황 대표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우리공화당은 탄핵을 주도한 세력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당의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와 권성동·김성태 의원, 유승민 의원을 ‘탄핵 5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유 의원 측은 친박계가 한국당을 장악하고 있는 한 통합은 어렵다는 뜻을 갖고 있다. 반문재인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탄핵 문제는 일단 묻어두고 가자는 기류도 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보수 대통합을 위해 이제 탄핵 당시의 각자 주장은 유보하자”고 말했다.

황 대표가 범보수 대통합 카드를 꺼냈지만 당내 일각에선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세력들을 모두 끌어안을 전략적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없지 않다.

정치 신인에게 50% 가산점을 주고 탈당 또는 공천에 불복한 전력이 있는 의원들에겐 최대 30% 감점하는 내용의 총선 공천 룰을 마련해 놓고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친박과 비박 모두의 눈치를 보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인에게 50%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친박계의 반발을, 탈당 전력 의원에게 감점을 주는 것은 비박계 탈당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 평론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의 진단이다. “황 대표는 세 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대안과 혁신, 새 인물 부재 등이다. 대안과 혁신을 통해 새 보수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샤이 보수(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응답 시에도 성향을 숨기는 ‘수줍은 보수당 지지자들’)가 돌아오고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황 대표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 조언해 주거나 정책을 담당해 줄 수 있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기존 인물들만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구조가 되면서 참신함·신선함이 없다. 그러다보니 ‘황교안도 구시대적 인물’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황 대표가 과연 보수를 통합하고 이끌 지도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쪽저쪽 눈치를 보지 말고 새 인물과 혁신, 정교한 대안을 만들고 변화를 주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과감하게 극복해야 한다. 그걸 해내지 못하면 황교안 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보수 통합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은 “확장성이 없는 한 한국당의 내년 총선은 어렵다”며 “통합을 방해하는 노선의 차이, 이익 갈등, 감정의 골을 걷어내는 결단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어떤 선거에서든 ‘통합하면 필승, 분열 땐 필패’라는 공식이 통했다”며 “황 대표가 범보수 대통합을 말에만 그치지 않고 그 중심에 서서 실천에 옮길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가 그의 대선 가도 순항 여부를 판가름하는 첫째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