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 1244호 (2019년 10월 02일)

‘조국 사태’로 文 떠난 ‘스윙 보터’ 표심 어디로…

[지금 정치 판에선]
-선거판 열쇠 쥔 중도층의 대통령 지지 하락 두드러져
-“중도층 잃으면 정권도 잃어” 與 일각 긴장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선거판에는 철칙이 있다. ‘지지 기반을 넓히면 이기고 좁히면 진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을 짜고 실천에 옮겨 성공시키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핵심은 중도층 공략이다. 좌우 양 극단 핵심 지지층은 이념에 바탕을 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런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정치 지도자들에게 쉽사리 등을 돌리지 않는다. 양 극단층이 선거 승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중도층의 마음을 잡는 것이 선거에서 매우 중요하다. 각 정당들이 선거 때마다 중도층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중도층은 ‘스윙 보터(swing voter)’의 중심이다.

스윙 보터를 직역하면 ‘부동층 유권자’이지만 정치권에선 보통 중도층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이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성향이 옅다. 좌우, 진보․보수라는 이념적인 틀에 갇혀 있지 않다.

‘프레임 이론’의 권위자인 조지 레이코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중도를 위한 이데올로기는 없다. 이 때문에 중도는 어떤 문제에는 보수적이고 어떤 문제에서는 진보적이다. 다양한 조합이 존재할 뿐”이라고 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본부장은 중도층에 대해 “이념에 바탕을 두지 않고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 기준으로 평가해 의견을 피력한다”고 말했다.



◆ “선거 승리 가져다주는 것은 양극단이 아닌 중도층”

정치 상황이나 그때그때의 이슈, 자신들이 관심을 갖는 정책 등에 따라 선택한다는 얘기다. 정치적인 변수에 따라 언제든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고 지지를 보내 정권 창출의 밑거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양당 체제가 공고하게 형성됐다면 이들의 선택에 따라 선거판이 좌우될 때가 많다. 정치 컨설팅 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끌어올리는 극단적 지지층이 선거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며 “중도 스윙 보터의 지지를 잃지 않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을 몰락시킨 것도, 촛불에 가세해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것도 중도층의 이탈과 지지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 간 3당 합당이나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성사된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연합’도 중도층을 잡는 세력이 승리한다는 철칙이 작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좌우 양극단과 중도층 세력이 3 대 3 대 4 정도로 분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도층 가운데 절반가량은 선거에서 기권하고 나머지 절반가량이 스윙 보터로 선거 판세를 좌우한다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보다 아래로 내려간 것과 중도층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3주 차(17~19일) 여론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주 전보다 3% 포인트 떨어진 40%를 나타냈다.

대선 득표율(41.1%)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9월 4주 차 조사(전국 성인 1002명 조사, 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 1%포인트 올라 41%를 기록했지만 전문가들은 큰 틀의 흐름은 하락세로 보고 있다. 대선 득표율 아래로 내려갔다는 것은 지지층 중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뜻이다.

전문가들과 국정 경험자들은 대통령 지지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40%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수석을 지낸 A 씨는 “40% 밑으로 떨어지면 공직자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차기 대선 유력 주자 측에 줄을 대려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더라”며 “검찰과 경찰 등 권력 기관발(發) 정보 누수 현상도 나타나더라”고 했다.

증도층 이탈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30일~6월 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84%였고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이보다 높은 87%였다.

9월 4주 차 조사 결과 중도층 긍정 평가 하락은 취임 초에 비해 전체 평균(44%)보다 더 많은 47%였다. 9월 4주 차 조사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직전인 8월 6~8일 한국갤럽이 100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를 비교해 봐도 중도층의 이탈 기류가 두드러진다. 8월 조사 당시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50%로 부정(43%)보다 높았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8월 23~24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선 중도층 가운데 ‘잘했다’는 평가는 39.2%였다. 5월 7~8일 같은 방식의 조사 때의 48.7%보다 9.5%포인트 떨어졌다.
 
조국 사태 이전보다 무당층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9월 13일 SBS·칸타코리아 조사(성인 1026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 ±3.1%포인트)에서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거나 ‘모르겠다’는 이른바 무당층은 38.5%였다. 조 장관 임명 전인 7월 조사 때보다 4.8%포인트 늘어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바른미래당에는 ‘미래’가 없다.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고 자유한국당에는 ‘자유’가 없다”며 “그래서 무당층이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조국 리스크 커지기 전 조치 취해야”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여권이 ‘캐스팅 보터’인 중도층 이탈을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대로 가다간 이들의 이탈이 더 심화되고 총선 판세를 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 “조국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중도층과 20대를 중심으로 민심 이반이 확인되고 있다”며 “중도층은 한 번 돌아서면 쉽사리 마음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중도를 잃으면 정권을 잃는다는 말도 있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여권은 당내 위기감 확산 차단에 나서면서 ‘민생 주력’ 카드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끝내 민생에 눈감고 정쟁에만 열중하면 국민의 처절한 외면을 받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국면을 전환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치 평론가인 서성교 건국대 초빙교수는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검찰 과잉 수사 비판론을 제기하면서 검찰 개혁론, 총선 물갈이론, 북·미 대화론, 각종 개혁 정책 등을 제시하지만 중도층을 붙잡을 동력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지지 이탈이 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김춘석 본부장은 “한국당이 대안 세력으로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조국 이슈로 ‘기득권 대 서민’ 구도가 부각되면서 한국당 또한 기득권 정당, 가진 자들의 정당으로 다 똑 같다고 인식되고 있는데다 대안 제시 능력 부족, 탄핵·대선 패배 후 혁신 실패까지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감한 인적 청산을 통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새 인물 수혈과  새 국가 비전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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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0-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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